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른 봄 (4) 하코다테 첫 날
홋카이도 이른 봄 (4) 하코다테 첫 날
오전에 토야호 역으로 나가 기차를 타고 하코다테(函館)로 향합니다. 하코다테는 삿포로, 아사히가와에 이어 홋카이도에서 3번째 큰 도시입니다. 면적 678 제곱 Km에 인구 28만명이 사는 곳이니 서울시보다 더 큰 면적인데 반해 인구밀도는 고작 413명/Km2 입니다. 전체 인구밀도가 327명/Km2인 제주도와 비교하면 감이 오실것 같습니다.
메이지유신(明治維新)전의 역사를 보면 수산업과 교역 중심지였던 반면, 덕분에 원주민 아이누족과 일본중앙 막부간의 여러차례에 걸친 전쟁과 얽힌 적이 많습니다. 1854년에 미국과 도쿠가와막부(徳川幕府)간의 협정하에 일본에서 처음으로 국제무역을 위해 개방된 두 도시중 하나가 이곳 하코다테였습니다. 그래서 1800년대에 몇개 나라의 대사관이 들어왔고 그와 함께 러시아 정교를 비롯한 교회들이 세워졌습니다.
1934년에 대화재를 겪기 전까지 홋카이도의 최대도시였다고 합니다. 대화재는 저녁 7시경 대중 목욕탕에서 발생한 불이 강한 바람으로 인해 밤새 급격히 번져 12시간만에 3만채가 넘는 집과 건물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15만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내앉아 도시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 사건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가는 기차 안에서 멀리 코마가다케(駒ケ岳)가 보입니다. 해발 1131m의 활화산입니다. 카고시마(鹿児島)의 사쿠라지마(桜島)처럼 분출이 수시로 있는것은 아니고 가끔 하는 정도며 마지막 분출이 2000년에 있었다고 합니다.
달리는 기차 옆으로 새들이 날아 갑니다. 홀로 날아가는 갈매기도 있고 떼를 지어 날아가는 오리도 있고...
2시간 가량 쉬엄 쉬엄 달려, 하코다테역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check-in할 시간까지는 멀었지만, 일단 호텔로 가 짐을 맡겨놓고 나옵니다. 숙소는 Hotel WBF Grande Hakodate. 당시 이름은 하코다테 그랜드 호텔(函館グランドホテル) 이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방도 작고, 식사 제공되지 않고, 다리미/가습기/와이파이등이 필요하면 일일이 카운터에 가서 빌려야 하는 호텔입니다. 그런데, 방 2개 잡아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숙박비가 저렴합니다. 게다가 로프웨이, 벽돌 창고등 주요 관광포인트까지 다 걸어갈 수 있고 또 주변에 현지인들에게 소문난 숨겨진 맛집들이 지척에 여럿 있다는 입지적 조건이 탁월합니다.
Hotel WBF Grande Hakodate. 〒040-0043 北海道 函館市 宝来町 22-15
미국 LA에는 In-N-Out burger가, NY에는 Shake Shack burger가, DC에는 Five Guys burger가, 서울에는 크라제 버거가 있다면, 하코다테에는 럭키 피에로(ラッキーピエロ) 버거가 있습니다.
하코다테 토종 브랜드로 시내에 17개의 점포가 있는데 일본경제신문(日本経済新聞)의 일경플러스1(日本経プラス1) 일본 전체 햄버거 추천도에서 무려 955점을 받아, 415점을 받은 2위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곳입니다. 모든 재료를 신선한 홋카이도산만 사용하고 각 매장마다 독창적인 인테리어를 해놓습니다.
사진은 베이에리어 본점(ベイエリア本店). 北海道 函館市 末広町 23-18
이 정도 명성이면 한번 가봐야겠어서, 점심을 숙소 근처에 있는 럭키 피에로에서 먹었습니다. 이 점포는 theme이 Christmas라서 외부, 내부가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뒤덮였습니다.
럭키피에로버거 十字街銀座店. 北海道 函館市 末広町 8-11
햄버거만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카레, 오무라이스등 메뉴가 꽤나 다양합니다. 자체 브랜드 콜라까지 있습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니고 입구해서 주문하면 그때부터 만들어 가져다주는 정식 식당입니다.
내부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합니다. 추측건데, 크리스마스 장식용품 가게를 인수해서 그대로 두고 햄버거 가게로 개점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크리스마스는 한참 지났지만, 날씨는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의 12월하고 비슷해서 나름 즐거웠습니다.
