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ameras
1. Canonet GIII QL17
1980년~2008년. 중3때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아 고등학교 시절 내내 사진반에서 유일하게 SLR없이 꿋꿋이 버티며 쓰던 내 첫 카메라. 고장도 한번 난 적 없고 손에 들고 다니기 편해 오래 잘 썼는데, 1987년에 SLR을 하나 장만하면서부터 화질에서 밀려 급격히 사용빈도가 떨어진 끝에 2008년에 결국 용도 폐기되었다. 30년 가까이 소유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사용은 8년정도 했다.
2. Nikon FM2
1987~1991년. Nikkor lens의 명성을 체험으로 확인하게 해 준 첫 SLR 카메라. 노출계 말고는 몽땅 기계식 수동이고, 500g 남짓한 가벼운 무게에, 떨어뜨려도 끄덕 없을것 같은 튼튼한 몸을 가졌다. 당시 이미 auto-focus 기종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카메라 가게에서 만져보고는 너무 느낌이 마음에 들어 이걸로 결정했고, Nikkor 50mm f/1.4로 찍은 사진에서 얻어지는 그 깊은 채도와 해상도가 좋아 선택에 대한 후회없이 잘 썼다. 다만, 이로 인해 나는 자연스럽게 첫 카메라를 멀리하게 되었다. 오래 오래 쓰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1991년에 빌려갔던 여동생이 학교에서 가방과 lens까지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오는 통에 내 손을 떠나게 되었다. 나랑은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3. Contax 167MT
1992년~2009년. 가장 마음에 들어했고 그래서 가장 오래 썼던 녀석이다. Nikon FM2를 잃고 카메라 없이 한동안 살던 중, 한 예식장에서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는 처음 보는 카메라라(무식해서 ^_^) 어떤 brand인가 하는 호기심에 도서관에서 일본 잡지를 찾아보았다. RTS-III의 Review에 곁들여진 28mm f/2.8 Distagon으로 찍은 사진을 보고서, 이거다! 싶어 제일 싼 body를 찾다가 귀결된 것이 이 녀석이었다. 중고 body에 중고 50mm Plana f/1.4, Vario-Sonnar f4/80-200mm, Distagon f2.8/28mm, 거기에 Metz 60 CT-4까지 합쳐 월급 거의 2달치를 털어 구입했는데, Nikkor lens와는 또 다른 차원의 깊은 색감에 무척 만족하며 내 앨범을 채워왔다.
2007년에 battery 누액이 흘러 고장난 것을 미국과 일본에서의 수리비가 너무 비싸 근 일년을 못쓰다가 2008년에 한국에 간 길에 고쳐 다시 쓰기 시작했지만, 1년 정도 지나자 오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한번 더 고쳐쓸까, 아니면 다른 Contax body를 구해 쓸까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몇가지 이유로 Contax와의 눈물겨운 이별을 고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Contax를 만들던 Kyocera에서 2005년에 카메라 사업 중단을 발표했기에, 얼마나 더 쓸 수 있을까는 시간의 문제였다. 더 큰 이유는 미국에서 film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곳이 급격히 없어져 갔기 때문이다. Kodak직영 현상소에 비교적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 현상소가 spin-off 되기 무섭게 도산하고, 그 뒤로 Target에 있는 Fuji Premium와 CostCo를 이용해 봤는데 그 형편없는 질을 보고서 현실적으로 이제는 미국에서 film camera를 쓸수 있는 시대가 지났음을 느꼈다. 내가 자가 현상하고 film scan할 생각도, 심지어는 한국으로 우편으로 보내 처리할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의 미련은 컸지만, 그런 것으로까지 시간 낭비할 정도의 정열은 내게 없다고 결론내렸다. 쓰던 렌즈들은 너무 정이 들었기에, 차마 장터에 팔기가 싫어 Contax를 아직 쓰고 있는 후배에게 넘겨주었다.
돈이 없어 많이 찍지 못해 몇 role안되지만, slide film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한가한 시간에 환등기에 걸어 벽에 비추어 보면, 이 녀석에 대한 향수가 아련해진다.
