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다니의 마리아: 나드 향유
베다니의 마리아: 나드 향유
2022.02.16죽어서 나흘이나 되었던 내 동생 나사로를 선생님께서 살려내신 일은 그 날 우리와 함께 그 장면을 목격한 여러사람들의 입을 통해 예루살렘과 온 유대 지방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직접 본 사람들은 물론이고 전해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생님이 "오시리라 했던 메시야 (Messiah = Christ)"인 것을 굳게 믿게 되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더 이상 유대인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시며 다니셨다. 계속 퍼진 이 소식은 결국 바리새인들과 대제사장의 귀에도 들어갔고, 그들은 유대의 최고 의결기관인 산헤드린 공회를 소집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90년 전 하스몬 왕가가 이교도인 로마에게 굴복한 이후로 식민지로 굴욕스럽게 살면서도 이들은 로마의 하수인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자신들의 작은 자치권을 인정 ..
베다니의 마리아: 되살아난 나사로
베다니의 마리아: 되살아난 나사로
2022.02.15사랑하는 나사로가 창창한 젊은 나이임에도 그렇게 허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다... 전통에 따라 굴을 하나 매입해서 시체를 안장하고 커다란 바위로 그 굴을 막았다. 마을 뒤 산 중턱에 있는 초라한 굴이다. 예루살렘에서 찾아오는 친척과 지인들이 꽤 많아 함께 울며 애도하다보니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선생님께 소식을 전하러 갔던 사람이 드디어 돌아 왔지만, 선생님께서는 그와 함께 오시지 않으셨다. 순간 섭섭한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차피 와 주십사 청한 것도, 와 주시리라 크게 기대했던 것도 아니었고, 이미 나사로는 죽었는데 선생님께서 목숨의 위협을 무릅쓰고 오시는 것 보다 그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소식 전하러 간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전했다. 선생님께서 나사로의 ..
베다니의 마리아: 나사로의 죽음
베다니의 마리아: 나사로의 죽음
2022.02.14쨍그랑~~~ "나사로! 나사로!! 정신 좀 차려봐! 나사로~~~~!!" 그릇이 떨어지는 소리와 마르다 언니의 목소리에 놀라 동생 나사로 방으로 달려갔다. 나사로가 먹은 것을 다 토해낸 상태로 의식을 잃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시름시름 앓다가 최근에 심해져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한지 벌써 몇 주 되었는데, 오늘은 정말로 상태가 심상치 않다. 동공이 풀린 상태를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언니! 제발~~~~~ 선생님께 연락할 수 있게 허락해 줘!! 이대로 나사로를 죽게할거야?" 우리 마을의 이름은 베다니(בֵּית-עַנְיָה)... 아픈 자의 집, 가난한 자의 집, 슬픔의 집 등의 뜻을 가진다고 한다. 이 마을 주민들 중 많은 가족이 중증 병자를 두고 있고, 그 중 상당수는 나병에 걸린 사람들이다...
Doctrine (교리)
Doctrine (교리)
2020.09.20[4년 전에 썼던 글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면 예배 강행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보면서 다시 한번 올려봅니다] "썰"을 한번 풀어보려고 한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굼벵이, 메뚜기, 바퀴벌레, 좀 고급스럽게 먹으면 쥐 같은 것으로 연명하면서 살았다. 몹시 불결한 음식들이라서, 다들 병치레를 많이 했고 오래 살지도 못했다. BC 2100년경 신께서 아브라함에게 소 한마리를 주시면서, 아브라함의 자손들이 모래와 같이 많아질 것인데 다들 소고기를 풍족히 먹으면서 살거라고 하셨다. 그 후로 아브라함의 후손들은 실제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신께서 주신 소를 먹고 살면서 다른 민족들보다 월등히 건강한 몸으로 장수하여 큰 민족을 이루어 살게되었다. 그런데, 삶이 편해지면서 다들 소의 관리를 점점..
