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 영도 교회
제8 영도 교회
미국에 처음 왔을 때 'OOO 제2침례교회'라는 교회 이름을 보고 고 한경직 목사님께서 북한에서 담임하셨던 교회의 이름은 '신의주 제2교회'였던 것을 기억에 떠올리며 '요즘도 이런 교회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름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름은 생각과 흐름을 반영합니다. 20세기 초 까지만 해도 교회의 이름은 단순히 교회의 소재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교인 수가 증가해서 분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제2교회, 제3교회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한글로 이름 짓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 신생 교회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과거 한문으로 교회 이름을 짓던 시절에 아주 흔한 이름 중 하나가 'OO 제일 △△교회' 였지요. 오랫동안 단순히 '처음'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던 '제일' (first) 라는 명칭이 아마도 '최고' (best) 라는 의미로 바뀌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제2', '제3'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교계의 현실이 교회 간의 협력을 잃어버리고 경쟁하는 개교회주의의 상징처럼 보여 제 맘이 늘 좋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이름을 빌어 내 아이의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최고의 경의를 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교회 후배 중 한 명의 이름이 존경받는 목사님의 이름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분립이 아니지만 교회의 이름을 빌어옴으로써 우리 교회도 그 교회 같았으면... 하는 마음을 표시한 경우들이 적지 않습니다. 요즘도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과거와 같은 순수한 뜻 외에 혹 단순히 brand 가치를 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다소 삐딱한 생각도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어쨌거나 교회 분립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현실, 거의 닫기 직전인 교회로 부임하는 목회자들이 서둘러 하는 것 중 하나가 교회 이름을 바꾸는 현실, 너도 나도 새롭고 참신한 이름으로 교회를 개척하려고 애쓰는 현실은 자신의 뿌리가 되어준 교회와 선배 목회자들을 흠모하여 닮고 싶어하는 마음을 상실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말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의 선진들과는 달리 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기성 세대 목회자들이 부끄러워 해야 할 부분이며, 동시에 '나는 다르다'라는 차별성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신 세대 목회자들이 겸손해져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몇년 전 부산 출신 한 자매로부터 '부산에는 제2, 제3 교회가 있다'는 이야기 들은 것이 문득 생각나 찾아보았는데 제1 영도교회라는 곳에서 계속해서 분립을 해 현재 제8 교회까지 있고, 각 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 하나가 교회 건강의 척도는 결코 아니겠지만 오늘 제 마음에 와 닿는 바는 참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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