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오타루 식당 기힌칸 (貴賓館)
홋카이도 오타루 식당 기힌칸 (貴賓館)
오타루(小樽) 시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져 있는 항구도시입니다.
만화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 쇼타의 고향답게 신선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먹거리, 대표품목인 유리공예품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 좋은 유제품을 기본으로 한 디저트 케익점등으로 여자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지요. 1899년 영국, 미국과의 자유 무역항으로 조약이 맺어지면서 사할린과 더불어 1920년까지 북부의 Wall이라 불리며 금융과 사업 중심지로 크게 성장을 하게 되기 전까지 오타루에서 번창했던것은 단연 어업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청어였다고 합니다.
오타루에서 청어 요리로 이름난 기힌칸(貴賓館) 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한자 그대로 "귀빈"(貴賓)을 위한 곳입니다. 청어잡이로 거부가 된 아오야마 가문의 3대째 딸인 마사에씨가 1923년에 별장으로 완공한 곳인데 건축하는데 무려 6년 반이나 걸렸고, 백화점 하나 짓는 비용이 50만엔 정도일 시절에 31만엔이라는 거금을 들였다고 하는군요. 여름에는 꽃이 만발한 정원이 꽤 볼만하다고 합니다.
오타루 시내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습니다. 오타루역 앞 버스터미널에서 홋카이도 주오버스(中央バス) "오타루 수족관행"을 타고 25분 정도 가서 슈쿠츠 3초메 (祝津 3丁目)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기힌칸(小樽 貴賓館) 주소: 〒047-0047 北海道小樽市祝津3丁目63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의 거리에 기힌칸이 있습니다. 2008년 방영된 "달콤한 인생" 1화가 여기서 촬영되었네요. (오연수/이동욱 주연. 홋카이도 관련 영상외에는 볼 것 없어요 😅 ) 드라마에서는 료칸(旅館) 숙소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식당입니다. 담장을 따라 조금 아래로 내려가면 입구가 나옵니다.
담장의 기와들이 예사스럽지가 않네요.
입구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는 100여년 전에 지은 원래 건물은 관광 목적으로만 개방하고 식당은 새로 지은 정면의 건물에 있습니다.
미니 박물관처럼 남겨둔 원래 건물입니다.
주문 제작한듯 보이는 기와들 그리고 처마 중앙에 새겨진 문양으로 건물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문양에 도미가 함께 새겨진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일본의 칠복신 (七福神, 시치후쿠진)중 하나인 에비스(えびす, 일본의 대표적인 맥주 이름으로도 유명하지요) 인 듯 합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게 되어 있는데, 의자 다리 높이를 2개로 나눈 아이디어가 돋보입니다. 별것 아닌듯 하지만 손님들의 배려는 저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시작되지요.
신발을 벗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널찍한 대기실 공간이 있습니다.
천장에 일본 풍의 꽃 그림들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는데 제각기 다르네요. 혹 여름에 오면 볼 수 있다는 정원의 꽃들을 전부 그린 것은 아닐까 상상을 해봅니다.
대기실 한편에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을 파는 작은 상점이 있고요
오래된 골동품들이 이것 저것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건 1900년대 초기 풍의 전화기인데 내부 부품을 바꿔서 실제로 전화를 걸 수 있게 만들었네요.
일본 가야금인 고토(箏)도 있군요. 가야금은 손가락만으로 뜯는 반면, 고토는 츠메(爪, 손톱이라는 뜻) 라는 조각을 끼고 연주합니다.
오래된 병풍 그림들도 전시되어 있네요.
대기실에서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중앙 부분은 테이블 배치를 상당히 여유롭게 했습니다.
손대지 말라는 안내문과 함께 고풍스러운 솥과 주전자가 전통식 화로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의자를 놓고 앉는 높은 테이블 자리도 있고 바닥에 앉는 낮은 테이블 자리도 있습니다.
단체 예약 손님들이 곧 오기로 되어 있는듯 하네요.
잔설이 쌓인 4월의 홋카이도는 쌀쌀해서 햇빛이 좋은 커다란 창가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비수기인데다 조금 이른 시간인지라 사람들이 거의 없어 좋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이 나왔습니다. 수공예로 만든듯한 찻잔 받침이 예쁘네요.
