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관용 vs. 죄의 관용
죄인의 관용 vs. 죄의 관용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낳은 미국 대선이 얼마 전에 끝났다. Obama에 대한 열기도 대단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그에 못지 않은 치열한 투표전이 벌어 졌었다. 이른바 "Proposition 8"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에서 합법화 했던 동성간 결혼을 무효화 하고자 제기된 법안이었고, 이를 두고 시종 팽팽하게 맞선 끝에 53.2% vs. 46.8%의 근소한 차이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다수 기독교인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투표에 임한 것과 지난 2000년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정의하는 프로포지션 22에 지지했던 비율이 60%였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성간의 정상적 결혼"을 캘리포니아에서 사수할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고 보여진다.
1993년, 군에서의 동성애 문제로 미국 전체가 떠들썩해진 것을 Bill Clinton이 "Don't Ask Don't Tell"이라는 궁여지책으로 덮어놓고 갈 때만해도 동성애라는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 뒤로 15년, 영화를 위시해서 여러 대중매체 곳곳에서 동성애를 주제로 한 것들이 수시로 오르내렸으며 학계에서는 꾸준하게 "동성애는 유전적인 것으로 타고나는 것이다"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 성과(?)로 동성애 옹호자들은 일반인들의 인식 속에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이며 따라서 자연스러운 삶의 부분일수 있다" "동성애자들은 그 동안 다수의 편견 속에서 부당하게 학대당한 약자들이다" 는 생각을 넓게 퍼뜨리는데 성공한 것 같다.
반면 보수 기독교측에서는 교리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입장과 주장에서 크게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 같고, 결과적으로 기독교 내부의 진보측 논리에 휩쓸린 교인들에게 크게 appeal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성애 문제가 나올 때마다 보수와 진보간의 공방은 보통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중심으로 벌어진다. 보수측은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의 주된 원인이 동성애라는 죄"라고 주장하고, 진보측은 "동성애는 당시 많은 죄악 중 하나였을 뿐 정황으로 보면 다른 불법, 불의, 약자에 대한 억압이 더 큰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진보측의 주장은 오늘날 교회 곳곳에 만연한 배금주의 및 권위주의에 물들은 교회 지도자들과 맛을 잃고 방황하는 교인들의 현실과 연결되어 "오늘날 교회 안에 간음하는 자, 불의를 행하는 자, 가난한 자들을 억압하는 자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는 없으면서 동성애에 대해서 유독 관대하지 못한 오늘날 보수 교회의 자세가 옳지 못하다"는 논리로 이어지며, 하나님의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으니, 동성애자들 역시 관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종결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하나님 보시기에 모든 사람은 죄인이며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해서 동성애자보다 더 의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교만이며 옳지 못하다"는 말은 성경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정죄의 하나님이 아닌 용서의 하나님이시요, 죄인을 관용하시는 분이다"라는 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죄인"을 관용하신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그 죄인으로 하여금 죄를 떠나 빛 가운데 새로운 삶을 살게 하시기 위함이 아닌가?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고 돌로 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여인을 건져내신 예수께서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성경은 분명 동성애가 "죄"라고 명시하고 있고 "가증한 것"이라고 곳곳에서 경고하고 있다. 동성애 자체가 창조섭리에 어긋하는 특별한 중죄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동성애는 지나간 과거의 죄 문제가 아닌 그 사람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죄라는 면에서 비중있게 다루어져야할 문제이다.
누구나 교회에 올수 있다. 그런면에서 도둑놈이건, 살인자건, 사기꾼이건, 동성애자건 상관이 없이 교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계속 도둑질하는 사람, 반복적으로 살인하는 사람, 끊임 없이 사기치고 다니는 사람을 "그 사람의 삶의 양식이니 정죄하지 말자"고 할 사람이나, "그런 사람도 용서하시는 하나님이시니 목회자로 안수하자"고 할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그런면에서 진보주의자들은 "동성애에 대해서만 너무 가혹하게 군다"고 말하지만, 실은 동성애라는 죄에 대해서만 그들이 유독 관대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죄인"을 관용하신다. 그러나 "죄 자체"를 죄가 아니라고 관용하시지 않으신다. 동성애자들에게 목사 안수를 주거나 그들의 결혼을 합법화 하는 것은 "그들"을 관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죄"를 죄가 아니라고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이 어설픈 관용은 결과적으로 그들의 영혼을 파멸시키는 독약이 될 것이다.
라브리 공동체를 만든 프란시스 쉐퍼에게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찾아와 자신들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쉐퍼는 늘 단호하게 "그것은 죄입니다"라고 말했고 그들에게 동성애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연약한 육체와 죄성을 가진 죄인입니다"고 고백했다. 오늘날 보수측의 숙제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주일 성수와 십일조와 금주/금연만 열심히 하면 마치 성결하고 거룩한 삶을 사는 의인인 것 같은 유치함에서 벗어나,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함으로 다른 죄인들을 관용하는 용서받은 죄인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수측 신자들이 보여 주지 못한다면 동성간 결혼의 합법화는 아마도 시간문제일 뿐 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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