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슈퍼밴드: 뮤지션
JTBC 슈퍼밴드: 뮤지션
주말 산책 같이 하시는 분께서 추천하셔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OnDemandKorea.com) 대중음악 경연대회가 한국에서 아무 많은 것으로 아는데, 대체로 가수에 포커스를 두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디션을 통과한 뮤지션들이 원하는 사람들끼리 밴드(악단)을 구성해서 약 2주간의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춘 후 공연을 하는 형식을 가집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실용음악과가 많이 생긴지가 꽤 되어서 전반적인 음악 연주 수준이 많이 올라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가 한국에 있던 90년대의 수준과 비교하면 가히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정도로 점프한 한국의 대중 음악 연주자들의 기량에 아주 깜짝 놀랐습니다.
흔히들 밴드라고 하면 rock band만 떠올리기 쉬운데 참가자들이 클래식 악기 전공자들을 포함해서 상당히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연주하는 곡들의 장르도 무척 넓어서 아주 재미있게 시청을 했습니다. (현재 본선 2라운드까지 방영했음)
- 접근 장벽이 낮아 너도 나도 치는 통기타를 제대로 연주하면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지,
- 전자악기나 현대음악에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등의 클래식 악기들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 지,
- 전자악기의 힘으로 어떻게 밴드 연주자 수의 몇 배나 되는 꽉 찬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 등등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배우게 됩니다.
이미 정식 프로로 데뷔한 연주자들도 여럿 참여하고 있고, busking (길거리 연주)만 해오던 연주자들도 많습니다. 실력은 있지만 기회나 인맥의 한계로 인해 채 펴지 못한 뮤지션들에게 멍석을 깔아주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획진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다 훌륭해서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무의미하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연주자들을 몇명 열거해 봅니다.
보컬. Ivy League의 Dartmouth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엄친아인데 2015년 Mnet의 슈퍼스타K7 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승하여 5억 상금을 받았다고 하네요. 첫 인상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아주 디테일하고 감수성있게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우승할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주 호소력있는, 티라미수 맛이 느껴지는 목소리입니다.
2. 홍이삭
보컬. 선교사 부모님을 따라 어린 시절을 파푸아뉴기니아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Burklee 음악대학 휴학중이라고 알려져 있네요. 잔잔한 미소의 '잘 생긴 교회 오빠' 이미지를 가진 좋은 얼굴에 잘 어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좋은 자작곡들의 삼박자를 갖추었습니다. 베어드 파파스의 커스타드 크림 같은 목소리입니다.
3. 이찬솔
보컬. 흔한 실용음악 교육하나 받지 못 한 가수입니다. 통기타 하나 들고 10년간 busking 위주로 활동해온 사람인데 거칠면서 아주 강렬하고 폭발적인 목소리를 가진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중독성 있을 정도로 맛있는 막국수같은 목소리랄까요?
4. 김우성
보컬. 재미교포 출신으로 "더 로즈"라는 밴드의 리드 보컬이면서 일렉 기타 주자입니다. 꽃미남에 가성을 적절히 구사하는 전형적인 신세대적 미성으로 리듬 앤 블루스 계열의 곡을 아주 멋드러지게 부르네요. 쌩얼일때 인상이 참 좋고 성격도 털털하고 재능도 자신감도 아주 괜찮아 보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젊은 사람들 많이 좋아하는 마카롱 같은 목소리? ㅎㅎ
5. 강경윤
드럼. 부기드럼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박영진에 비해 지명도는 두드러지지 않았는데 아주 섬세한 연주를 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라이브를 직접 들어보기 전에는 모르겠지만, 얼굴 인상에서 느껴지듯이 체격이 우람하지 않아 아주 파워풀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러머는 화려함에 앞서 정확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박자가 빨라지고 복잡해져도 면도칼로 잘라내듯 소화해내는 연주에 감탄 했습니다. Visual performance 같은 것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인상에 어울리는 연주를 펼칩니다.
