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en Nagi" in Palo Alto
"Ramen Nagi" in Palo Alto
(잘 될 수 밖에 없는 음식점)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평점에 의해 좌우 되는 Yelp.com의 별점이 가성비 평가에 나름 상당한 공신력이 있는데, 라멘집의 경우 좋은 평점을 받는 곳은 참 드물다. 일본에 여행가서 원조급 맛있는 라멘을 먹어본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아니면, 라멘 주제에(?) $10 넘게 받는 것이 못 마땅한 것일까? 여하튼 웬만큼 잘 하는 집도 별 5개 만점에 3.5 정도이고, San Francisco Bay 전체 통틀어 4.0 받는 곳이 내가 알기로 단 한 곳인데 여기 대기줄이 장난이 아니게 늘 길다.
얼마 전 Stanford University 앞 Palo Alto downtown에 개점한 Ramen Nagi라는 새 라멘집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검색해 보니, 3만명이 경쟁하는 "그 해의 라멘 챔피언십 대회"에서 2013년에 우승한 뒤 일본 전국에 22개의 점포를 열고 필리핀과 대만을 중심으로 28개의 해외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작년 6월에 Palo Alto에 처음 열었고 몇 개월 뒤에 San Jose에 한 곳을 더 열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도 개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달린 수백개의 review와 4.5라는 별점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경우 맛만 있다면 다른 부분 (친절, 위생 등) 이 조금 부실하더라도 용서(?)가 되는 듯 한데 미국에서는 어느 한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가혹한 점수를 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4.5라는 별점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기 때문이다.
유명한 프랜차이즈가 개점하면 입소문과 호기심 때문에 초기 1~3개월은 극심한 장사진이 벌어지곤 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식을때 까지는 가지 않는 편인데 이 곳은 10개월 정도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기줄이 긴 듯 하다. 점심은 조금 줄이 덜 한 듯 하지만 직장에서는 너무 멀고 해서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오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직장에 반나절 휴가를 내고 일을 마치고 나니 시간이 얼추 맞을 것 같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아 직접 사진을 찍지 않았고, 그래서 이번 글의 모든 사진은 Yelp.com에서 퍼 왔음을 밝힙니다.)
점심 시간은 11am~3pm. 무척 일찍 여는 편이다. 식당에서 대각선 위치에 Palo Alto City Hall이 있어 주차는 금방 했다. 식당 앞에 도착한 시간은 10:50am.
"나기 (凪)"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한자다. 찾아보니 "그칠 지"라고 고요함이란 뜻인데 일본에서는 폭풍 전의 파도가 없는 고요함을 말한다고 한다..
멀리서 봤을 때는 줄이 거의 없어 보였는데 가서 보니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에 줄이 있었다. 내 앞으로 미리 온 사람들이 약 20여명 정도? (아래 사진은 주말인듯...) 창문으로 들여다 보이는 식당 안 테이블 수를 보니 곧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식당을 열기 전에 종업원 한사람이 몇명씩 왔는지 확인을 시작하면서 주문서와 펜을 미리 나눠준다. 유창한 영어를 보니 일본인 2세인듯 하다. 처음 왔는가를 묻고 그렇다고 하면 주문 방법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 준다. 먼저 5가지 기본 국물 종류를 먼저 정하고, 개인 취향에 따라 국물 농도, 기름기 정도, 마늘 양, 돼지 고명, 면의 굵기와 삶은 정도, 토핑 추가, 음료수등을 선택할 수 있다. 해외 프랜차이즈의 메뉴는 일본 국내 메뉴와 전혀 다른 듯 하다.
예상한대로 식당 열자 곧바로 대기 없이 앉을 수 있었다. 혼자 왔기에 개방형 주방 앞 bar에 앉았다. 11:06am. 미리 준비한 주문서를 건네주면 주문 완료. 처음 온 것이니 선택 사항은 chef가 추천하는 "표준"으로...
주문한 후 돌아보니 테이블이 약 반 정도 찼다. 내가 도착한 후 10분 동안 줄이 급격히 늘긴 했지만 평일에는 11시까지만 오면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듯 하다.
작은 주방에 4명 정도가 함께 일하는데 서로 부딛히지 않고 물 흐르듯 매끄럽게 주문 받은 라멘을 준비한다.