이것 저것 종류별로 골고루 시켜봤습니다. 대표 메뉴인 차이니즈 치킨버거, 돈가츠버거, 고로케, 프라이즈, 소프트 아이스크림등. 깨가 송송박힌 bun도 직접 만든다는데 폭신합니다. 사진은 새우버거. 롯데리아 것과는 달리 통새우가 들어가 있네요.
일박의 짧은 일정이라 많은 것을 구경할 수 없고, 호텔에서 북서쪽에 가까이 위치한 모토마치(元町) 지역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한낮인데도 돌아다니는 사람이나 차가 그리 많지 않아 인구밀도가 413명/km2 에 불과한 것이 실감이 납니다.
1854년에 하코다테가 개항이 되고 가장 먼저 번창한 지역이 모토마치(元町) 지역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양식 건물, 구 영사관, 교회등으로 일본 다른 지역과는 다른 느낌이 납니다.
니직켄자카(二十間坂)라는 길을 따라 하코다테산(函館山) 자락을 향해 올라갑니다.
하코다테 길을 걷다보면 도시를 상징하는 5각형 별 모양이 새겨진 맨홀뚜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도심쪽에 있는 고류카쿠(五稜郭) 공원의 형상을 본뜬 것입니다. 아름다운 곳인데, 도읍을 둘러싼 성벽을 뜻하는 이름의 마지막 자 "곽(郭)"이 암시하듯 원래는 군사 요새로 지어진 곳입니다.
1854년 개항을 한 것이 협정이라하나, 실은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것이었고, 러시아의 남진을 비롯한 서양열강의 침략도 많이 우려되었기에 이에 대비해 3년후인 1857년에 고류카쿠(五稜郭) 요새 축조를 시작 7년간의 대공사 끝에 완성을 합니다. 요새는 폭 30m 깊이 5m의 해자(垓子, moat)로 둘러싸여 있고 미국 국방성인 Pentagon처럼 5각형에 가까운 별모양으로 사각지대를 없앴습니다.
5월초면 이 일대의 숲이 1600그루의 나무에 만발한 벚꽃으로 뒤덮인다는데, 시기도 이르고 바람도 너무 차서 가보는 것을 포기했네요.
[출처: http://epoch.jp/]
모토마치(元町) 지역에는 맨홀 뚜껑 외에, 친절하게도 길 곳곳에 landmark 안내판을 인도에 넣어놓았습니다. 요긴한 정보를 주지만 도시 경관에는 마이너스인 표지판들에 비하면 참 깔끔한 안목입니다.
니직켄자카(二十間坂) 중턱에 있는 히가시혼간지 하코다테 별원 (東本願寺函館別院)입니다. 일본 대승불교(大乗仏教)의 하나인 죠도신쥬(浄土真宗) 신슈오타니(眞宗大谷)파의 사원인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가 교토(京都)에 있습니다. 히가시혼간지는 일본 최대의 목조건물인데 1915년 그 하코다테 분원을 지었습니다. 이 건물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철근 콘크리트조 사원건물이라고 합니다.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 건물 너머로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정교회(函館ハリストス正教会)의 토파즈색 지붕 종탑이 보입니다.
언덕 위로 올라가면 공예점 몇개가 있는데 creative한 작품들도 꽤 눈에 뜨입니다.
보행도로를 전부 돌을 깔아 만들어 마치 유럽 어느 시골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일본 성공회 하코다테 성 요한 교회 (日本聖公会函館聖ヨハネ教会) 입니다.
성 요한 교회 (日本聖公会函館聖ヨハネ教会)에서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정교회(函館ハリストス正教会) 정문쪽으로 올라가는 길 입니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명색이 유명 관광지인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아예 없습니다. 여기 뿐 아니라 모토마치 전체 돌아다니면서 거의 사람을 보지 못했네요. 단체 관광객이 없어서 그런걸까요?
하코다테 하리스토스 정교회(函館ハリストス正教会) 정문입니다. 1859년 러시아 영사관이 설립했는데 1907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916년 재건했다고 합니다.
정교회가 catholic 성당에 비하면 덜 화려함을 고려하더라도 참 소박합니다.
