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ss Code
Dress Code
교회에서 빠지지 않는 뒷담화의 주제중 하나는 '옷'입니다. 특별히 예배 중 앞에 서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거의 끊이지 않습니다. 다들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라는 관점에서 말을 합니다. 그런 말에 일부분 동감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제 마음에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저는 규범을 편하게 생각하고, 교회의 자매분들이 정숙해 보이는 옷을 입어주기 바라고, 제 아들이 바지 내려 입고 다니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본질적으로 무척 보수적인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마음에 불편함이 있는 것은
(1) 이런 것은 되고 저것은 안되고 식의 rule을 세우고 그에 기준해 판단(judge)하는것이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교회의 상황과
(2) 교회 강단 위와 아래를 구분하고 그 위에서의 복장과 행동은 아래서의 그것과는 달라야만 한다는 이중잣대입니다.
옷 입는 것 조차도 조심스럽게 염치와 정절로 단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에 심지어는 설교의 주제로 다루어도 좋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교회에서 조목조목 나열하고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고 강요한다면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계명을 "안식일을 지키는 49가지 항목"으로 바꿔친 바리새인들과 다를 바가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옷이 좀 보기에 그렇다"는 것과 "교회 예배를 섬기는 사람의 옷이 대체 저게 뭐냐"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후자는 그 사람의 예배하는 "자세"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예배하는 자세에 대해 평가할 자격을 주님께서 저희에게 주시지 않았기에, 예배라는 주제와 연결해 형제자매의 옷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것을 교회가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저는 반문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 교회지만 아무렇게나 와서는 안되는 곳이라는 것은 열심있는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공유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아무렇게나 와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 예배를 인도하는 자리에 서는것은 당연히 곤란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이 늘 하나님을 전심으로 예배하는데 힘쓰는 사람이라면, 더 나아가 만약 그 옷이 그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하나님 앞에 서기에 가장 적합한 옷이라고 생각해 고른 것이라면 내 생각과, 내 취향과 다르다 하더라도 받아드려 주는 것이 더 옳은 일이 아닐까요?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바로는, 강단 위에 서는 사람의 옷차림은 달라야 한다는 의견들은 한결 같이 "회중들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배하는 회중들이 행여 마음에 불편함이 없도록 고민하고 힘쓰는 것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강단 위에 서는 개개인이 스스로에게 다짐해야할 일이지,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형태로 회중들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갑이 하는 것과 을이 하는 것은 다르며, 상대방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강요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상처와 쓴뿌리를 남기고, 나아가 이중성을 초래합니다.
회중이 귀중하기 때문에 듣고 존중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것은 아닌지, 혹시 복음의 참된 자유함의 부분을 compromise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때는 아닐까 질문을 던져봅니다.
"대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그 분들은 백조의 호수 공연을 보실 때도, 수영장에 가실 때도, 손연재 선수의 리듬체조나 김연아 선수의 피겨스케이팅을 보실 때도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혹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별 생각 없이 보실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데도 예배중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른다면 상대방의 옷 자체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라기 보다는 혹 그 분이 생각하시는 예배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관념적" 반응은 아닐까요?
'옷'에 대한 말이 나올때나 제 눈에 보기에 튀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볼때면 "하나님이라면 저 사람의 옷과 예배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실까?" 라고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만 제 마음 속에서 울려오는 대답은 늘 "하나님께서 저 사람을 기뻐하시고 저 사람이 드리는 예배를 기쁘시게 받으신다"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 한 찬양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온 폭 넓은 연령층의 여러 인종들이 함께 드리는 예배였습니다. 민소매의 옷, 반바지나 청바지는 기본이고 몸 곳곳에 한 문신, 끈만 있는 상의, 슬리퍼, 맨발, 팬티 드러나는 내린 바지등도 눈에 아주 많이 띄었습니다 (숨은 그림 찾기: 사진의 청년에서 몇가지가 지적 대상인지 가장 많이 찾아내시는 분께 후한 상품을? ㅎㅎㅎ). 그러나 그들이 예배하는 모습은 진실로 아름다왔습니다. 보면서 제 눈이 촉촉이 젖어들 정도로...
우리 모두 서로 함께 노력했으면 합니다. 강단 위에 있는 사람들은 회중에게 덕이 되지 않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회중들은 앞에 서는 사람들을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하심으로 용납하도록... 서로의 외모를 보기보다는 그 마음의 중심을 보고, 예배의 주인이신 하나님께만 우리의 모든 시선을 드리도록...
"무엇이든지 밖에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함을 알지 못하느냐 이는 마음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배로 들어가 뒤로 나감이라 이러므로 모든 음식물을 깨끗하다 하시니라 또 이르시되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속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 곧 음란과 도둑질과 살인과 간음과 탐욕과 악독과 속임과 음탕과 질투와 비방과 교만과 우매함이니 이 모든 악한 것이 다 속에서 나와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막 7:18~23)
In essentials, unity; in non-essentials, liberty; and in all things, charity. (Augu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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