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식당: Pushkin in San Francisco
우크라이나라는 먼 나라에 대해 많은 관심이 주목되는 시기에, 그 나라 음식을 하는 식당도 있을 것 같아 찾아보니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딱 하나가 있더군요. 식당 이름은 "푸쉬킨 (Pushkin)" 아마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유명한 러시아 문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이름에서 따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신뢰하는 Yelp 점수 4.5/5.0으로 우수합니다.
샌프란시스코 금융가 (Financial District) 안에 있네요. 상용차 외에는 도로변 주차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 주차빌딩에 차를 대야 하는데 이 지역은 주차요금이 꽤 비쌉니다. (보통 15분에 $3~$4) 저는 남쪽으로 한 블록 거리에 있는 조금 싼 (1시간에 $10) The White House Garage에 주차를 했습니다.
차가 다니지 않는 뒷 골목 안에 식당들이 죽 있고 그 골목 중간에 자리하고 있네요. 미국에서 이름이 붙은 모든 도로는 자동차 도로이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일방 통행 이면도로였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실내 인테리어. 빈 벽에 그려진 벽화 하나. 미술을 보는 안목이 전혀 없어 잘 그린건지 못 그린건지는 알지 못하고 벽 아래쪽 색깔과 잘 매치되는 깔끔함이 좋았습니다. 행복의 파랑새를 의인화한걸까요?
메뉴 구성도 그렇고 분위기도 그렇고, 식당이라기 보다는 카페테리아 (cafeteria) 같은 느낌입니다. 오픈 키친. 주방은 깔끔한데 높은 선반 위에 박스째 얹어 놓은 잡동사니 덕에 분위기 점수가 확 깎여버리네요. 차라리 벽을 하나 막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만두 (dumpling) 몇 가지, 스프 (soup), 피로시키 (piroshki)라는 빵으로 제한되는데, 그나마도 주문이 안되는 것들이 있군요. 폴란드 소시지 (Polish sausage) 와 케익들은 꼭 먹어 보고 싶었기에 많이 아쉬웠습니다.
주문을 카운터에서 하면 식탁으로 가져다주는 방식입니다. 오른쪽 소스 (sauces) 코너에 스메타나라는 사우어 크림 (sour cream)을 각자 알아서 펌프질해가게 두었습니다.
아직 코로나에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 실내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없었고, 한 테이블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사랑한다는 의미로 그린 그림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식당 입구와 계산대 여기저기에 붙여 놓은 "Support Ukraine" 벽보. QR 코드를 스캔하면 우크라니아 은행의 한 기부 계좌로 연결이 됩니다.
손님들은 모두 야외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그늘진 곳도 있고 양지 바른 곳도 있어 선택해 앉을 수 있습니다. 11시에 문을 열자마자 이른 시간에 가서 그런지 전체 좌석의 1/3 정도 찼습니다.
주문한 첫번째 음식, 보르쉬 (borsch, 러시아식 표기는 borscht) 라는 스프입니다. 작은 사이즈 $9. 식탁의 나무가 약간 다른 색 2가지 나무를 사용한 것이라 우크라이나 국기 비슷한 느낌으로 그릇을 배치해보았습니다. 주 재료가 빨간 비트 (beet, 사탕무)와 토마토라서 강렬한 색이 인상적입니다. 위에 뿌려진 짙은 녹색의 것은 말린 딜 (dill, 소회향)과 파슬리(parsley) 인듯 합니다.
오리지널 레시피에 따르면 스메타나라는 사우어 크림 (sour cream)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아까 봐둔 소스 코너로 가져가 크림을 넣었습니다. 큼직한 수저로 뜬 덩어리를 넣었으면 보기에 좋았을텐데 펌프에서 나온거라 비주얼이 좀 별로입니다.
피로시키 (piroshki)라는 빵 두개를 주문했습니다. 개당 $5. 이것은 사과 속.
이것은 소시지 (sausage) 속.
국물을 처음 먹으면서 드는 느낌은 한국의 소고기 뭇국. 무거운 맛 전혀 없이 아주 개운한 맛이 매력적입니다. 붉은 색깔이 강렬해서 육개장을 연상시키지만, 맛은 전혀 맵지 않고 새콤달콤 합니다. 헝가리의 구야시 (goulash)가 우크라이나로 전파되어 맵지 않은 버전으로 정착한 것 같기도 합니다.
비트와 토마토 외에 들어간 채소들을 보면 양배추 (cabbage), 당근 (carrot), 양파 (onion), 피망 (bell pepper), 감자 (potato) 등이 있는데, 길게 채를 치거나 작게 자르고 푹 익혀서 그런지 씹히는 것은 비트와 감자, 그리고 소고기 정도입니다.
위에 기름기가 조금 떠 있기는 하지만, 먹으면서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아서 야채 수프를 먹는 느낌입니다. 딜 (dill) 도 기름기와 잡내를 없애는데 일조하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맛이 너무 담백하다보니 고소한 맛이 조금 아쉬웠는데, 사우어 크림이 해결을 해주는군요. 채소및 소고기 건더기에 뻑뻑한 크림을 듬뿍 섞어 입에 넣으니 새콤하면서 고소한 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소시지 피로시키. 스페인 음식 엠파나다 (empanadas)와 비슷한데, 엠파나다에 비해 껍질을 덜 뻑뻑하고 더 바삭하게 만들어서 고소한 맛과 식감이 좋습니다. 소고기와 돼지 고기를 섞은 폴란드 소시지 (Polish sausage)에 체다 치즈 (cheddar cheese) 를 섞었다는데 치즈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짭잘하고 고소한 괜찮은 맛입니다.
디저트 케익이 없다고 해서 대신 시킨 사과 피로시키. 사과, 건포도, 계피 (cinnamon)으로 속을 채우고 겉 위에 양귀비씨 (poppy seed)를 얹었습니다. 이건 우크라이나 토종이라기 보다는 미국식으로 만든것 같네요. 달달하니 맛은 좋은데 속재료의 계피 맛이 강해서 양귀비씨의 고소한 맛은 가려진 느낌입니다.
식당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들 보면 다 먹음직스러웠는데 (아래 퍼온 사진들 참조) 점심 시간에 먹어볼 수 있는 메뉴가 너무 제한 되어서 저녁 시간에 다시 한번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는 "맛집" 카테고리가 아닌 "음식" 카테고리로 보류 합니다.
소박해 보이는 디저트 맛도 많이 궁금합니다. 이건 치즈 팬케익 (cheese pancake)
이건 하니 케익 (honey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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