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런던: Gymkhana ★ (Indian)
런던은, 무려 123가지 다른 종류의 음식점을 보유함으로,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50개 도시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로 뽑혔습니다. 그리고 런던의 거주자들과 방문객들의 투표에서 순수 영국음식을 제외한 음식중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 뽑힌 것이 인도 음식 커리입니다.
오랫동안 인도를 식민지로 두었던 영국이라 2021년 통계에 따르면 런던 거주 인도인 수는 7.5%로 외국인 그룹 중 가장 많으며 계속적인 증가세에 있습니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까지 합치면 무려 14.5%나 되는 것을 고려할 때 인도 음식이 가장 대중적으로 뽑힌 것은 놀라운 결과가 아닌듯 합니다.
넷째날 저녁은 런던의 인도 음식점 중에서 미슐랭 별 하나를 받아 가장 명성이 높은 Gymkhana(짐카나)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식당 이름인 Gymkhana는 영국령 인도제국 (British Raj)에서 모임 장소를 뜻하는 단어이고, 인도 아대륙에서는 사교 클럽이나 스포츠 클럽을 지칭한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Regent St 남쪽 끝 부분이라서 거리 사진을 찍다가 갔습니다.
(메인 가격대 £17~57, 맛 9.0, 가성비 9.0, 인테리어 9.5, dress code는 smart casual)
런던에서 갔던 음식점 중에서 Gymkhana의 인테리어가 가장 화려하고 훌륭했습니다.
1층과 지하의 인테리어가 다른 분위기로 설계되어 있고 저희는 지하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너무 멋지고 좋은데 하도 어두워서 마치 동굴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실제 느낌을 좀 알게 해드리고 싶어 인터넷에서 2장의 사진을 퍼 왔습니다.
코스 메뉴(£110)와 단품 메뉴 중에 여러가지를 골라 먹고 싶어 이곳에서도 단품 메뉴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코스 메뉴를 시켜 먹는 옆 테이블 음식들이 상당히 근사하게 나오는 것을 보니, '코스 메뉴를 선택할걸 그랬나?' 하는 약간의 후회가 슬그머니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망고/생강 소다 £8.00, 석류 Nimbu Pani (인도식 레모네이드) £8.00, 망고 Lassi (인도식 요거트 음료) £8.50
Venison Keema Naan (다진 사슴고기 난) £12.50
주문할 때 종업원이 "very very spicy"라고 경고를 해 주더군요. 비주얼로만 보면 Keema Naan은 대표적 멕시코 음식 중 하나인 퀘사디야(quessadilla) 비슷하네요. 인도식 빵 난(naan) 안에 다진 고기를 넣고 아주 얇게 눌러 구웠는데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본적이 없는 음식입니다.
와~~~~~~~~~~~~~~ 충격적인 맛이네요!! 흔히 spicy하다고 할 때는 매운(hot) 맛과 동의어로 쓰이는데, 이건 맵지 않고 정말 향신료의 폭죽들이 터지는듯한 느낌입니다. 제가 인도 음식을 꽤 좋아하는 편이고 인도 사람들아 많아서 인도 음식점도 많은 편인데 저희 동네에서 먹던 인도 음식들과는 차원이 완전히 달라 놀랐습니다. 이런 것이 정통(authentic) 인도 음식의 맛인 걸까요? 왜 인도 음식에 요거트가 찰떡궁합이라고 하는지를 처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도로 어두운 조명때문에 셔터 스피드가 너무 낮아져 핸드폰과 병행해서 찍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어두운지 카메라가 white balance를 전혀 잡지 못해 후보정때 색온도 조절 한계를 넘어가 버려서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했습니다.
Bread Basket £12.00 비주얼대로의 맛 입니다.
Basmati Rice £14.00
주문한 음식들이 거의 커리 종류라서 밥도 주문을 했는데요 '밥 한사발 가격치고 너무 비싸다.........' 고 생각했다가..... 한입 먹어보고 가격을 납득했습니다. 바스마티(Basmati)쌀이 비싸고 향이 좋다고 말로 듣기는 했지만... 아니 대체 왜 장립종(長粒種, long-grain) 쌀들이 이렇게 맛이 있는거냐고욧?!!! 이번 런던 여행을 하고서 장립종(長粒種, long-grain) 쌀에 대한 제 생각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아래에 Chicken Butter Masala £28.00
인도 음식 중에 아마도 가장 호불호 없이 일반인들에게 인기있는 것 중 하나일 것 같아요. 원래 영국에서는 chicken tikka masala를 미국에서는 butter chicken을 주로 먹는데 이건 그 절충인 것 같습니다. 요거트에 재워둔 닭고기를 탄두리 오븐에 구운 후 토마토와 크림을 섞은 부드럽고 새콤하고 달짝지근한 마살라 국물에 담아 냅니다.
저희 가족들도 역시 이게 제일 맛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네요 ㅎㅎ (보편적으로 많이 사랑 받는 음식은 역시 이유가 있어요)
사진의 위 Goan Prawn Curry £30.00
인도 Goa주의 새우 커리입니다. 버터 마살라에서 단맛이 빠지고 시고 톡쏘는 맛이 추가되면서 조금 더 자극성이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한국인에게 많이 매운 정도는 아닙니다.