라합의 일기 (5) - 무너진 성벽
라합의 일기 (5) - 무너진 성벽
2020.04.11라합의 일기 (5) - 무너진 성벽 요단강을 건너온 히브리인들은 길갈 평야에서 뭔가를 하면서 다시 며칠을 있었고 여리고 성 사람들은 성벽 너머로 그들을 지켜보면서 초조한 매일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에 왕은 예정했던대로 성의 어린 아이 하나를 몰렉신에게 산채로 태워 죽여 드리고 성 사람들에게 이제는 걱정말라고 큰소리를 쳐댔다. 사실 가나안 지역 전체를 통털어 여리고만큼 견고한 성은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연결된 성벽 외벽만해도 어른 5명 합쳐놓은 만큼이나 높게 진흙벽돌과 돌을 사람키 두께로 쌓아놓은데다, 그것도 모자라 그 안으로 다시 엄청나게 높은 내벽을 진흙벽돌로 쌓아놓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 성을 감히 공략하지 못했다. 성 중앙에 있는 큰 오아시스도 있고, 방금 추수한 곡식도 넘..
라합의 일기 (4) - 멈춰버린 요단강
라합의 일기 (4) - 멈춰버린 요단강
2020.04.10라합의 일기 (4) - 멈춰버린 요단강 강 건너 진치고 있는 히브리인들 탓에 이곳 여리고 성에 드나드는 나그네들도 전 같지 않게 거의 없어 내가 운영하는 여인숙도 한산하기만 하다. 하는 일도 거의 없다보니 틈만 나면 멍하니 앉아 얼마전 들었던 점토판에 적힌 이야기를 생각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만에 나그네 두 명이 내 여인숙에 들어왔다. 여리고 성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성 분위기에 대해 이런 저런것을 묻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곳 신들에 대한 나의 회의감과 점토판에서 알게된 히브리인들의 신에 대해서도... 내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듣고 있던 그들은 조심스럽게 히브리인들이 광야에서 겪었다는 기적들을 포함해 많은 이야기를 더 해주면서 자신들도 가나안의 신들은 가짜인것을 확신한다고 ..
라합의 일기 (3) - 점토판에 기록된 신
라합의 일기 (3) - 점토판에 기록된 신
2020.04.09라합의 일기 (3) - 점토판에 기록된 신 긴장과 공포로 히브리인들의 동태를 지켜보던 중 얼마 전 히브리인들의 진영에 큰 곡소리가 났다. 왕은 아니지만 그들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들었다. 무려 한달간 곡소리가 그치지 않았고 그 길고도 긴 곡소리는 우두머리가 죽었으니 히브리인들의 구심점을 잃었을 것이며 그러니까 여리고성을 노리지 않을것이라는 안도감을 우리에게 주었다. 그런데 우리 기대와는 달리 그들의 군대가 식량을 준비하고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갑자기 들려왔고 이로 인해 한동안 안도하고 있던 성 안 분위기는 다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사장과 사제들이 성을 휘젓고 다니면서 젖을 갓 뗀 어린 아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대체 뭘 하려는걸까? 저렇게 어린 아이까지 데려간 적은 없었는데......
라합의 일기 (2) - 신이란?
라합의 일기 (2) - 신이란?
2020.04.08라합의 일기 (2) - 신이란? 내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들어오는 나그네들마다 히브리인들 이야기에 한층 더 열을 올린다. 헤스본과 바산에 있던 히브리인들이 모압 평원으로 이동했고 그곳에 살고 있던 미디안 족속과 전쟁을 벌여 그들을 전멸시켰다는 것이다. 그 전쟁에 동원된 히브리인들은 전체의 1/50 에 불과한 일부였다고 하니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가나안 다른 지역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겠으나, 특히 이곳 여리고성은 히브리인들이 진을 친 모압 평원에서 요단강 건너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공포심은 더욱 역력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도 히브리인의 신에 맞설 신에게 제사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13살때 처음 참여한 제사의 경험은 지금도 머리에 생생하다. 사제들이 성..
라합의 일기 (1) - 희한한 족속
라합의 일기 (1) - 희한한 족속
2020.04.07라합의 일기 (1) - 희한한 족속 (고난 주간 중에 여행기를 올리기는 좀 그래서 일주일 간 쉴까.... 하다가.... 몇 년 전에 썼던 글인데 오늘부터 여호수아서를 읽게 되어 다시 꺼내 읽으면서 재출간 😁 해봅니다 ) 성 안이 요즘 몇달째 불안하고 뒤숭숭하다. 히브리인들이라고 불리우는 족속 때문이다. 이 희한한 족속의 이야기는 어릴 때 할머니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이곳 여리고 성에서 이집트로 가는 길을 따라 4일 정도 남쪽으로 가면 시작되는 큰 광야가 있는데 이 곳에서 엄청난 수의 한 족속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듣기로는 할머니가 젊으셨던 시절 즈음에 이집트에서 도망쳐 나온 노예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도망쳐 나올 때 이집트에서는 온갖 천재지변들이 있었다고도 한다. 그들을 내보내달라는 노예..