정교회 정원에서 내려다 본 부둣가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들도 행정구역상으로는 하코다테시에 속합니다. 그래서 항구와 도심지역은 나름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 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지는 여전히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ㅎㅎ
항구쪽에서 남서쪽방향으로 올라가는 언덕(坂, 자카)마다 니지켄자카, 다이산자카, 히요리자카등... 길 이름을 붙여 놨는데 그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소문난 하치만언덕(八幡坂, 하치만자카)입니다.
모토마치 지역 곳곳에 카페들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거의 없어 어떻게 유지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성수기때 수입으로 버티는걸까요?
구 하코다테구 공회당 (旧函館区公会堂)입니다. 10억엔 이상의 돈을 들였고 1911년 다이쇼 천황의 숙소로 사용된 적도 있다는 역사적인 곳입니다. 지금은 지역 음악회장, 기념품 판매점, 역사관, 의상관등이 있습니다.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8권의 "미스테리 나이트"편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호텔로 나오기도 했지요. 들어가 구경할 시간은 안될것 같아서 통과.
공회당 바로 아래에 모토마치공원(元町公園)이 있는데 그 안에 아담한 사진역사관이 있어 들어 갔습니다. 바람이 꽤 불어서 볼이 다 얼어 붙는듯 했거든요.
100년 넘은 대형 카메라부터 20여전쯤 된 전자셔터 카메라까지 나름 잘 보존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사진반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하는 인화기도 있고, 필카시절 사진 보정하는데 쓰던 송곳비슷한 펜도 있고...
대형카메라 뒷 유리에 역상으로 은은하게 걸려있는 바깥 풍경... 첨단 디카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감성입니다. 이런것 보고 있으면 대형 카메라 지르고 싶다는.... ㅎㅎ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과일가게가 있어 들어갔습니다. 토마토가 야채인지 과일인지 가끔 논란이 있는데, 이 토마토 먹어보면 분명 과일이라고 할겁니다. 당도가 딸기 못지 않더라구요.
세계 3대 야경.... 이런 리스트들은 대체로 공신력이 없는 편입니다만, 어쨌거나 홍콩 빅토리아피크,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함께 일본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를 그 중 하나로 꼽아준다고 합니다.
해지고 난 직후에 맞춰 몇장 찍어보려고 더 차가와진 바람을 헤치고 로프웨이를 향해 갔습니다. 하코다테의 한산함이 이곳은 적용되지 않네요. 다들 어디 갔다가 나타나셨는지...
하코다테 로프웨이(函館ロープウェイ) 北海道 函館市 元町町 19-7
예정대로 일몰 조금 전에 도착해 적당한 자리에 삼각대 펴고 셋팅 맞추고 기다립니다. (아이~~ 추워라~~~) 이윽고 해는 지고 구름에만 불그스레한 빛이 조금 남아있고, 하코다테 시내의 건물에는 조명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셧터를 누를 시간입니다. 찰~~~~~~~~~~~~~~~~~~~~~~~~~~~~~~~~~~~칵!
저녁 식사는 호텔 바로 뒤의 카레집에서 먹었습니다. 1948년에 코이케(小池)씨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창업한 음식점입니다. 도쿄회관, 요코하마 뉴그랜드 호텔, 도쿄 아사쿠사등에서 경력.을 쌓았는데 당시 고급 음식이었던 카레를 보통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먹이고 싶어 창업을 했다고 합니다. 홋카이도 전체 카레집 중 랭킹 1위입니다.
인도카레 코이케 본점(印度カレー 小いけ 本店) 〒040-0043 北海道 函館市 宝来町 22-2
도내 1위면 줄서서 먹고 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이곳도 손님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은 돈까스카레 ¥1,050 저희는 왕새우튀김카레 ¥1,350을 주문했습니다. 카레 자체의 내용물도 실하고, 좋은 향신료를 쓴 진한 맛이 돋보입니다. 새우 튀김의 부릅뜬(?) 눈에서 재료의 싱싱함도 두드러지고... ㅎㅎ 보통 먹는 일식 카레가 아닌 인도식이라고 이름은 붙었습니다만, 원조인 인도 마살라와는 확연히 다르고 일식 카레에 여전히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밀가루를 버터에 볶은 '루'(roux)를 넣어 걸쭉하게 한 스타일이 인도식이 아닌 일본식 카레의 특징이기 때문이겠지요.
식당에 창업자 소개 글과 사진이 크게 걸려있는데, 현 사장님께서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해주셨습니다. 많이 닮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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