더 진한 색깔에서 맛이 짐작 되시나요?
마지막 3단계. Pork Cheek Vindaloo £30.00
마찬가지로 토마토를 기본으로 만드는 빈달루(Vindaloo)는 16세기에 포르투갈 음식 carne de vinha d’alhos (garlic vine meat)에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 레시피에서 와인을 식초로 바꾸고 인도 향신료를 듬뿍 추가해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카슈미르 고추가루(Kashmiri chilli powder)를 왕창 넣고 2시간 넘도록 끓여 걸쭉하게 만들어서 커리 중에 가장 매운 것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먹은 것은 맵기가 대략 불닭 볶음면 정도 였었으나, 짙은 색에서 느끼실 수 있듯이, 매운 것과는 별개로 입 안에서 폭발하는 향신료의 농축된 맛들은 정말 엄청 났습니다.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은 토마토, 고추, 식초, 마늘, 생강 등등. 정말 아낌 없이 퍼 부었네요.
맵찔이시면 위의 새우 커리에서 멈추시고, 인도 요리의 향신료 폭발이 궁금하신 분은 한번 드셔 보세요. 저는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진 왼쪽의 검붉은 것 보이시죠? 통으로 들어간 고추인데 한번 맛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 그만 두었어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매운 맛 내느라고 넣기는 하지만 절~~~~~~~대 먹지 말라고 하네요. 호기심에 하마터면 클레이모어(Claymore) 지뢰 터뜨릴뻔 했습니다. 😅
Tandoori Masala Lamb Chops with Walnut Chutney £57.00
Tandoori(탄두리)는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의 동부 국경 지역에 걸쳐 있는 고원지대 Punjab(펀자브)지방에서 tandoor(탄두르)라는 진흙 화덕의 숯불에 꼬치로 구워내는 육류 요리를 말합니다. 섭씨 900도에 달하는 엄청난 복사열로 육즙을 훌륭하게 가두어 내지요.
인도 음식점에서 치킨이나 염소는 자주 먹어 보았지만 양고기, 특히 양갈비살(lamb chops)은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탄두리는 고기를 먼저 요거트(yogurt)에 재워 두었다가 향신료를 더해서 구워냅니다.
우음~~~~~~~ 요거트 덕인지 양갈비 식감이 더할나위 없이 부드럽고, 터져 나오는 육즙 엄청나고, 향신료의 소용돌이가 대단했습니다. 거기에 chutney(처트니 - 설탕, 향신료, 식초를 넣어 만든 걸쭉한 인도 소스)의 조화가 더해집니다. 보통 chutney는 망고 같은 과일 종류로 만드는데 여기는 독특하게 호두를 사용했네요. 고소한 맛이 참 좋더군요. 맵지 않아서 누구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나왔습니다.
미슐랭 스타 식당다운 다소 높은 가격, 그러나 그 명성에 걸맞는 훌륭한 음식들을 아주 만족스럽게 즐겼습니다. 양도 충분했고 일찌기 맛본 적이 없는 수준의 향신료 폭풍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놀란 것은 주위 테이블을 보니 손님들 다수가 현지인으로 보이는 백인들이었어요. 160년도 넘게 인도와 관계해 지내오면서 정통(authentic) 인도 요리에 익숙해진걸까요? 이런 수준의 향신료를 찾아와 즐기는 런던 토박이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인도 음식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강추입니다.
식당 앞에서 가족 사진 한장. 큰 아이가 연휴 후에 있을 기말고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뚱해 있었는데 맛있는 것 먹여 놓아서 그런지 얼굴이 쬐~~끔 풀렸습니다.
'여행스케치 > 영국 London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식의 도시 런던: Millennium Bridge & St. Paul's Cathedral (8) | 2024.01.28 |
---|---|
미식의 도시 런던: Afternoon Tea at The Ritz (English) (10) | 2024.01.26 |
미식의 도시 런던: Westminster Abbey (12) | 2024.01.24 |
미식의 도시 런던: Savoy Grill ★ (English) (4) | 2024.01.22 |
미식의 도시 런던: Borough Market (10) | 2024.01.20 |
미식의 도시 런던: Kensington Gardens & Hyde Park (6) | 2024.01.17 |
미식의 도시 런던: Perilla (European) (10) | 2024.01.16 |
미식의 도시 런던: Natural History Museum (4) | 2024.01.14 |
미식의 도시 런던: Kiln (Thai) (6) | 2024.01.12 |
미식의 도시 런던: Hampstead Heath (공원) (4) | 2024.01.10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미식의 도시 런던: Savoy Grill ★ (English)
미식의 도시 런던: Savoy Grill ★ (English)
2024.01.22 -
미식의 도시 런던: Borough Market
미식의 도시 런던: Borough Market
2024.01.20 -
미식의 도시 런던: Kensington Gardens & Hyde Park
미식의 도시 런던: Kensington Gardens & Hyde Park
2024.01.17 -
미식의 도시 런던: Perilla (European)
미식의 도시 런던: Perilla (European)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