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런던: Borough Market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주일입니다. 아침은 호텔에서 Full English Breakfast로 먹고 교회를 찾아 갔습니다. 비록 1970년부터 교회가 눈에 띄는 감소를 보였다고 하나 한때 큰 부흥을 체험했던 나라인지라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기독교의 위상은 꽤 단단한 것 같습니다. 숙소 주위의 교회를 검색하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만도 많은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교회 건물을 소유하지 않은 Grace London이라는 개척교회를 일부러 골라 찾아가봤습니다. 그 도시의 영적 상황을 느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요. The London Nautical School(런던 해상학교) 건물의 강당을 빌려 쓰고 있고 개신교 개혁교단에서 출발한 Advance Movement 계열의 교회입니다.
약 300여명이 모여 예배하고 있었습니다. 백인, 흑인, 아시아인들이 골고루 섞여 있고 어린 아이가 있는 20~30대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예배를 바친 후 점심을 먹으러 Borough Market(버러 마켓, 보로 마켓)으로 갔습니다. 12월 25~30일 일주일간 닫는다고 해서요. 평소 월요일 닫고, 토요일 9am-5pm, 일요일 10am-4pm, 화~금 10am-5pm만 운영합니다.
런던의 정중심 London Bridge 바로 남쪽에 있는 Borough Market은 런던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식료품 시장으로, 최소한 12세기부터 존재해 왔고 지금 현재 건물은 1850년대 지어진 것입니다. 원래는 청과물 도매시장이었던 것을 1990년대 말부터 소매 시장의 입점들을 허용하면서 영국 자체 생산 및 유럽각국 수입 농산물, 치즈, 고기, 조제고기등의 특산 식료품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 특산 식료품들 소개 <[런던여행] 보로 마켓, 버러 마켓 Borough Market, London>
가장 쉽게 찾아가는 방법은 지하철(underground) 타고 London Bridge역에서 내려서 Borough Market 표지판 따라 나가는 것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이 시장은 입점된 점포들의 성격에 따라 3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 Three Crown Square: 대규모 생산자및 점포 위주
- Green Market: 소규모 특산품 취급 점포 위주
- Borough Market Kitchen: 스트리트 푸드 음식점
Three Crown Square 중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우.야~~~~~ 6일 연휴 직전이라 그런거겠죠? Regent St에서 크리스마스 장식한 거리 구경 나온 것에 못지 않은 인파네요.
빠에야(Paella, 스페인식 철판 볶음밥) 먹어보려고 줄 섰다가 줄이 줄어드는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서 포기했습니다 😰
다양한 먹거리들을 그냥 지나가면서 찍었어요. 모든 점포들에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줄서 기다립니다.
미리 정해놓고 온 2군데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Bread Ahead Bakery. 시장의 3구역이 만나는 모퉁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10년 전 이곳 Borough Market에 첫 점포를 낸 뒤로 10년 동안 꾸준히 점포를 늘려 tea house와 restaurant를 포함 런던에만 총 6개 점포로 늘어났고 UAE와 사우디 아라비아에도 총 3개의 점포를 냈다고 합니다.
여기도 줄이 20~30m 정도 서 있네요.
천연 효모빵(sourdough bread), 천연 효모 피자, 페스트리(pastries) 등도 많이 팔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도넛입니다.
갈 곳이 하나 더 있어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져서 The Black Pig라는 샌드위치 가게로 갔습니다. 스트리트 푸드들이 모여 있는 Borough Market Kitchen 구역 안에 있습니다. 실외지만 커다란 지붕을 만들어 놓아서 비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군요. 저 녹색 바베큐 오븐에서 고기를 천천히 구워 사용합니다. (메인 가격대 £9~12, 맛 8.5, 가성비 9.0, 인테리어 2.0)
여기도 줄이 20m 쯤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업원들이 완전 분업으로 순서에 따라 재료를 넣고 다음 사람으로 넘겨주는 속도가 무척 빠르네요.
10여분 기다려서 주문하자마자 샌드위치를 받았습니다. 저녁 예약이 6시인데 교회 다녀오고 나서 이미 1시라 한개만 주문했어요.
앉아서 먹는 곳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글 바글 ㅎㅎ
비가 내리지 않아서 샌드위치를 가지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정면의 높은 건물은 Southwark Cathedral)
마침 Bread Ahead에 줄 서 있던 마눌님도 도넛을 사서 오고 있네요. 처마 밑 벤치에 엉덩이를 붙여 봅니다.
이곳의 장점은 일단 식재료들이 좋습니다. 소고기/닭고기는 없고 돼지고기만 쓰는데 (그래서 이름이 'The Black Pig') 우리에서 집단 사육하지 않고 놓아서 기른(free range) 돼지고기에요. 대량 생산으로 만들어진 가공육 대신 제대로 요리 된 고기를 쓰는 것만으로도 무척 매력적인데 고명으로 들어가는 채소, 과일, 소스들도 신선하고 질이 좋네요. 위에 뿌린 진짜 parmesan cheese 좀 보세요. 30개월 숙성한 치즈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빵도 토스트한 치아바타(ciabatta)를 써서 구성이 이탈리안 샌드위치 느낌입니다.
Honey Truffle Parmesan £11.00.
천천히 구운 돼지고기 목살에 honey truffle mayo, fennel(회향), apple slaw. 한입 크~~게 베어 물어 먹었습니다. 헐~~~~ 지금껏 먹어본 샌드위치 중에 제~~~일 맛있네요. 빵도 폭신하니 너무 맛있고 고소하고 달달하고 쫍쪼름한 맛의 조화가 끝내줍니다. (Borough Market이 6일 연휴 후에 연 31일에 문 열자마자 와서 또 사다 먹었어요 😁)
메뉴는 총 6가지이고 메뉴에 관계 없이 천천히 구운 돼지고기 목살과 토스트한 치아바타 빵이 공통분모로 들어갑니다.
간단한 식사에 이어 Bread Ahead Bakery의 도넛을 먹어봅니다. 개당 £4.00 로 총 6가지 filling이 있습니다 (vanilla custard, velvet chocolate, sea salted caramel & honeycomb, praline, lemon custard, rasbberry jam)
원래 도넛이란 이름은 dough nut 즉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암나사 모양을 말하는 것이라서 중간에 구멍이 있어야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구멍 없는 원형, 공 모양, 꽈배기등 모양과는 관련 없이 밀가루 반죽을 튀겨낸 것들을 도넛이라 통칭하게 되었지요.
Bread Ahead Bakery에서 파는 것은 구멍 없이 만든 도넛 안에 가루 설탕을 뿌리고 잼이나 크림등을 채워넣은 것으로 독일의 Berliner, 폴란드의 Pączki, 이스라엘의 Sufganiyah 등과 같은 종류의 도넛입니다.
영국에서는 다른 모양의 도넛들도 있지만 50% 이상의 사람들이 안을 채워 넣은 구멍 없는 도넛을 선호해서 이 종류가 영국에서는 보편화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The best doughnuts in London] 스코틀랜드 일부 지역에서는 링 모양의 전통적 도넛을 도우링(doughr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도넛 한개에 £4.00면 싼 것은 아닌데 사이즈도 꽤 크고 너무 맛있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계속 점포수 늘어나고 해외 진출 할 만 합니다. 이것도 31일에 다시 와서 한 박스 더 사먹었어요. 제일 맛 있던 것은 이 피스타치오로 만든 praline(견과류를 설탕에 조린것)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도넛 필링은 단연 산딸기(raspberry) 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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