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런던: Afternoon Tea at The Ritz (English)
영국의 독특한 문화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오후 4시쯤 먹는 Afternoon Tea일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점심 식사를 호텔 The Ritz에서 가장 고전적인 Afternoon Tea로 대신했습니다. (가격대 £70~109, 맛 9.0, 가성비 8.5, 인테리어 9.5, dress code는 jacket & tie)
The Ritz는 런던의 대표적인 고급 호텔 중 하나로서 영화 <Notting Hill>에서 여주인공 Anna Scott (Julia Roberts 扮) 이 묵는 곳으로 설정 되어 여러번 나옵니다. 아래 장면 좌측에 출입금지 빨간 표지판 뒤가 호텔 출입문인데, 제복을 차려 입은 경비원이 출입하는 사람들 복장을 일일히 확인해서 운동화 차림이나 청바지 차림의 사람들은 정중하게 돌려 보냅니다.
호텔 로비를 지나 안 쪽. 1999년 영화 속 장면이 2023년에도 그대로 있군요. 복도의 피아노도 그 자리에 있고요.
Afternoon Tea room도 동일한 인테리어로 보입니다. 테이블보와 의자는 달라졌네요.
호텔 건물에서 Afternoon Tea room 안쪽으로 들어가서의 모습입니다.
Afternoon Tea room (The Palm Court) 입구. 종업원들이 제일 제대로 차려 입었고 손님들도 나름 격식있게 차려 입었지요? 이번 여행 중에 간 식당 중에서 유일하게 정장(jacket & tie)을 요구한 곳입니다. (16세 미만은 예외) 색깔 관계없이 진(jeans)나 운동복 운동화도 허용되지 않고요. 복장이 불량한(?) 예약 손님의 경우를 위해서 호텔 1층 코트 맡기는 곳에서 빌려주는 정장이 있기는 하다고 합니다.
이곳에 들어서며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은 만화 영화 <Beauty and the Beast>. 인테리어는 완전히 다르지만 Mrs Potts부터가 Afternoon Tea에 관련된 캐릭터이고 격조 있는 궁전 내의 식당 같은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 데리고 온 젊은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마침 크리스마스라서 산타 등장~~
기본 테이블 셋팅은 이렇습니다.
크리스마스 티 타임이라 샴페인이 강제로(?) 추가 되었습니다 (우린 이런거 필요 없는데...)
18가지의 차(tea) 종류가 있고 원하는 만큼 무한 refill해 줍니다 (종류를 바꿔 가면서 마셔도 됨) 차로 유명한 영국에서도 The Ritz가 유일하게 공인된 차 장인 (certified Tea Master)을 둔 호텔이라고 하네요. 중국 차도 많이 있고, 각종 향과 과일을 첨가한 차도 많이 있습니다.
마눌님은 The Ritz Christmas, 큰 아이는 The Ritz Royal English, 작은 아이와 저는 Passion Fruits and Orange. 공통점은 전부 orange가 들어갔네요.
메뉴. 3가지의 샴페인 - Brut(dry), Rosé(rose), Blanc de Blanc(white of white. dry한 맛) -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와알못인 저희 가족이 dry한 wine을 좋아할리 없어서 무난한 Rosé로 주문 했습니다.
차도 Rosé 색깔. 아주 은은한 과일의 단 맛과 향이 좋은 차였습니다. 차알못인데 제 취향에 맞는 것을 운좋게 고른 것 같네요.
보통 Afternoon Tea에 나오는 음식은 3단으로 구성되는데 먼저 2단만 나왔습니다. 스콘(scone)은 갓 구워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최고라서 일부러 나중에 가져 온다고 합니다. (사진을 샌드위치 반쯤 먹은 후에 찍어서 원래 나왔던 것보다 많이 비었습니다)
아랫단에 6가지의 핑거 샌드위치(finger sandwich)가 나왔습니다. 제일 위의 큼지막한 것은 Egg Mayonnaise with Chopped Shallots(작은 양파) and Watercress(물냉이) on Brioche Roll.
그 아래에 사각형 샌드위치들 5가지는 오른쪽 끝에서부터
- Cheddar Cheese with Chutney on Tomato Bread
- Scottish Smoked Salmon with Lemon Butter on Sougdough Bread
- Breast of Chicken with Chestnut and Sage Stuffing on Malt Bread
- Ham with Grain Mustard Mayonnaise on Brioche Bread
- Cucumber with Cream Cheese, Dill and Mint on Granary Bread
어찌 보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들과 별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빵 종류도 각각이고 제대로 만드려면 보기 보다 준비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입니다.
전부 맛이 다르고 담백해서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미국 샌드위치들은 무겁고 자극적이라서 청량음료 없이 먹기가 좀 그런 반면, 이 샌드위치들은 섬세한 맛들이라 커피조차도 맛을 해칠 것 같아 보입니다.
가족들마다 음식 취향이 달라서 제일 맛있던 것이 다 제각기였습니다. 두 아이는 에그 롤, 마눌님은 햄, 저는 Tea Time에서 가장 필수적이라는 연어와 오이, 그 중에서도 오이 샌드위치가 차~~~암 맛있었습니다. 영국 오기 전에 읽은 블친분 예전 글에서 "좋아하는 외국음식 10가지" 댓글 달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 두분이나 1번으로 꼽은 음식이 영국의 오이 샌드위치여서 맛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진~~~~짜 청량하고 맛 있더라고요.
