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이른 봄 (5) 하코다테 둘째 날
홋카이도 이른 봄 (5) 하코다테 둘째 날
이날 아침도 여전히 일찍 눈이 떠집니다.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하코다테의 일출을 담아봤습니다.
아침식사는 조촐하게 어제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제과점에서 산 빵으로 해결했습니다. 가게 이름이 '빵집', 일본식으로 읽으면 '빵야'(Pain屋)입니다. 손바닥만한 가게에서 소박한 빵들을 파는데, 크고 화려한 제과점을 제치고 하코다테에서 제1로 뽑혔답니다.
빵야(Pain屋) 〒040-0043 北海道 函館市 宝来町 22-12
단팥빵, 크림빵등 몇가지를 사왔는데 한입 먹어보니 수긍이 갑니다. 겉빵도 그렇고 속에 들어간 단팥도 그렇고 기본에 정말 충실한 맛입니다. 단팥빵 위에 한조각 올려진 벚꽃이 앙징맞습니다.
호텔 부근을 걷다가 세월이 느껴지는 가게 하나에 눈이 꽂혔습니다. 사전 조사하지 않았던 곳인데, 들어가보니 화과자(和菓子,와가시) 파는 곳입니다.
센유안소혼케 본점(千秋庵総本家 本店) 〒040-0043 北海道 函館市 宝来町 9-9
무려 155년 된 가게입니다. 하코다테가 개항되고난지 얼마후 과자점을 열은 것이 번창해 오타루, 아사히카와, 쿠시로 등에도 점포가 개설되었다고 합니다. 4대째 가업으로 이어 내려오고 있고 하코다테에 백화점들을 포함 총 5군데 가게가 있습니다.
구경도 하고 먹을 것 고르는데 한 노인께서 들어오십니다. 열린 문으로 보니 일본에서는 보기 드물게 택시를 타고 오셨습니다. 아마도 평생을 이 맛 즐기며 함께 하셨을 듯 합니다.
또 먹으러 갈 시간입니다. ㅎㅎ 호텔에서 일단 check-out은 하고서 짐을 맡겨 놓고 나왔습니다. 이 곳도 호텔 바로 뒤에 있습니다.
돈에츠 일식 돈까스 전문점 본점 (とん悦和風とんかつ専門店 本店) 〒040-0043 北海道 函館市 宝来町 22-2
삼촌께서 창업한 것을 조카가 이어 받아 2대째 한다고 합니다. 모든 재료를 홋카이도산으로 쓰고, 3일간 양념에 재운 고기를 라드에 튀겨 낸 돈까스 종류도 맛있긴했지만 일본에 워낙 돈까스 잘하는 곳이 많은지라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깜짝 놀란 것은 단품으로 주문을 받는 해산물 튀김입니다. 큼직한 굴튀김(カキフライ,카키후라이,¥180)도 신선하고 훌륭했는데 점보새우튀김(ジャンボえびフライ,쟌보에비후라이, ¥830)는 감동이었습니다.
대하튀김이 ¥180인데 그것도 충분히 커서 거의 5배에 가까운 돈을 내고 점보새우는 주문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희는 호기심에 시켰는데, 그 탱글한 식감과 맛에 감탄해 2개를 추가로 주문해 먹었네요.
태어나서 본 새우중 가장 컸습니다. 저 담긴 접시 직경이 20cm가 넘으니 머리떼기 전에는 어른 팔뚝만하다는 거지요. 아래 사진은 보통 대하와 점보새우를 비교한겁니다. 랍스터 안부럽더군요 ㅎㅎ 다음에 또 하코다테 갈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먹고 싶은 음식입니다.
호텔에서 4시간까지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첫째가 둘째를 뒤에 태우고 다녔습니다. 뒤에 탄 사람은 편하니 당연히 좋아하고, 앞에서 페달 밟는 사람도 나름 기분이 즐거워 보입니다. 첫째아이는 만 세살반에 training wheel떼고 두발 자전거 탔고, 둘째아이는 네발자전거 타다가 포기해서 지금도 자전거를 혼자 못 탑니다. 한 배에서 나온 형제지만 여러모로 참 다릅니다. 😝 성격이나 특기는 달라도 둘 다 행복하면 된거지요.
