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줄 때...
돈을 빌려줄 때...
잘 아는 사람과는 사업(?) 관계 자체를 만들지 않고 싶어하는 편입니다. 뭔가를 해줘야 한다면 돈을 받지 않고 해 주던가, 거절하던가 둘 중 하나를 택합니다. 뭔가 일을 맡겨야 할 것이 있으면 가급적 제3자를 선택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관계를 나쁘게 하지 않고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친구 간에 금전거래 하지 말아라.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다"는 말씀을 저도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없게 여전히 만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최근 신문 지상에 여러번 오르내린 래퍼 마이크로닷의 부모 같은 경우가 극단적인 경우라 하겠습니다.
젊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워놓고 살았습니다.
- 정말로 가까운 사람에게만, 내 형편으로 가능한 만큼만 빌려준다.
- 돈을 빌려주지만 받을 기대를 하지 않는다.
- 이자를 받지 않는다.
- 7년 내로 갚지 않는 돈은 없던 것으로 한다.
빌려준 일이 많지는 않은데 회수된 돈은 50% 조금 더 되는 듯 합니다. 어려운 상황은 아닌데 당장 현금이 없거나 해서 빌려준 것은 금방 회수가 되지만, 정말 형편이 어려워 보여서 빌려준 것은 회수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습니다. 부도 위기에 한 번 몰리면 완전히 헤어나오는 것은 참 어려운 듯 한 번 갚아도 얼마 안가 또 빌리러 오곤 합니다.
다행히 지인 중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도박 같은 것에 빠진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줄 필요가 없습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젊었을 때는 돈은 잃어도 사람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좀 더 들게 되니 사람도 잃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내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서서히 종료될 가능성은 무척 농후합니다.
-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그 사람이 서운하게 느껴 멀리 하기 시작합니다.
-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을 갚을 기색조차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해 내가 실망을 해서 더이상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아집니다.
- 그 사람은 정말 갚고 싶어하는데 그 형편이 정말 어려워 갚을 수는 없는 상황이면, 내게 미안한 마음때문에 그 사람이 나를 멀리합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돈 요청을 받는 순간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쨌거나 끝이 날 가능성이 반 이상인 것입니다. 그래서 몇년 전부터는 한가지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더 이상 보지 않게 될 상황이 오게 되더라도... 그래서 마음 아파하게 될지라도... 지금은 일단 어려움을 모면하게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을만큼 이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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