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 of the Universe?
요즘 심심치 않게 접하는 주제 중 하나가 “창조적 진화론”입니다.
넓게 보면 political science같은 것도 과학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주제에 관해서 말할 때는 아마도 전통적인 좁은 의미의 science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순수과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저 역시 공학에서도 비교적 물리학에 가까운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라는 경험에서 볼 때 과학은 통상 (1) 현상의 발견 혹은 관찰 (2)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의 제시 (3)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 및 재현 가능한 실험결과의 제시라는 형식을 따릅니다.
무척 논리적이고 straightforward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보면 이런 과정을 통해 “아! 정말 그렇구나”라고 똑 부러지게 증명 되어지는 것보다는 “나름 그럴듯하네”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들이 훨씬 많기에 전세계의 유수한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오늘도 열심히 “re”search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A교수를 필두로 한 그 제자들과 B 교수를 필두로 한 그 제자들이 서로 다른 scientific journal을 무대로 무척이나 상반되는 이론을 펼치는 것도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고, 증거 및 실험결과를 제시하는 것도 자신들의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것들 위주로 골라낸 것에 의존해 주장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창조론 vs. 진화론의 경우도 그저 “론(論)”일뿐 학문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증거와 실험결과가 아직까지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측 모두 각자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한 양보할 수 없는 결론처럼 이미 굳어진 가설이 있을 뿐이지요.
미국 InterVarsity Press 편집장이었던 James Sire는 그의 저서“The Universe Next Door (기독교 세계관과 현대사상)” 에서 "A worldview is a set of presuppositions (or assumptions) which we hold (consciously or subconsciously) about the basic makeup of our world." "세계관은 우리가 사는 세계의 기본 구조에 대해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우리가 가지는 전제 (또는 가정)의 집합이다." 라고 정의합니다. 혹자는 아주 쉽게 말해서 세상만사를 바라볼 때 각자가 쓰는 “안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서구 기독교는 이성과 학문을 중심으로 흘러간 지 참 오래 되었고 한국 기독교도 그 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성과 신앙이 배치되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유연한 사고를 가지는 것 역시 중요한 가치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기독교가 제3세계와 접하는 곳에서는 그들이 이해하지도 설명하지도 못하는 일들이 엄연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좌절하는 서구권 선교사의 수는 결코 적지 않습니다.
성경의 많은 내용은 재현 가능한 과학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벌어진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입니다 (N.T. Wright). 만물에는 법칙이 있고 우리 삶의 대부분은 그 법칙에 의해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법칙을 벗어나는 설명 불가능한 일들이 가끔이나마 벌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우리는 그런 영역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소아마비로 평생 짧았던 다리가 보는 눈 앞에서 불과 몇 분 사이에 길어지는 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과 일평생 단 한번의 기적도 겪지 못한 사람의 세계관은 절대 같을 수 없으며 따라서 같은 결과를 관찰한 것에 대한 해석도 같을 수 없습니다.
저도 이왕이면 불신자들과 충돌하고 싶지 않고 가급적이면 시크(chic)하게 보이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한 말의 파급효과(영향력도 없는 사람이 별 걱정을 다 ㅎㅎㅎ) 를 생각하면 차라리 욕먹는 편에 서는 게 낫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교리에 대한 생각입니다. 제가 보기에도 성경적 근거가 참 약한 것 같고, 자살한 사람의 가족들에게 할 말은 참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명하신 신학교수께서 신문지상에 반론을 펴신 글을 읽고 수많은 자살 충동자들을 생각한다면 차라리“자살하면 구원받지 못한다”고 말하고 욕을 먹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주의 나이에는 그리 관심이 없습니다. 6일간의 창조기간이 문자적으로 144시간인지 아니면 훨씬 더 긴 시간인데 은유적인 표현을 한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다지 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나이, 지구의 연대는 엄밀히 말해서 부각된 껍질의 하나일 뿐, 대립의 핵심은 “우연”인가 “의도한 바”인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화론이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가 “엄청난 기간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진화”론”자들이 설쳐서 기정사실화해버린 내용들에 반론을 제기하는 창조과학회의 노력에 아직도 더 마음이 짠해집니다.
고등학교때 생물선생님께서 첫시간에 “여러분이 지금부터 배우게 될 내용들은 유력한 ‘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더 유력한 ‘설’로 대치될 수 있음을 명심하십시오"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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