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하는 '청부론' -- 글을 시작하며...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역시 삶이 있는 신앙인들을 존경한다. 내가 세상의 즐거움이 헛되다고 느끼고 그것을 버리기로 결심한 때,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정연희 님의 ‘내 잔이 넘치나이다’ 에 나오는 ‘맹의순’이라는 한 실존 인물이었다. 간접적으로 나의 신앙과 사고의 틀에 큰 영향을 준 분들을 열거하면, 영락교회의 ‘한경직’ 목사님, 예수원의 ‘대천덕’ 신부님, 그리고 독일의 신학자인 ‘본회퍼’ 목사님을꼽고 싶다. 다들 겸손한 모습으로 살아가면서 본인의 신앙을 몸으로 보여주신 분들이시고 이제는 다들 고인이 되셨다. 아직 생존하시고 내게 좀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분은 높은뜻 숭의교회의 ‘김동호’ 목사님을 꼽게 된다.
워낙 뚜렷한 소신에 입각해 설교를 하시기 때문에 설교 내용을 두고 뜨거운 찬반 격론이 종종 벌어지곤 하는데, 그 중 하나가 2001년에 출간하신 “깨끗한 부자”라는 책으로 인한 것이었다. 2003년에 김영봉 목사님께서 쓰신 “바늘 귀를 통과한 부자”라는 책 내용에 공감한 많은 네티즌들과 많은 토론들이 오갔고, 그해 4월에 김동호 목사님은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인 고세훈 교수님과 공개 토론을 벌였다.
고세훈 교수님의 의견도 일리가 분명 있고 부분적으로 볼 때 동의할 내용이 많이 있었지만, 내가 느끼기로는 김동호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여, 목사님을 통해 배워온 내용을 토대로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변론조가 되겠지만, 김동호 목사님을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1991년 10월 목사님께서 돌연 사임을 표명하셨다. 그 때만 하더라도 목사님에 대한 나의 신앙 의존도(?)는 솔직이 상당히 컸던 것이 사실이기에 들려오는 뒷 이야기에 대해 화도 많이 났고, 목사님따라서 교회를 확 옮겨버릴 생각도 했다. 타는듯한 마음을 안고 목사님께 푸념조의 편지를 한통 써 보냈다. 그랬더니 전혀 기대하지도 않은 답장을 목사님으로부터 받았고, 그 편지를 읽으면서 왠지 나는 목사님에 대한 나의 다소 맹목적인 애정을 접고 홀로서기를 내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다시 교회를 떠나는 일이 너의 마음에 아픔이 된 것을 나도 아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교회를 떠나게 된 것은 다 설명할 수 없지만 교회와 특히 학생들과 청년들 (네가 알다시피 내가 정말 저들을 사랑한다. 그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변할 수 없지)에 대한 나의 사랑과 열정이 식어서도 아니고, 견디기 어려운 일 때문도 아니다. 만일 그런 일 때문이라고 한다면 너 하나가 마음 아프고 힘들어 한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나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정말이다.”
그 주 수요예배 후 인사를 드리고나서, 나는 목사님을 위해서 그리고 내 스스로를 위해서 적당한 (?)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어 거의 뵐 수도 없고, 간간히 교회 게시판을 통해서 교회 근황을 접할 뿐인데, 목사님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내가 느끼기로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오해하는 부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순전히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몇 개로 나누어 내가 이해하는 목사님의 청부론을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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