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Liberty)의 그림자

서방 민주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두 단어는 아마도 "자유 (liberty)"와 "평등 (equality)" 일 것이다.   굳이 고르라면 미국에서는 아마도 자유를 평등보다 중요시하는 듯 하다.  미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뉴욕시의 상징도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이고, 미국 독립선언서, 헌법, 권리헌장 등 건국의 중요 문서 곳곳에 등장하는 미국의 가장 신성한 가치이자 미국인의 집단적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이다.  

 

지금은 천조국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지만, 과거 168년간이나 영국의 식민지로 착취 당하던 이 나라의 자유에 대한 열망은 십분 이해가 간다.  영화 브레이브하트 (Braveheart)의 주인공 윌리엄 왈라스 (William Wallace)는 "Every man dies but not every man truly lives.  They may take our lives but they'll never take our freedom!" (모든 사람은 죽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진정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우리의 삶은 빼앗을 수 있겠지만 우리의 자유는 결코 빼앗을 수 없다!) 라고 외쳤고, 단두대에서도 마지막으로 "Freedom~~!!" (자유)를 부르짖으며 삶을 마감했다.  

 

그러나 들을 때마다 가슴을 뛰게하는 "개인의 자유"는 종종 타인의 희생을 야기한다.  미국의 가장 큰 치부 두가지를 꼽자면 아직도 여전한 흑인 인종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일텐데 두가지 모두 개인의 자유에 대한 무한 보장에서 생긴 산물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낙태의 찬반 논쟁은 미국에서도 멈추지 않는 의제중 하나인데, 주로 민주당 지지자 (Democrats)들인 낙태 찬성 측을 "Pro-Choice" (선택 찬성)이라고 일컫는 것 역시 이것이 산모 개인의 자유임을 주장하는 사고 방식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아직도 출구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대미문의 속도로 최상질의 백신을 무려 3개나 개발했다.  그 덕에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백신을 어떻게든 한명이라도 더 접종시키려고 돈까지 줘가며 꼬드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감기약 안 먹겠다고 버티며 우는 아이에게 사탕 주며 달래는 꼴이다.  1년 반 만에 팬데믹의 종식을 바라보았으나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상황이 역전 되고 말았다.  엄청 높아진 전염율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점점 악화되는 상황이 이 놈의 빌어먹을(?)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 덕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낙태는 민주당, 이번에는 대체로 공화당 지지자 (Republicans) 들이다.  백번 양보해서, 백신 거부는 이해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의무화까지 반대하면 뭘 어쩌자는건가?  답답한 마스크 좋아서 쓰는 사람이 어디 있나?  마스크 쓰지 않을 자유가 자신의 그리고 타인의 목숨과 생계를 걸어야할 만큼의 가치가 정말 있다고 굳게 믿는걸까 아니면 나이만 먹었지 철 없이 떼쓰는 늙은 십대 (teenager) 의 이유 없는 반항일 뿐일까?

 

"엄니~  덩달이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