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작은 아이의 취직
미국은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화된 나라입니다. 이웃 아이 봐주기 (babysitting), 간단한 정원일 (gardening), 청소, 노인 심부름, 개 산책 같은 소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재주가 있으면 제품 사진 찍기, 공예품 만들기도 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식료품 점원, 레스토랑 웨이터/설거지, 패스트푸드 점원등으로 일하기도 합니다. ["십대 청소년이 돈 버는 방법"]
올해 5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작은 아이가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에서 "guaranteed to transfer" (편입 보장) 라는 조건부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시행하는 학교가 몇 없는데, 아무 4년제 대학에서나 1년간 평균 학점 B 이상을 유지하면 내년에 무조건 편입을 받아준다는 희한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학교에 먼저 1년을 다니기로 하면서 시간제 근무로 취직을 하고 싶다고 지원서를 몇 군데 넣었습니다. 친한 친구 중에 고등학교 때부터 패스트푸드 알바를 하던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만만하게 보았던 임시직 알바 자리들은 아예 연락이 안 오거나 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의료 서비스 회사에 3단계의 인터뷰를 거쳐 정규직 사원으로 덜컥 합격을 했네요. 2007년에 창업한 1차 진료 (primary healthcare) 전문 회사로 꾸준히 성장을 해서 미국 전역에 125개 이상의 오피스가 있고, 8천여개의 기업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 지난 주에 IT 업계의 대형 주자인 A사에 합병 발표가 났습니다.
하는 일은 접수 담당 (receptionist)인데, 집 부근의 큰 IT 회사 안에 있는 상주 오피스로 배치 받게 되었다고 들떴네요. 미국 직장은 보통 식사를 주지 않지만 이 회사는 좋은 음식 공짜로 주기로 소문난 회사거든요. 정규직이라서 시급도 최저 임금보다 꽤 높고, 보험 다 제공하고, 유급 휴가도 있고, 연금 (401K) 가입도 해준답니다. 제가 학교를 또래보다 1년 먼저 갔고, 학부 졸업하기 전 취직해 1월부터 근무를 했습니다. 한국인 남자치고는 비교적 이른 만 21세부터 본격적인 직장 생활을 하긴 했지만 제 아이가 만 18세에 정규직으로 취직할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좀 얼떨떨하군요. 제가 취직한 후로는 한번도 쉬는 기간 없이 30년 넘게 살아오다보니 좀 아쉬울 때가 종종 있어, 아이들에게 "가능할 때 몇 달 ~ 1년 정도는 쉬면서 여행도 좀 멀리 다녀오고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는데, 작은 아이는 "놀면 뭐해?" 생각을 했나 봅니다. 유럽에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럽 음식에 😁) 관심이 무척 많은 아이인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혹 취직 대신 유럽 배낭 여행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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