단팥빵
단팥빵
1950~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학생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가장 보편적인 데이트 코스가 제과점에서 만나 단팥빵을 시켜 놓고 먹는거였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엄청나게 다양한 빵 종류가 만들어져 나오지만 우리 나라 어느 빵집에 가도 여전히 단팥빵은 거의 빠짐 없이 있는것 같다.
그만큼 보편적인데도 사실 정말 만족할만한 단팥빵은 정작 만나기 힘들다. 그 이유는 팥고물(あんこ, 안코 혹은 앙꼬)이 그저 그래서다. 팥은 특유의 텁텁하고 떫은 맛이 있다. 대부분은 이 특유의 맛을 고유한 매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짙은 화장으로 감추듯 엄청난 양의 설탕을 넣어서 무작정 달게만 만들뿐이다.
우리 나라의 단팥빵은 일본의 앙팡(あんパン)이 원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에도시대(江戸時代) 에 흰 쌀밥 위주의 식단이 정착을 하면서 불거진 각기병 치료와 예방에 팥에 풍부한 비타민 B가 큰 도움을 주었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일본인들의 단팥 사랑은 참으로 각별해서 각종 다양한 간식거리에 사용이 되고 있다.
2015년 도쿄에 가족여행을 갔을 때 현지에 거주하는 지인이 나루토 붕어빵 본점 (鳴門 鯛焼 本舗, 나루토 타이야키 혼포)라는 곳에서 파는 다이야키(たい焼き, 직역하면 도미구이, 한국말로 붕어빵)를 사다 주었다. 만든지 한 시간 이상이 되었는데도 바삭한 식감, ~1mm에 불과한 껍질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안을 가득 채운 단팥의 맛이었다. 다른 유사 재료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단팥만의 식감과 맛이 적절한 설탕으로 담백하게 끌어낸 것이 감탄스러웠다.
집 근처의 일본 식품점에 홋카이도산 팥이 들어왔다. 보통 팥 가격의 2배 정도되는데 겉 보기에도 윤기가 나는게 너무 깨끗하고 좋아보여서 한봉지 사와서 팥밥을 지어봤더니 팥의 맛 차이가 현격히 느껴진다.
이런 팥을 그냥 두는 것은 용서가 안되는 죄악이니 마눌님께서 단팥빵을 만드셨다. (만드는 자세한 과정은 내가 알리 만무하니 대충 사진으로 대신하고 그냥 넘어가자 -.-)
완성된 단팥빵. 딱!! 찾던 맛이다.
[PS] 일본 영화 'あん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센타로가 도라야키(조그만 팬케익에 단팥을 넣고 반으로 접은 일본 간식) 좌판점을 하는 곳에 도쿠에상이라는 한 할머니가 지나가다 사서 맛을 보더니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단팥이 문제인데 잘 만들 자신이 있다고... 거절을 했지만 다음날 도쿠에상이 만들어 온 단팥의 놀라운 맛에 결국은 채용을 한다...
나중에 알게 된 도쿠에 상의 인생이야기.... 평생 단팥만을 만들어 온 그녀의 기구한 인생 이야기는 참으로 가슴이 저리게 아프다. 지인에게 영화 빌려줬더니 부부가 후반부 내내 보면서 둘이 오열을 했다고.... (난 메말라서 눈물은 나지 않더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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