각 테이블에는 레몬이 들어간 큰 물 주전자와, 컵, 젓가락, 향신료, 밑반찬에 클리넥스와 이쑤시개까지 다 준비가 되어 있다. 흔한 일본 스타일에 가까운데 한 걸음 더 나가서 종업원들이 왔다 갔다 할 상황을 거의 없애다시피 했다. 홀에 있는 여러명의 waitress들은 대체로 상당히 어리버리해 보였지만 이런 셋팅이라면 음식 갖다주고 치우는 것 외에 손님들 시중을 들어야 할 일이 없으니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일본에서는 보통 없는 밑 반찬이 두개. 볶은 김치 같은 것과 숙주 나물이 나왔는데 깨의 감칠맛 후에 후추가 여운을 남기는 숙주 나물이 맛있어서 여러번 먹었다.
(혼자 갔으니 한가지 밖에 먹어보지 못했지만... 설명을 위해서...)
5가지 국물 중 가장 대표적인 Original King. 전통적인 돈코츠 국물이다.
매운 맛 Red King. 뭔가 싱가폴 스러운...
이탈리안 pesto를 가미한 Green King.
식물성 고명의 Veggie King. 단, 국물은 여전히 동물성.
내가 시킨 Black King. 주문 후 음식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분. 이것도 Italian 식으로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면발인데, 흑마늘이 들어간다고 해서 시켰다. 기본 고명은 차슈(돼지고기), 파, 다시마로 무척 단순하다. 가운데 솟은 것은 갈은 양념 고기에 마늘 볶은 것을 뿌린 것. 반숙달걀은 추가 $1.75. 라멘 자체가 $14.50이니 다른 곳 보다 조금 비싼 편이다. (일본에 비하면 훠~~월씬 더 비싸고...)
기본 면발이 무척 가는 편이다. 다음에 혹 다시 오게 되면 굵은 면발로 주문해야지.
잡내 전혀 없는 냄새는 합격. 면 먹기 전에 먼저 국물을 한 숫가락 먹어보니 상당히 복잡한 맛이다. 맛의 설계(?)라고 해야할까? 묵직한 국물이 오래 끓인 돼지곰탕 비슷한 베이스를 만들고 거기에 된장, 깨등을 넣어 구수하고 고소한 맛을 냈다. 복잡한 맛은 다양한 향신료의 조합인듯 한데 그 중에 Black King에서 두드러지는 맛은 느끼함을 잡아주는 통 후추다. 라멘 나오기 전에 먹었던 숙주나물과 비슷한 해법이랄까? 적절하게 간이 된 부드러운 차슈는 얇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면/국물과 잘 어우러졌고, 중앙에 봉우리로 만들은 다진 고기는 약간의 단맛을 넣어 대비되는 연출을 했다. 메뉴에서 강조했던 흑마늘 풍미가 강한 향신료들에 묻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은 조금 아쉬움.
거의 다 먹었을 때 쯤 계산서를 가져다 준다. Waiter가 오가면서 계산을 해주는 대부분의 식당과는 달리 한국처럼 입구 cashier에 가서 직접 계산해야 한다. 들어가서 다 먹고 나오는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 밖에는 다시 줄이 형성되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약 20여명.
식당이 돈을 잘 벌으려면 당연히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하지만 음식이 맛있다고해서 반드시 돈을 잘 버는 것은 아니다. Ramen Nagi... 여러 나라에 이미 진출한 프랜차이즈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Yelp 별점 4.5를 받는 곳은 과연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 창의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맛의 구현
- 다양한 손님의 입맛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전혀 다른 5가지 국물
- 손님의 취향을 반영하는 선택 사항의 세심함 (특히 면의 굵기와 삶은 정도)
- 충분히 친절하다고 느끼게 하는 손님 응대
- 사실 10명이 넘는 종업원중 실제로 친절한 사람은 처음 대기줄 관리하는 한 사람 밖에는 없었지만
- 다른 waitress들의 서투름이 그 한사람의 통제와 사전 주문서로 완전히 커버가 되었음
- 모든 사람을 제대로 training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이니 인건비 면에서도 부담이 적을듯
- 엄청나게 빠른 회전율
- Waitress들이 통상 소비하는 시간중 주문 받는 시간과 계산서 처리하는 시간을 거의 zero에 가깝게 하고
- 주방에서는 LTE급 속도로 받은 주문을 처리하면
- 라멘은 불기 전에 먹어야 맛있으니 한사발 먹는 시간은 기껏해야 15분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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