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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versus(?) 행위

  • 2016.03.12 17:01
  • 내 생각에는...

믿음 versus(?) 행위


개신교에서는 예배에 빠지지 않고 기도에 열심이며, 교회 일에 많이 관여하면서 많은 시간을 쏟는 종교성이 강한 사람을 일컬어 흔히 "믿음 좋은 사람"이라고 하고,  빛을 잃어가고 맛을 잃어가는 교회에 대해 염려하며 교회의 갱신을 주장하는 사람을 "행위를 강조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내년 (2017년)은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 교회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하는 내용의 95개조 반박문을 발표한지 만 500년이 되는 해 입니다.  그가 주창한 "오직 믿음 (Sola Fide)"이 개신교의 근간이 된 반면, 그 후로 "믿음이냐 행위냐"는 것은 개신교 역사 내내 줄곧 뜨거운 감자였고 저 역시 오랫동안 이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것이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이요 둘째는 그와 같으니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셨으니 이 두 계명이 온 율법과 선지자의 강령이니라.” (마태복음 22장 37-40절) 고 하셨습니다.  


얼핏 보면 한 가지는 '믿음'의 계명, 다른 한 가지는 '행동'의 계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가지의 '믿음'의 계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계명은, "하나님의 존재와 성품 자체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며, 두번째 계명은, "하나님께서 제시하시는 세계관(worldview)과 가치관(value)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개신교는 첫번째 믿음을 강조하는 것에 거의 모든 전력을 다해 왔습니다.  


우주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나의 죄를 용서하신 하나님, 나를 천국으로 인도하실 하나님, 나의 간구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 나와 날마다 교제하기 원하시는 하나님, 나를 환난과 핍박에서 구하시는 하나님, 나의 질병을 고치시는 하나님, 나에게 복 주시기 원하시는 하나님.....


그러다보니 두번째 믿음을 강조하는 것은 점점 소홀해지고 말았습니다.  


공평한 추를 사용하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형제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아낌 없이 빌려주며 심지어는 면제해 주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뇌물을 받지 않고 공의대로 판결하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포도원의 포도와 밭 모퉁이의 곡식을 객과 고아와 과부를 위해 남겨두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더러운 이득을 취하지 않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의를 위해 박해받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불의하게 막대한 재산을 쌓는 것보다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고 속여 뺏은 것을 4배로 갚아주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남편에게 복종하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아내를 자기 몸보다 더 사랑하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섬김을 받는 삶보다 섬기는 삶이 복(福)되다는 믿음, 원수를 사랑으로 갚는 것이 복(福)되다는 믿음...   


오늘날 선진국으로 꼽히는 서구의 나라들은 예외 없이 이 두번째 믿음을 굳게 가졌던 조상들의 유산입니다. 한국 개신교도 이런 믿음을 가졌더라면 오늘날 "개독교"라는 치욕스러운 꼬리표는 결코 달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temptation, 유혹)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temptation, 유혹)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temptation, 유혹)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고린도전서 10장 13절) 라는 구절을  대다수의 설교자들, 심지어는 공동번역과 새번역 성경조차도 시험 = trial(시련)으로 번역하는 현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한국 개신교 내에서도 두번째 믿음을 강조하던 시대와, 그 믿음대로 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신분이나 계급에 구애됨이 없이 평등하게 그들을 대접하였으며 오산 학교를 설립했던 남강 이승훈, 영동 갑부 송씨 집안의 상속자로 전 재산을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노숙자들을 위해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을 남 몰래 청소하곤 했던 송두용, "이 환자에게 닭 두마리 값을 내주시오"라고 적힌 처방전을 쓴 바보의사 장기려, 평생을 한센병 환자들과 함께 했고 여순 항쟁에서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용서하고 양자로 삼은 손양원...


나타나는 행위는 그저 자신이 믿는 바의 자연스러운 산물일 뿐입니다.  



이 두가지 믿음은 결코 대립되는 것이 아닌 도리어 상호의존적인 것이어서, 어느 한 쪽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른 한 쪽도 결국 무너지고, 한 쪽이 자라나면 다른 한 쪽도 함께 자라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그 분이 주시는 "가치관"에 대한 믿음이 재대로 자랄 수 없습니다.  "가치관"에 대한 믿음까지 함께 자라지 못하면, 결국 "하나님의 성품"에 대한 믿음도 망가집니다.  


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인 것을 보면서 첫번째 믿음을 어설프게 세운 군중들 대부분은 두번째 믿음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대부분 떠나갔습니다.  한국 개신교에서 사람들이 떠나는  현실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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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 fide, 기독교, 믿음과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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