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에게 희망을?
아줌마들에게 희망을?
다니고 있는 교회의 30~40대 아줌마(?)들 사이에 요즘 통기타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마치 나비 효과 같이 조용하게 아주 조금씩 숫자가 늘어가는 것이 보인다.
시작은 2년쯤 전에 부교역자 한 분께서 완전 초보들을 대상으로 평일에 통기타를 가르친 것이었다. 여러명이 배웠지만, 대부분은 그 때 그 것으로 끝났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중 자매 한 명이 그 뒤로 목요일 여성예배에서 기타 반주를 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완전 초보였으니 실력은 그저 그랬겠지만 아마도 매주 곡이 나오면 열심히 연습해서 성의껏 했던 것 같고 그러면서 통기타에 맛을(?) 들인 듯 하다.
교회에 외부집회를 일년에 2~3번씩 하는 찬양팀이 있는데, 올 하반기 집회 준비 연습을 시작하면서 이 자매는 매주 빠짐 없이 와 예배실 구석에서 unplugged로 조용히 기타를 치다 가곤 했다. 찬양팀의 멤버가 되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본인에게는 넘사벽 같이 느껴지는 band에 맞춰서 개인 기타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아서 그냥 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한 곡을 정식으로 함께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권유가 계속되자 밤잠을 설치는 날들의 끝에 결국 함께 무대에 섰다. 한 명의 session player로 당당히 데뷔(?)를 한 것이다.
집회가 끝난 두어 주 후 교회에 통기타를 가지고 오는 자매들이 한 두명씩 생기기 시작했다. 이들은 예배 후 오후 작은 방에 모여 서툰 실력으로 낑낑거리며 코드를 잡고, 어설픈 스트로크로 둔탁하게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이 작은 방은 친교실 바로 옆에 통유리로 칸막이를 해놓은 방이다. 친교실에 있다가 이들이 모인 것을 보고는 호기심에 문을 열고 와서 묻는 자매들이 그래서 한명씩 추가되고 있다.
음악 실력에 상관 없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로망이다. 통기타만큼 대중적이며 입문하기 쉬운 악기가 또 있을까마는 이 또한 악기라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실력이 일취월장 하지는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조금 하다가 그만 두곤 한다. 그런데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또 그만 두었던 통기타반 classmate들에게는 이 자매의 연주가 동기부여가 된게 아닌가 생각을 해 본다. 함께 지내던 나랑 비슷한 악기 다룰줄 모르던 한 아줌마의 작은 변신이 다른 아줌마들에게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던져줬고 이 희망이 때 아닌(?) 통기타 바람을 조용히 일으킨 것이 혹 아닐까....
한국이나 미국이나 복음에 대한 일반인의 호기심이 사라진 지가 꽤 되는 듯 하다. 왜 그럴까? 그리스도인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의 행동과 삶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함께 지내던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이웃이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다면, 그래서 "왜? 어떻게?"라는 호기심을 유발한다면, 조용한 바람은 다시 때 아니게(?) 시작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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