성경은 동성애에 관해 뭐라 말할까
성경은 동성애에 관해 뭐라 말할까
2015.07.02성경은 동성애에 관해 뭐라 말할까 제가 사는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결혼 법·사회 발전과 동떨어질 수 없어, 법 앞의 평등 헌법이 보장해야", "동성 결혼은 합헙" 이라는 판결을 지난 6월 26일에 내어 놓았습니다. 동성연애자들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겠지요. 기독교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허용과 혐오이라는 두가지 극단 중 하나를 고수합니다. 뉴조 (News & Joy)의 성향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가서 둘러봅니다. 보수적인 기독교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내용과 의견과 소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중 나름 균형 잡힌 시각으로 쓴 것이 있어 공유합니다. (한국성서대학교 신약성서신학 이민규 교수님의 글입니다) 특별히 "성적 정체성/성향" 자체가 성경에서..
무장해제 (Disarmament)
무장해제 (Disarmament)
2014.09.16무장해제 (Disarmament)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내 마음과 머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빈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성경(text)를 보기에 앞서 내 상황(context), 의도(agenda), 선입견(prejudice)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빈 자리를 만드는 것은 내가 평생을 진리로 확신하고 믿어왔던 교리와 생각과 체험도 틀릴 수 있다고 방패를 내려 놓는 것이 하나요, 내가 싫어하고 거짓으로 여겨 공격해 왔던 것에서도 진리가 발견될 수 있다고 칼을 내려 놓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방패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내 안에 지고의 가치가 무너질 때 수반 될 “허탈” (요샛말로 “멘붕”) 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심각한..
Adam: Historic or Symbolic?
Adam: Historic or Symbolic?
2014.09.06Adam: Historic or Symbolic? “창조적 진화론”을 근 20여년째 미주 K집회를 비롯, 여러 신학대학을 포함한 곳곳에서 설파하고 다니시는 한 과학자께서 최근에 빌리 그래함의 글 한 부분을 인용하셨습니다. “I believe that God did create the universe. I believe that God created man, and whether it came by an evolutionary process and at a certain point He took this person or being and made him a living soul or not, does not change the fact that God did create man. … whichever w..
Age of the Universe?
Age of the Universe?
2014.07.23요즘 심심치 않게 접하는 주제 중 하나가 “창조적 진화론”입니다. 넓게 보면 political science같은 것도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주제에 관해서 말할 때는 아마도 전통적인 좁은 의미의 science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순수과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공학에서도 비교적 물리학에 가까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라는 경험에서 볼 때 과학은 통상 (1) 현상의 발견 혹은 관찰 (2)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의 제시 (3)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및 재현 가능한 실험결과의 제시라는 형식을 따릅니다. 무척 논리적이고 straightforward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 “아! 정말 그렇구나”라고 똑 부러지게 증명 되어지는 것보다는 “나름 그럴듯하네” 정도의..
Job (욥)
Job (욥)
2012.10.10Job (욥) 요즘 생명의 삶 본문이 욥기입니다. 처음 욥기를 공부하던 생각이 나네요. 성경공부반에서 "잘 읽히지 않는 구약 성경 읽기"라는 제목하에 3개월동안 출애굽기의 성막을 시작으로 레위기등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욥기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성경공부 인도자였지만 저도 처음 공부해 보는 내용들이라 진도만 잡아 놓고 매주 정해진 부분을 그때 그때 닥쳐서야 본문과 씨름을 하고 있었지요. 욥에게 닥친 황당한 재앙, 세 친구들의 주장, 욥의 항변과 질문, 그리고 또 다른 한 친구 엘리후의 주장, 끝으로 하나님의 말씀... 이렇게 한발자국씩 걸어 마지막 42장에 드디어 다다랐을때 저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긴 이야기 끝에 직접 나타나신 하나님께서 38~41장에 걸쳐 욥에게 수많은 질문 공세를 던지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