2003~2008년. 디카의 물결이 한참 불기 시작할때 wife가 167MT는 수동이라 쓰기 어렵다고 자동 디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샀다. 비슷한 level의 똑딱이 디카보다 훨씬 비쌌는데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Contax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167MT에 대한 경험이 너무 좋았고 이 모델의 필카 모체인 Contax T3역시 Contax의 전통을 이은 좋은 카메라였다.
사고 나서 처음 3~4개월은 스트레스 엄청 받았다. 전자장치의 오동작으로 가끔 찍은 사진을 몽땅 지워버리는 것이다! 열 받아 쓰레기 통에 버릴 생각까지 했다! 수리센터를 두번 다녀온 후에야 문제가 해결되었다. 사진의 질은 당근... 무척! 만족스러웠다. Contax니까 ^_^ 하지만 똑딱이의 고질병, shutter lag는 어쩔수 없었고, 아이들 놀때 snap 사진 찍는 비중이 높은 나로서는 이 카메라를 계속 쓰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이 문제만 없었다면 망가질때까지 계속 썼을텐데... 결국 한국에 나갔을때 167MT를 수리하고서 그 참에 헐값에 중고 카메라점에 팔아 넘겼다. 몰랐는데 아직도 중고장터에서 찾는 사람이 많은 것을 요즘에야 알았다.
2007~2010년. Canada Banff여행을 앞두고 167MT가 고장이 나면서, best seller라는 말을 믿고 급하게 구입한 기종인데, 지금껏 써 본 카메라 중 가장 실망이 컸던 녀석이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bundle로 온 18-55mm f/3.5-5.6 lens 의 질 문제였지만, 너무나 싸구려 티 나는 순수(?) plastic body에, 들여다 보면 마음이 갑갑해 지는 view finder, 조금만 역광이다 싶으면 중앙 측광으로 해도 전혀 노출을 잡을 줄 모르고, built-in flash는 똑딱이 수준에도 훨 못미치는 등,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 법이고, 프로 golfer는 금장식 혼마 골프채를 쓰지 않지만,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 녀석을 내내 못마땅하게 여겼다. Lens를 좋은 것으로 추가할 생각도 심각하게 했지만, 몇번 써보다가, TVS Digital로 다시 선회했고, 167MT 필카를 수리한 뒤로는 아예 4살/12살난 두 아들의 장난감으로 넘겨 줬다가 얼마전에 Craigslist에 반값 이하에 팔아 넘겼다.
6. Nikon D90
2010년~ 정말로 진짜로 디카로 완전 전환하고 싶지 않았다. 특별히 필카로 사진을 시작한 나로서는 APS-C sensor (1.5x crop, DX in Nikon) 는 너무 갑갑하게 느껴졌고, full frame sensor (FX in Nikon)는 질 대비 너무 비쌌다. (필카 대비 최소한 4배 이상) 마음에 드는 녀석들은 엄청 무거운데다 비싸기까지 하고, 필카 시절처럼 가볍고 단단하며 적당한 가격대의 녀석들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에서 넋두리 늘어 놓았듯이 더이상 필카를 쓸 수 없는 시대로 너무 빨리 흘러가고, 쓰던 필카까지 고장이 나버리는데,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필카의 angle에 익숙해 있기에, full frame에 대한 미련이 무척 크긴 한데, D700이 D3X의 1/3 가격에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도 아직은 편한 마음으로 살 정도 수준은 아니다. Full-frame 가격이 지금의 1/2 정도만 돼도 한번 지를텐데... (그 날이 한 5년 내로는 오지 않을까?)
2008년에 동경 요도바시 카메라에 구경 가서 이 회사 저 기종 비교 했을 때, 허벌나게 비싸지 않고도 나름 마음에 드는 녀석이 Nikon D90이었다. 출시된지 1년 반 정도 되기도 했고, 마침 며칠 반짝 세일하는 곳이 있어 원래 출시가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주문을 해놓고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Nikon lens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 여유가 될때마다(그런 날이 올까? 아마 그냥 마음 굳게 먹고 질러야 겠지 ^_^) 하나씩 사 모아야 하겠지. 일단은 35mm f/2.0D 하나로 만족하려고 한다. 가볍게 들고다니기에는 이 정도가 최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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