오후 행선지는 카네모리 붉은벽돌창고(金森赤レンガ倉庫, 카네모리 아카렝가 소코). 1869년에 와타나베 구마시로(渡辺熊四郞)가 카네모리(金森) 양품점을 개업한 것을 시작으로 1909년에 지금의 벽돌창고가 세워졌다고 합니다. 외국의 선박들이 들어오면서 수입잡화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학교와 병원도 들어서면서 하코다테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되었습니다.
이곳도 역시 돌로 깔끔하게 도로가 깔려있고 찻집, 식당, 상점들이 길 양옆으로 있습니다. 이곳이 가장 번화한 곳일텐데 여전히 사람들은 많지 않네요.
과거에 정박한 배에서 상품을 하역했을법한 건물이 부두에 접해 있습니다. 관광객들을 태우는 작은 요트 유람선이 지금도 이곳에 출입을 하네요.
스낵같은 것을 먹을 곳도 몇군데 있지만 대부분은 상점들입니다.
이곳은 오타루에 있던 것과 비슷한 오르골 가게입니다.
작은 아이는 여기서 또 오르골을 하나 더 제작 합니다. 이번 곡은 자기가 피아노 연습하던 Für Elysee.
아이가 오르골 만들동안 저는 바깥으로 나가 항구를 구경합니다. 창고가 있는 쪽의 바다는 하코다테만(函館湾) 안쪽이라 파도가 없이 몹시 잔잔합니다.
모토마치(元町) 언덕쪽으로 걸어나왔습니다. 미술관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붉은 벽돌 외벽에 붙여놓은 곰 윤곽 조형물이 귀엽네요.
붉은벽돌창고 지역을 벗어나면 일본전통식 목조가옥들이 골목골목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카페입니다.
조금 걸어 오다가 exterior에 뭔가 범상치 않음이 느껴진 한 곳에 들어가 봅니다.
큐차야테이(旧茶屋亭) 〒040-0053 北海道函館市末広町14-28
구석구석 신경을 쓴 듯한 인테리어에 먼저 감탄했습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부터 시작해서, 커튼, 전등, 의자, 테이블, 벽지, 찬장, 그리고 식기 하나 하나마다 개성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수집한 소장품들인듯 합니다.
모든 음식을 젊은 주인장께서 직접 만든다고 하십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만 음식의 질과 판매량등을 생각하면 수긍이 갑니다.
직접 만든 화과자. ¥1,200 정도 했던것 같네요.
주인장이십니다. 마차(抹茶, 분말 녹차)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가 "또" 주문한 단팥죽. 차 한잔과 set로 ¥1,230. 안에 들어간 떡도 이 집에서 만든 것.
마차(抹茶)와 함께 나온 찹쌀떡. 안에 팥이 들어 있습니다. Set로 ¥1,100. 음식마다 담아 나오는 그릇이 다채롭습니다.
입가심으로 먹으라고 espresso잔만한 유리잔에 거봉포도 샤벳트를 주네요. 너무 맛있어서 따로 팔면 주문하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고급 프랑스 레스토랑에 온 기분입니다.
샤베트 먹어보니 케익 맛이 급 기대가 되어, 내친김에 커피 푸딩도 주문해 봤습니다. 오호~~~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살짝 곁들여 나온 금박은 둘째치고 식감이나 맛이나 완벽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주인장께서 유명한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하다가 어머니와 함께 개업한거라고 합니다. 음식은 아드님 솜씨, 인테리어는 어머니 솜씨.
식탁에 놓인 세련된 하이힐 소품의 용도가 궁금했는데 계산서를 쏘옥~ 넣어줍니다. 센스 만점!
카페를 나서기 전 손씻으러 화장실 갔더니 수도꼭지 하나 조차도 수집품입니다. 참 대단하신 주인장 모자시네요.
만족스럽게 입을 호강시키고 짐 찾으러 호텔로 돌아갔는데, 로비의 TV에서 방영되는 NHK World에서 지금 막 갔던 큐차야테이(旧茶屋亭)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우연히 보물 발견한 기분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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