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藥)이 될까? 독(毒)이 될까?
약(藥)이 될까? 독(毒)이 될까?
같은 것이라도 어떤 증세, 어떤 체질, 어떤 시점, 얼마만큼의 dose냐에 따라, 약(藥)이 되느냐 독(毒)이 되느냐가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도 그런 양면성을 보이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경책하시고 징계하실 때가 있고, 반면 우리를 위로하시고 싸매실 때가 있습니다. 둘 다 분명한 성경의 말씀이지만 동일한 말씀이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독이 됩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과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 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 (요한3서 2절) 라는 말씀에 기반한 '삼중축복'의 메시지가 은평구 대조동 달동네의 천막교회에 선포되었을 때는 삶의 모든 소망을 잃고 좌절한 상한 갈대들과 꺼져가는 등불들에게 생명의 떡이 되었지만, 수십년이 지난 후 거대하고 화려한 여의도 성전 안에서 예배드리는 부요한 심령들에게는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비만의 요인이 되어가고 있으며, Catholic의 교권주의 밑에서 평생에 걸친 선행과 고행과 자기 수련 끝에 얻은 "오직 믿음과 은혜로만"이라는 Martin Luther의 고백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 한국 개신교의 무력함을 초래하는 비겁한 영적 도피구가 되고 말았습니다.
파우스트(Faust, Goethe의 시극에 나오는 주인공)가 무엇을 알아보려고 일생 동안 노력한 끝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였을 때, 이 말은 그의 전생애적 노력의 결과이다. 반면 이같은 말을 대학 신입생이 이용한다면 그 뜻은 전혀 달라질 것이다 (Kier-kegaard). 결과로서의 이 말은 진리지만, 전제일 때 자기 기만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실생활에서 얻은 인식을 생활에서 분리할 수 없음을 뜻한다. 전 소유를 버리고 예수를 따라가는 자만이 오직 은혜에 의하며 의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오라는 부름 자체를 은혜로, 은혜를 부름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은혜의 혜태으로 오히려 순종을 모면하려는 자는 스스로 속는다......
그렇다. 날마다 다시 죄인이 되고 죄에서 용감하라. 그러나 누구에게 이런 말이 해당할 것인가? 이 말이야말로 충실히 죄와 항상, 싸우고 예수를 따라가는 데 지장이 되는 모든 방해물에 날마다 항의하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불충실과 죄로 불안해 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겠는가? ...
원리로 이해된 은혜, 원리로 파악된 "죄를 범하는 데 과감하라" 다시 말해 값싼 은혜는 결국 돕는 힘도 자유도 주지 못하는 또 하나의 율법에 불과하나, 산 말씀으로서의 은혜, 시련을 위로하고 따라오라는 부름으로서의 "죄를 범하는 데 과감하라" 다시 말해서 비싼 은혜는 죄를 실제로 용서하고 죄인을 자유롭게 하는 유일한 은혜이다.
Dietrich Bonhoeffer의 "나를 따르라" 中에서
거시적인 신학적 문제라면, 적어도 하나님 앞에 정직한 심령으로 시대를 읽어가려고 애쓰는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분에 대한 방향과 답이 이성적으로 주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들이 미시적이고 인격적인 개인의 문제로 내려와 적용되어져야 때는, 약인가 독인가에 대한 확신이 그리 분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한 영혼을 섬기고 권면함에 있어서, 이런 위험성은 언제나 마음 속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경륜과 하나님의 때는 우리의 이성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할 때, 내가 이 일을 그리고 이 말을 바로 지금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신다"는 말씀에도 불구하고, 더욱 더 큰 마음의 부담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마음의 부담에 비례해서 성령의 조명하심, 하나님의 직접적인 개입하심과 인도하심에 대한 나의 목마름과 배고픔은 더욱 커져만 갑니다.
'내 생각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Changes in Attitudes (태도의 변화) (1) | 2012.09.02 |
---|---|
Identity of Faith (4) | 2012.06.20 |
조삼모사(朝三暮四) Christian (0) | 2011.10.14 |
지금도 그 때와 같이... (0) | 2010.12.19 |
Gossip Bible Study (0) | 2010.08.26 |
Stress Means... (0) | 2010.08.01 |
Trend에 대한 딴지... (2) | 2009.12.28 |
사람을 양육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 (0) | 2009.09.17 |
원점에서 다시... (0) | 2009.01.01 |
스스로 준비해 먹을 수 있도록 (0) | 2008.12.31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지금도 그 때와 같이...
지금도 그 때와 같이...
2010.12.19 -
Gossip Bible Study
Gossip Bible Study
2010.08.26 -
Stress Means...
Stress Means...
2010.08.01 -
Trend에 대한 딴지...
Trend에 대한 딴지...
20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