6. 자이로
기타. 오디션은 보컬로 테스트 받았고 나름 노래도 잘 하기는 하지만 진짜 실력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서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네요. 밴드 2라운드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과시합니다.
7. 김영소
어쿠스틱 기타. 이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한 임형빈, 이강호와 함께 기타 대회 상들을 싹 쓸이하는 고3 통기타 천재 3인방 중의 한명입니다. 셋 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졌는데 그 중에서도 harmonics 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두명도 절대 실력이 덜하지 않은데 2 라운드에서 이강호 군을 탈락시켜 버리네요. 승부에서 진 팀 중에 세션 별로 수를 줄여야 하니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만 참 많이 아쉽더군요.
8. 이종훈
베이스 기타. 라이브나 아주 좋은 음향기기로 듣지 않으면 사실 베이스 기타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고, 통상 밴드에서도 일렉 기타나 드럼 뒤에서 말 없이 받쳐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돋보이지 않습니다만, 제대로 된 베이스 기타리스트 한 명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는 아주 크지요. 오디션 때 Penetrate 라는 자작곡을 가지고 나와 현란한 slapping / chopping 연주로 모든 심사위원들과 참가 뮤지션들의 눈을 사로 잡은 주인공입니다. YouTube에서 흑인 할아버지 베이시스트들이 하는 것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습니다. 밴드로 할 때는 또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잘 받쳐주네요. 호원대 실용음악과 학생으로 알려져있습니다. Poland 밴드 FanQbello의 베이시스트 Wojtek Pilichowski의 열렬한 팬인것 같습니다. 쓰고 있는 기타도 Wojtek Pilichowski Signature bass 이고요.
9. 조원상
베이스 기타. 예선 오디션에서는 "얘네바라"라는 2인조 프로듀싱 팀으로 나와서 여러가지를 선보이느라 그리 눈에 띄지 않았는데 밴드 1라운드때 6현 베이스 기타를 들고 나와 통기타 3인방과 함께 연주할 때 보니 이 또한 엄청난 실력자인 것 같아 보입니다. 편곡도 무척 잘하고 같은 밴드 멤버들 하나 하나를 정성으로 케어하고 마음을 교류하면서 전우애를 다져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리고 섬세한 성격의 리더인 듯 합니다.
10. 김형우
베이스 기타. 밴드 안에서 의견 충돌이 노골적으로 생겼을 때 제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잘 중재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할 때도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조력형 베이시스트입니다. 하지만 연습할 때 몇 초간 지나가는 짧은 순간 기타를 완전 떡 주무르듯 하는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밴드 기프트 소속입니다.
11. 김하진
또 베이스 기타. 제가 요즘 관심 있는 악기이다 보니 더 눈에 가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출전한 모든 베이시스트 중 가장 액션이 탁월한 연주자입니다. 다른 악기에 묻혀 잘 들리지는 않는데 심사위원들의 평을 들어보면 연주 실력 자체도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밴드 카딘 소속입니다.
12. 디폴
DJ 프로듀서. 심사위원들의 끊임 없는 관심을 끌은 주인공입니다. 전자 패드에 엄청나게 다양한 sampling을 하고 온갖 controller를 직접 coding해서 활용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곡의 visual image를 극대화 하기 위해 물잔으로 건반 스위치를 대체 하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음악은 아니지만 앞으로 방송 많이 탈 주인공이 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13. 홍진호
첼로. 독일 유학을 다녀오고 수많은 콩쿠르에서 수상한 정통파 클래식 연주자. 밴드 용어는 물론이고 코드 개념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밴드로 연주할 때면 마음을 후비는 듯한 청아한 음색의 연주로 곡 전체의 바탕을 가득히 채워주는 독보적인 존재였습니다.
[To be continued... 다음 글은 인상 깊게 들었던 연주 몇 곡을 선정해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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