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청년 바보 의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한국누가회(CMF)의 선배로인 김신곤 교수의 이메일 인터뷰.
교수님이 기억하시는 안수현은 어떤 신앙인이었고, 어떤 의사였습니까?
저는 고대 CMF에서 의료봉사를 갔을 때 당시 학생 리더이던 수현 형제를 처음 만났지요. 그는 한마디로 바보 같은 신앙인이자 의사였습니다. 주류의 상식이나 통념에서 벗어난 생각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소위 ‘사회학적 바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의학적 개념의 바보와는 다른 말입니다. 수현 형제는 바쁜 의사의 일상 속에서도 환자와 대화하기를 좋아하고 그들에게 신앙서적과 선물 나누기를 즐겼습니다. 가난한 환자의 진료비를 대신 계산해주고 죽음을 맞이한 환자의 가족을 위로하고자 영안실을 찾기도 했습니다. 선물이나 경제적 도움만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자신의 피를 수없이 나눈 헌혈 유공자이기도 했습니다. 2000년 의사파업 때는 홀로 중환자실을 지켰던 의사였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세상의 상식과 통념에 역행하는 바보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기의 유익만 구하는 시대에 그는 세상 속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은 바보처럼 살았습니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와 간략한 과정을 말씀해주세요.
바보처럼,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았던 수현 형제는 안타깝게도 33살의 나이로 하늘나라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백년을 살아도 의미 없게 살 수 있는 인생을, 짧지만 가치 있게 살다간 그를 그냥 잊어버리기엔 그의 삶과 그가 남긴 글들이 주는 ‘여운’이 크고도 깊었습니다. 그래서 수현 형제를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의 유고를 가지고 책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들은 이 책이 우리의 기억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남겨도 좋은, 아니 남겨야만 할 양서가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짧지만 굵게 살다간 ‘예수의 흔적’(Stigma) 수현 형제가 준 교훈을 우리 가슴과 이 시대 가운데 되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고인은 학생시절부터 기독학생회 활동은 물론 전도와 봉사 모든 면에 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원 업무가 과도한 의사 또는 의사수련생들이 과연 안수현 씨처럼 살아가기가 수월한 것일까요?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바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수현 형제와 같은 바보라면 우리 모두 도전해봄직한 그런 바보가 아닌가 싶습니다. 혼자만의 결단만으로는 결코 쉽지 않지만, 수현 형제처럼 바보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그 삶도 좀 더 수월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를 공동체로 부르시지 않습니까? 다만 지금 당장 누구나 수현 형제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달란트가 있고, 처지와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앙인으로서 추구하는 근본적인 방향과 지향은 같아야 합니다. 바른 곳을 바라보고 오늘 한 걸음을 걷든 열 걸음을 걷든, 소박한 변화를 중단 없이 추구한다면 그것으로도 훌륭한 신앙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안수현 씨가 기독교인이자 의료인으로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었던 원인과 배경이 어디에 있었다고 보십니까?
사람보다는 하나님 한 분을 의식하는 삶을 살고자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을 거스르는 바보 같은 삶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의식할 때 선택하기 쉬운 길이 아닙니다. 수현 형제는 영웅이 아닙니다. 성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한 신실한 기독교인 의사가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자신의 소명 앞에 성실하게 반응하고자 했던 그런 자세, 그것이 수현 형제의 삶을 가능하게 했다고 봅니다.
이 책을 어떤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며, 이 책을 통해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주제나 교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요즘은 성공과 복이 최고의 가치입니다. 기독교인마저도 그런 흐름에 역행해 살기보다는, 자기 유익을 위해서라면 십자가를 부인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 시대의 풍토를 전제하고 인간의 눈으로만 보자면, 수현 형제의 인생은 그리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닙니다. 생전에 유명했던 소위 성공한 의사도 아니었고, 물질의 복이나 장수의 복을 누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면 달라집니다.
사망의 권세를 넘어 부활하여 오늘 우리와 함께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흔적을 사도 바울이 가졌다고 했던 것처럼(갈 6:17), 수현 형제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흔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인생은 미완성 교향곡으로 끝난 것 같으나 주님은 그를 ‘명반’(Masterpiece)으로 남기셨습니다. 이 책의 9장 ‘흔적들’은 그로 인해 변화된 사람들의 삶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읽게 될 독자들도 수현 형제로 인해 변화될 바로 그런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출처] http://www.godpeople.com/?GO=news2_sub&ncode=20090925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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