밥 먹기 전에 둘째 아이가 메뉴에서 발견한 단팥죽(ぜんざい, 젠자이) ¥650 을 먼저 한사발 주문했습니다. 디저트로 먹을것이지 ㅎㅎ
새우튀김이 들어간 튀김메밀국수(天ぷらそば, 덴푸라소바) ¥1,188 입니다. 하루 전날 생긴지 61년 된 소바(메밀국수) 전문점에 갔었는데 소바의 맛에 아이들이 매료가 되어서 ㅎㅎ
새우튀김과 고추튀김을 얹은 (エビ丼, 에비돈) ¥1,500. 빵가루 입혀서 만드는 곳과 여기처럼 튀김가루 옷 입혀서 만드는 곳이 있는데요, 여긴 튀김가루로 만들었는데도 빵가루 못지 않은 바삭함을 살려 만들었더라구요.
Signature 음식도 한번 시켜봐야지요. 유도후고젠(湯豆腐御膳, 두부탕 밥상이란 뜻) ¥3,240. 오른쪽 위에 큰 두부탕이 주된 요리이고 거기에 이런 저런 반찬들이 함께 나왔습니다. 푸짐하지요? 😁
일식도 맛있고 한식도 맛있는데, 일식 대비 평균적으로 한식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밥입니다. 수준 차이가 너무 나요. 청담동 고급 일식집 ‘우오’에서 20만원 짜리 오마카세에 '햇반'을 썼다가 논란이 된 사실은 한국의 밥 수준을 말해주는 해프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힌칸 밥. 맛있었어요.
두부로 어묵 비슷하게 만든건데요
안에 톳과 버섯과 곤약이 들어있어요. 곤약 같은 미끈 거리는 재료를 어떻게 저렇게 균일하게 넣을수 있는지 참 신기했습니다.
젓갈 비슷해 보였는데 한국 스타일의 저장식 젓갈과는 상당히 다르게 신선하고 가벼운 맛의 오징어였습니다.
연어회를 감귤류 껍질에 싸고, 게살을 곁들여 나왔습니다. 신선한 해산물에 비린맛 전혀 없이 상큼했네요.
고추와 버섯 튀긴 것.
이건 생선살에 시소(シソ, 차조기 잎)을 싸고 튀겨서 나왔습니다.
니신 (ニシン, 청어) 요리집에 왔으니 빼 먹을수 없겠지요? 청어 도시락이 메뉴에 있는데, 유도후고젠(湯豆腐御膳, 두부탕 밥상)에 한 조각이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생선 한조각인데, 조리하는데 총 4일 걸린다고 하네요. 원래는 잔뼈가 많고 기름지고 비린내가 강한 생선인데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하게 절인것이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너무 맛있더라구요. 간이 아주 담백하게 되어 있어서 배만 부르지 않았으면 더 시켜 먹고 싶었어요.
교토에서 많이 먹는 니신 소바는 훈제해서 말린 청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서는 잡아올린 청어를 곧바로 가시만 제거하고 조리한 듯 살도 정말 부드럽고 농후한 진한 맛이 정말 좋았네요.
참치, 가리비 조개, 새우가 조금씩 회로 나왔습니다.
머리 윗부분의 톱니같은 돌기 모양으로 미루어 보건데 독도 새우중 하나인 도화새우 (보탄에비 ,ボタンエビ) 작은 것 같아요. 눈이 너무 생생해서 먹기가 좀 미안 했어요.
양으로 볼 때 몸통이 작은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네요.
그리고 메인인 두부탕. 온천 욕탕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히노끼(ヒノキ, 편백나무) 통에 두부가 담겨 나왔어요.
간장소스를 담은 주전자가 두부 담긴 통에 끼워져 함께 데워지게 만들었네요.
신선하고 고소한 두부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맛있지요.
식성에 따라 넣어 먹게 가쯔오부시(かつお節, 가다랭이포), 파, 생강 갈은것이 함께 나왔는데 저는 두부 맛 자체가 좋아 양념 하지 않고 간장만 조금 부어 먹었습니다.
디저트로 나온 마차(抹茶, 녹차가루) 푸딩, 딸기, 생크림.
청어가 과연 비리지 않고 맛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을 후회했을 정도로 청어 한조각이 정말 맛있었어요. 다음에 혹 갈 기회가 있으면 청어 도시락을 꼭 시켜보려고 합니다. 유도후고젠(湯豆腐御膳, 두부탕 밥상)도 ¥3,240 이란 가격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나 하나가 손이 정말 꽤 많이 갔을 것 같은 음식들이었습니다. 한국 분들 대부분은 오타루 시내에서만 뚜벅이 여행하다 가시는 것 같은데, 이 기힌칸은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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