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음식점 비교
몇 달전 태국에서 SNS로 유명세를 날리는 한 젊은 여성의 인터뷰가 일간지에 실렸다. 한국인으로서 기사에 실린 그녀의 돌직구 답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동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젊은 세대에게 한국은 가고 싶은 나라다. K-뷰티, 클럽 문화, 예쁜 카페는 분명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특히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기성세대는 주로 패키지를 이용하게 되는데, 코스가 천편일률적이다. 음식은 비빔밥·바비큐 일색이다. 특히 ‘오렌지소스(고추장)’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 있는데, 올드 세대는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갈 때마다 새롭다. 후지산과 온천 등 여행지마다 특색이 있고, 음식도 다양하다. 또 어느 도시 어느 동네를 가든 사고 싶게 만드는 일본산 특산품이 즐비하다. 인사동과는 다르다. 또 한국은 너무 서울에 집중돼 있다."
“서울의 패키지투어 코스엔 경복궁·창덕궁, 조계사·봉은사가 빠지지 않는데 사실 왕궁과 절은 태국이 더 많다. 반면 일본은 여행지·음식·쇼핑·기념품 등 볼 때마다 새롭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에게 한국은 원타임 이너프(한 번이면 족하다)이지만, 일본은 투머치(볼 게 많다)."
나는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 못했고 그나마 여러번 다녀온 일본도 고작 5번 가봤을 뿐인데, 한국과 일본의 음식점은 쉽게 대비되는 것이 있어 보였다. 당연히 두 나라의 모든 음식점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나 최고급 레스토랑을 제외한 대중음식점에 대해 내가 느끼는 대세(general trend)의 차이는 대충 이렇다.
- 한국은 돈을 벌고 싶어 음식점을 하고, 일본은 요리를 좋아해서 음식점을 한다.
- 그래서 한국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자본을 쏟아 부어 크게 하고 (요즘엔 프랜차이즈가 대세), 일본은 작게 하며 손님 많이 몰려도 가게 확장을 잘 하지 않는다.
- 한국은 음식 솜씨 괜찮으니 음식점 한번 내보라고 지인들이 말해서 음식점을 하고, 일본은 짧지 않은 도제 생활을 통해 요리를 전수 받아 대를 잇거나 독립한다.
- 한국은 음식값이 인테리어 비용에 비례하고, 일본은 음식값이 재료의 질에 비례한다.
- 한국은 주인이 주방을 맡는 경우가 적고, 일본은 주인이 주방을 맡는 경우가 대다수다.
- 한국은 극소수의 스타 셰프를 제외하면 요리사들이 주방 아저씨/아줌마로 취급 받고, 일본은 요리사들이 마스터(장인) 대접을 받는다.
- 한국 음식점은 유행을 많이 타고, 일본은 유행을 잘 타지 않는다. 유행이 커지면 원조 논란이 꼭 생기는데, 이것은 맛 흉내 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 촌구석으로 가면, 한국은 향토 음식점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고, 일본은 향토 음식점과 아주 괜찮은 서양 음식점이 공존한다.
위에 쓴 한국의 '대세'에 부합(?)하지 않는 곳이 한국에도 당연히 꽤 있다. 그런 음식점의 비율이 그저 아직은 너무 적을 뿐. 옆 나라 일본은 총리가 관광으로 나라 경기를 살리는데 올인해서 방사능 위험에도 불구하고 6년간 관광객 수가 무려 5배 늘었다고 하는데, 숙박/쇼핑/음식의 삼박자 관광 인프라가 이미 잘 갖추어진 나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로 성장한 한국은 이에 버금가는 관광 인프라를 갖추는데 과연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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