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왜 나입니까? 그러나 거기에 답은 없었다.
미국 변호사였던 큰딸의 갑상선 암 투병과 뜻밖의 실명 위기…. 딸이 치료차 들른 하와이의 작은 교회에서 아버지는 무릎을 꿇었다. “나의 첫 생명으로 태어나 아버지를 쳐다봤던 그 눈을 지켜주신다면 당신을 따라 사역하겠습니다.” 2007년 봄, 딸의 눈은 회복이 됐고, 그해에 아버지는 세례를 받고 크리스천이 됐다.
정확히 3주 후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하버드대 법대 진학을 준비하던 스물다섯의 첫째 외손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딸의 치유를 통해 영성의 알을 깼다면, 외손자의 죽음은 시험이었다. 그 양극에 무슨 원칙이 있다는 말인가.
하와이에서 난 하나님을 필요로 한 게 아니라 딸의 눈이 회복되기만을 기도했어요. 한편으로 딸의 회복을 위해 하나님을 이용했던 겁니다. 그 자체가 죄였지만, 급하니까 매달린 거예요. ‘두드려라, 그러면 구할 것이다’는 말을 믿고 두드린 겁니다.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계약을 한거죠.
생물학자인 다윈은 신앙이 깊었는데, 딸이 열 살에 요절한 뒤 인간의 생사 결정은 신앙과 관계가 없구나, 무슨 원칙이 있다는 말인가라며 신앙을 버렸어요. 얼마나 절실하게 기도를 했겠어요? 왜 신앙심이 흔들리지 않겠어요? 그러나 난 그때 눈물과 원망을 머금고 더 철저하게 나를 던지고 해체한 겁니다.
딸의 기적에 기대어 영성을 접한 게 아니라면, 손자의 죽음은 비워야 했던 겁니다. 그러면서 더 간절하게 깨달은 겁니다. 나와 가족, 내게 소중한 울타리와 상관없이 이 세상은 더 큰 질서가 존재한다는 것을요.
더 솔직한, 인간적인 얘기를 할까요. 손자를 떠나보내면서 난 홀로 기도를 하며 절대자의 무원칙하고 부조리한 시나리오를 탓했습니다. 왜 나입니까? 그러나 거기에 답은 없었어요. 그러면서 원망하는 나를 꾸짖고 흔들리는 신앙심을 탓하고, 여전히 비틀비틀 걷는 겁니다. 아직도 한 인간은 흔들리고, 영성의 문지방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겁니다.
[이어령 前 문화부 장관 인터뷰 中에서)
출처: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021455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0) | 2011.01.27 |
---|---|
베드로 전서를 마치며 (0) | 2010.12.21 |
We Are the Reason (0) | 2010.12.15 |
나도 실패했었다 (0) | 2010.09.20 |
헌금에 대한 4가지 오해 (0) | 2010.07.24 |
[인터뷰] 그 청년 바보 의사 (5) | 2009.10.18 |
솔로몬의 영화 vs 들꽃의 영화... (0) | 2009.09.27 |
마부를 형님으로 섬긴 왕손... (0) | 2009.09.18 |
주인이 머슴을 '주님의 종'으로 섬기다 (0) | 2009.09.18 |
오늘 공연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잖아요. (3) | 2009.07.24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나도 실패했었다
나도 실패했었다
2010.09.20 -
헌금에 대한 4가지 오해
헌금에 대한 4가지 오해
2010.07.24 -
[인터뷰] 그 청년 바보 의사
[인터뷰] 그 청년 바보 의사
2009.10.18 -
솔로몬의 영화 vs 들꽃의 영화...
솔로몬의 영화 vs 들꽃의 영화...
2009.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