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Disarmament)
무장해제 (Disarmament)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것을 꼽으라면 내 마음과 머리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빈 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성경(text)를 보기에 앞서 내 상황(context), 의도(agenda), 선입견(prejudice)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빈 자리를 만드는 것은 내가 평생을 진리로 확신하고 믿어왔던 교리와 생각과 체험도 틀릴 수 있다고 방패를 내려 놓는 것이 하나요, 내가 싫어하고 거짓으로 여겨 공격해 왔던 것에서도 진리가 발견될 수 있다고 칼을 내려 놓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방패를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내 안에 지고의 가치가 무너질 때 수반 될 “허탈” (요샛말로 “멘붕”) 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 때문입니다. 목회자의 심각한 범죄가 만천하에 드러나도 눈과 귀를 틀어막고 현실 부정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단으로 확정되어 대다수가 등을 지고 나간 후에도 세상과 고립된 채 함께 몰락하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의 극단에 해당 되겠지만 사실 제 안에도 그런 심리가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내려놓음이 없다면, 일년에 여러번씩 성경 통독을 하는데도 새로운 것을 깨닫는 것 없는 여호와의 증인들이 남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또 많은 경우에 이것은 내가 그 동안 성취하고 쌓아왔던 것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지위, 직업, 학력, 재산, 관계 등.... 이런 것들을 ‘똥’처럼 여기지 못하기 때문에 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 함으로 불안요소를 멀리하고 싶어 합니다.
칼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은 내가 과거에 받는 상처를 통해 전해지는 견딜 수 없는 “아픔” 때문입니다. 내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이나, 내가 혐오하는 단체가 주장하는 말과 행동에 관련 되어 있는 부분에는 내 마음이 자동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분명 한두 단어만으로도 함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인데, 오염된 것 같아 사용하지 않고 싶어 그 단어를 피해 뺑뺑 돌다 보니 어느덧 한두 페이지를 할애해야만 하는 적도 있습니다. 기복주의, 근본주의, 자유주의, 민중신학, 해방신학, 세대주의, 다원주의... 일단 거부반응이 일어나면 마치 정 반대편에 진리가 있는 것처럼 반작용으로 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콩으로 메주 쑨다 하여도 곧이 듣지 않는다”는 말이 이런 경우겠지요. 제 짧은 경험으로 볼 때, 가까이 있었지만 싫고 더럽고 혐오해서 쳐다보지 않던 것 속에 감추어져 있었던 나사 하나가 결국에는 뭔가 잡힐 듯, 완성될 듯 하면서도 마무리되지 않고 맴돌고 있었던 것의 마침표가 되는 일이 분명 있습니다.
읽는 우리야 여러 번 읽고 들어 그렇지 않지만, 사실 성경에 나온 내용들을 살펴 보면 당사자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충격적인 사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묵상하는 우리에게도 그런 충격적인 말씀을 하시도록 하려면 먼저 내 안 에 빈자리를 마련해야만 하겠습니다.
[추신] 한국 신문의 기사나 SNS에서도 “허탈”과 “아픔”을 두려워 상대방의 말에 귀를 닫고 “끼리 끼리” 어울려 떠드는 모습... 참 많이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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