<[영국음식]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꽃 - 오이 샌드위치 Cucumber Sandwich>
나온 양만 해도 한끼가 되기에 충분한 양인데 모자라다고 하면 샌드위치도 무한(? 인지는 모르겠고) 리필 해줍니다.
크리스마스 느낌으로 만든 여러 케익 종류들. 디저트로 먹는 것에 비해 한두입에 먹을 정도로 크기가 작습니다. 크리스마스 메뉴 가격이 평소보다 1.5배 더 비싼 것은 샴페인 추가 외에도 케익 종류에 더 신경을 써서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이건 tarte(타르트) 위에 raspberry mousse(산딸기 무스) 올린 것.
크림과 red currant(까치밥 열매, 시금털털하고 상쾌한 맛)로 장식한 초콜렛 케익. <[영국음식] 영국 크리스마스 음식>
파삭~ 부서져 입 안에서 녹아 내리는 슈크림(Choux à la Crème). 초콜렛에 적힌 THE RITZ에서 느껴지는 호텔의 부심.
드디어 Afternoon Tea의 핵심인 따스한 스콘(scone)이 나왔습니다. Plain scone과 건포도 들어간 fruit scone이 각각 하나씩. 알맞게 잘 구워져 중간에 금이 가 있습니다.
스콘만 먹어도 맛있어 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나 영국에서는 반드시 clotted cream과 과일 jam을 발라서 먹습니다. 저 스콘 전혀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미국에서 파는 스콘 조차 whipping cream과 딸기잼만 얹어 먹어도 갑자기 10배쯤 맛있어지더라고요.
제대로 된 Afternoon Tea는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영국인들이 바쁜 일상에서 가장 간단하게 즐기는 tea time은 홍차와 스콘으로만 구성되는데 이것을 cream tea라고 부릅니다. 잼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고, 영국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 clotted cream인데요, whipping cream과 버터의 중간 정도 되는 점성으로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이 있습니다.
<완벽한 크림 티를 위한 수학자의 조언> 에 따르면
- 스콘, 잼, 클로티드 크림의 이상적 무게 비율은 2:1:1
- 두께로 보면 스콘 28mm, 잼 2.3mm, 클로티드 크림 4.0mm
이 clotted cream의 원조격인 영국 남서부 끝의 두 지방이 스콘 먹는 방식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고 하네요. 잼을 먼저 바르는 Cornwall방식과 clotted cream을 먼저 바르는 Devon방식. 장단점이 있으나 탕수육 부먹/찍먹처럼 취향 문제라고 봅니다. 저희 가족도 2명은 Cornwall 방식이, 1명은 Devon 방식이 더 맛있다로 갈렸습니다. 나머지 1명은 둘 다 맛있다 (누굴까요? ㅋㅋㅋ)
너무 맛있어서 돌아오기 전날 Harrods 백화점 식품관에서 사다가 호텔방에서 또 먹었습니다. 이 제품은 Somerset 지방에 있는 Ivy House Farm Dairy라는 곳에서 만든 것이네요. Clotted cream 가격이 조금만 쌌으면 좋으련만.... (수입품 밖에 없는데 영국에서 파는 가격의 3배쯤 됩니다 😩)
Savoy Grill에서 나왔던 mince pie(설탕과 말린 과일로 속을 채운 작은 파이)가 여기도 나왔습니다. <한국인과 설탕, 민스 파이 이야기>
서비스로 나온 크리스마스 케익과
Chestnut(밤) cake.
저는 밤 케익으로 골랐습니다. 원래 얇은 slice로 썰어주는건데, 제가 많이 먹게 생겼는지 제것은 좀 두텁게 쐐기형으로 썰어줬네요 😅.
인터넷 글들에 의하면 과거에 The Ritz에서는 남은 음식들을 포장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고급스러운 상자에 정성스레 담아서 줍니다. 단, 샌드위치는 육류가 들어간 것들이라 상할까봐 포장해 주지 않습니다.
맛으로만 본다면 2일 전 먹은 Gymkhana의 인도 음식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곳입니다. 굳이 풍경에 비유를 하자면 Iguazu Falls(이구아스 폭포) vs. 九寨沟 (주자이거우, 구채구) 라고 할까요? 전혀 다른 매력이라 맛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와 분위기는 두 곳 다 베스트 (제가 10점 만점에 9.5를 준 식당들). 손님들의 dress code와 서비스까지 생각하면 단연 the best. 중세 귀족의 삶을 1시간 가량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제가 쫀쫀한 중년 남성이라 가성비 8.5 줬지, 연인들이나 여자분들이라면 최소한 9.5 ~ 10점 만점을 줄 거라고 예상해 봅니다. 서울 특급 호텔들에서 망고 빙수 한사발에 10만원 넘게 받는 것과 비교할 때, (저희는 크리스마스 특별 메뉴라서 돈을 더 지불한 것이고) 평소 메뉴로 이 정도 맛과 양과 분위기에 £70면 무척 만족스러운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위기와 음식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저희가 먹은 것과 동일한 메뉴로 먹은 것을 찍은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세요 (40분 분량). 이 사람들은 맛 9/10, 분위기 10/10, 서비스 100/10!! 으로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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