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ntity of Faith
Identity of Faith
2010년 말 성추행 사건으로삼일교회에서 사임했던 전병욱목사님께서 1년 반만에 홍대 새교회란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자 여기 저기서 우려 내지는 지탄의 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임한 후에도 성추행이란 것의 구체적인 수준에 대해서 폭로성의 글들이 떠돌아 다닌 적이 있지만 (물론 사회의 통념이나 법적인 측면에서는 다르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크리스찬에게 있어서는 성추행이나 간통/강간이나 50보 100보라고 생각합니다. 죄의 권세는 둑에 난 조그만 구멍과도 같아 처음 한번이 어려울 뿐 그 후에 어디까지 갈지는 그저 시간의 문제일뿐이기 때문이지요.
성경이 수많은 영적 조상들의 추악한 잘못들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적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교회가 목회자에 대한 “환상”들을 심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죄 안 짓고, 늘 거룩하고, 늘 성령 충만하고… 그런 면에서 1년 반 전의 일로 인해 전병욱 목사님께 돌 던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홍대 새교회 게시판에 있는 글들 특히 “공지” 글로 올라온 글들을 읽어보면 정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아닌 막연한 신뢰에 근거한 성원을 보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이 교회 개척에 함께하는 형제 자매들의 신앙 정체성에 대한 우려를 하게 됩니다.
삼일교회 교인들의 대다수는 전병욱 목사님을 통해 예수님을 알게 되고 신앙을 키워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아마도 전목사님이 많은 설교자 중 한명이 아닌 영적 아비로 각인 되어 있을 것이고, 1년 반 전에 들었던 사건과 그동안 가져왔던 영적 아비로서의 이미지 간의 부조화를 소화해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사건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것은 많은 경우 본인의 신앙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나의 물질과 열정과 시간을 바쳐 달려온 나의 청춘의 결과가 마치 쓰레기와 같다는 사실이 견딜수 없는 멘탈의 붕괴로 느껴지는 것이지요. 2003년 한국 CCM의 주역중 하나인 최덕신 전도사의 불륜 사건이 아내를 통해 공개되었을 때에도,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금란교회 담임목사의 횡령과 불륜 사건이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에도 많은 사람의 반응은 “내가 받았던 은혜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깊은 회의이거나 사실 여부에 관계 없는 무조건적 거부로 나타났습니다.
반응은 정반대이지만 양 쪽 모두 그 논리 구조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역자를 통해 부어주시는 은혜가 그 사역자의 영성의 척도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홍대 새교회 게시판에 “공지”의 글을 올리는 변호사 남동성 형제의 글에서도 그 논리구조는 무척 선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 목회자가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그분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인지,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인지는 분별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전목사님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씀을 전할 수 있고, 단 한 사람의 성도라도 그 말씀을 듣고 살아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그런 분이 17년동안 그렇게 많은 사역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예수님께서 열매로 그 나무를 안다고 하였는데 (마 7:16), 전목사님을 성중독자로 간주하는 분들에 의하면, 지금까지의 삼일교회 부흥은 성중독자의 열매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는 결국 전목사님 뿐만 아니라 삼일교회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말이라 생각하며 지나치게 침소봉대하는 것입니다.”
10여전 전 두란노 서원에서 발행하는 “목회와 신학”에 실린 미국의 한 목회자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플로리다주에서 목회하며 해변가에 널린 쓰레기도 청소하고 전도도 하던중 우연히 줍게된 도색잡지에서 시작되어 나중에는 퇴폐업소까지 들락거리게 되자 죄책감과 괴리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직전까지 갔다가 용기를 내어 사모님과 선배 목회자에게 고백하고 도움을 청하여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는… 그 목회자의 고백에 의하면 자신이 점점 포르노와 성에 깊게 빠져드는 상황 속에서도 교회는 계속해서 더 부흥했다고 합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 (마태복음 21~23절)을 보면 사역과 권능이 결코 열매가 아니라는 것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반면 남동성 형제는 마태복음 7장 16절을 인용하여 역으로 전병욱 목사님의 사역이 그 분의 열매라고 말함으로 자신의 신앙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성경에 하나님께 크게 쓰임 받고도 구원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민수기 22장에 기록된 브올의 아들 발람도, 사사기의 대표적 사사 삼손도 그런 사람들 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 (고린도전서 9장 27절) 라고 고백했습니다.
저는 진실을 모릅니다. 그러나 전병욱목사님 관련되어 떠돈 상당한 수위의 소문들이 충분히 사실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1년반 전 전병욱 목사님의 변호를 맡았던 정범성 변호사가 홍대 새교회 개척과 관련하여 쓴 최근 글을 볼 때 거의 사실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 봅니다. 그런 면에서 마음의 염려를 거두기 힘듭니다. 전병욱 목사님의 지금 모습이 사울왕의 회개와 같은 행동일지, 아니면 다윗의 회개와 같은 행동일지... 홍대새교회의 개척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른 힘겨운 순종의 결단일지, 자신을 추종하는 일부 옛신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떠밀린 결정일지… 홍대새교회의 150여명 교인들과 세계 여러곳에서 전해 오는 격려의 글들이 전병욱 목사님의 회복을 위한 약일지, 파멸로 이끌 독일지... 150여명의 교인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 될지, 더 큰 좌절을 초래할 일이 될지… 그리고 전병욱 목사님의 사모님과 자녀들에게 기쁨일지, 슬픔일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단정하거나, 일어난 사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공동체에 해가 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홍대새교회 게시판에 전병욱 목사님 본인은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마치 본인인양 자신있게 단정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은 무척 위험해 보이기만 합니다.
선행과 범죄가 한 사람에게 늘 공존한다는 것이 복음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가지 큰 범죄로 인해 그 사람의 모든 선행을 상쇄시키거나, 혹은 역으로 많은 선행이 있기 때문에 한가지 범죄를 덮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신앙 정체성이 어느 한 사역자에 부속됨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어야 겠습니다. 사람에게 매어 있는 이상 우리는 복음 안에서 자유하지도 진실을 보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환상이 아닌 실체에 대한 아픈 사랑의 마음을 키워나가는 한국 교회가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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