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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er, still nearer, close to Thy heart ...

아들을 판단했던 것을 후회하는 아빠 (Father regrets judging his son)

  • 2026.01.21 10:22
  •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나는 아들에게 “정신 차려라(man up)”라며 변명 그만하라고 말했다.
그때는 내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소리치고 있다는 걸 몰랐다.
아들의 침대가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방의 침묵이 영원해졌을 때에야 깨달았다.

내 아들 레오는 스물세 살이었다.
세상 밖에서 보기에,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 당시의 나에게도, 그는 실패자처럼 보였다.

나는 단순한 사람이다.
나는 땀 흘린 만큼 대가를 받는 시대에 자랐다.
스물네 살에 동네 제조 공장에서 일해 첫 집을 샀다.
낡은 트럭을 몰았고, 고장은 직접 고쳤으며, 불평은 하지 않았다.
그게 미국식 삶이었다.
열심히 일하면, 하얀 울타리가 있는 집을 얻는다. 단순한 계산이었다.

그래서 나는 레오의 투쟁을 보지 못했다.
나는 게으름을 봤다.

그의 대학 학위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휴대폰에 붙어 배달 앱으로 음식을 나르고, 정오까지 잠을 잤다.
우리 집 지하실에 살며, 늘 똑같이 큰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나는 그의 눈빛을 지루함으로 해석했다.

나는 늘 그를 몰아붙였다.
“세상은 네 밥벌이를 책임져주지 않아, 레오.”
커피잔을 탁 내려놓으며 말하곤 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해. 인성을 쌓아라.”

내 인생을 바꾼 그 화요일도 평소와 다르지 않게 시작됐다.
기름 묻은 손으로 일터에서 돌아왔고,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뒤의 묵직한 피로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레오는 부엌에서 시리얼 그릇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6시였다.

“이제 일어났냐?”
가슴속에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요, 아빠.”
그가 조용히 말했다.
“방금 들어왔어요. 배달 몇 개 했어요.”

“배달?”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건 직업이 아니야, 레오. 취미지.
내가 네 나이였을 땐 이미 집 대출이 있었고 아이도 생길 참이었어.
너는 기름값도 혼자 못 내잖아.”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얼굴은 창백했고, 기억보다 더 말라 보였다.

“요즘 취업 시장이 너무 안 좋아요, 아빠.
신입을 뽑으면서도 경력 3년을 요구해요.
그리고 월세는… 원룸이 한 달에 이천 달러예요.
계산이 안 맞아요.”

“일하면 계산은 맞아.”
내가 쏘아붙였다.
“경제 탓, 시스템 탓 그만해.
이건 근성 문제야.
90년대에 나한테 쉬웠을 것 같아?
우린 안전지대 같은 거 없었어. 그냥 해냈지.”

레오는 나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은 무거워 보였다. 졸린 게 아니라,
마치 천장을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저 노력하고 있어요, 아빠. 정말이에요.
근데 저는 그냥… 너무 피곤해요.”

나는 눈을 굴렸다.
정말로 눈을 굴렸다.

“피곤해? 뭐가 그렇게 피곤해?
차에 앉아 있느라? 휴대폰 보느라?
나는 열 시간 내내 서 있었어. 내가 피곤하지.
너는 그냥 의욕이 없는 거야.
전기, 음식, 집 다 있으면서
마치 세상의 짐을 다 진 것처럼 굴잖아.”

부엌은 조용해졌다.
냉장고 소리만 웅웅 울렸다.
TV 뉴스에서는 물가 상승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가 반박하길, 싸우길, 뭔가 불꽃을 보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빠 말이 맞아요.”
그가 속삭였다.
“제가 아빠 나이 때의 아빠가 아니라서 죄송해요.
저한테는 계산이 안 맞아서 죄송해요.”

그는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열 살 이후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을 했다.
나를 안았다.
힘 있는 포옹이 아니라,
내 어깨에 몸을 기댄, 무너지는 듯한 포옹이었다.

“이제 더 이상 짐이 되지 않을게요, 아빠. 약속해요.
주무세요.”

나는 거기 서서 스스로 옳았다고 느꼈다.
마침내 통했다고 생각했다.
강한 사랑. 이 세대에 필요한 건 그거라고.

나는 좋은 아버지라고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집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났다.
오늘은 그를 일찍 깨울 생각이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찾으러 갈 예정이었다.
내가 직접 공단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레오! 일어나!”
지하실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대답이 없었다.

문을 열었다.

방은 말끔했다.
빨래 더미는 사라졌고,
블라인드는 열려 있었으며,
침대는 군대식으로 완벽하게 정리돼 있었다.

그리고 베개 위에는 그의 휴대폰과
접힌 공책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등골을 타고 차가운 전율이 내려왔다.

“레오?”

화장실. 비어 있었다.
뒷마당. 비어 있었다.
차고. 비어 있었다.

내 낡은 픽업트럭이 사라져 있었다.

나는 방으로 뛰어 돌아가 쪽지를 집어 들었다.
손이 너무 떨려 종이를 찢을 뻔했다.

⸻

아빠,
아빠가 제가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요.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아요.
저는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정말로요.

하지만 아빠가 오른 그 산에는
이제 길이 없어요.
저는 올해 400군데에 지원했어요.
부끄러워서 말하지 않았어요.
배달 앱은 하루 14시간씩 했어요.
학자금 대출 원금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이자만 갚기 위해서요.

저축하라고 하셨죠.
저도 해보려 했어요.
하지만 월세는 아빠 때의 두 배고,
임금은 절반인데
저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요.

보험이 끊겨서
3주 전부터 약을 끊었어요.
다시 돈 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피곤했던” 거예요.
제 머릿속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그 소리를 줄일 볼륨 조절기가 없었어요.

아빠 말이 맞아요.
세상은 강한 사람들의 것이죠.
그리고 저는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어요.

트럭을 몰고 옛 다리로 갈게요.
미안해요.
이제 아빠가 제 고지서를 지불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랑해요,
레오

⸻

내 목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사람 소리가 아니었다.
덫에 걸린 짐승의 소리였다.

911에 전화했고,
다리로 달려갔다.
너무 빨리 달려 세상이 회색 줄무늬로 번졌다.

강보다 먼저 경광등이 보였다.
견인차가 보였다.
내가 자랑하던 그 픽업트럭이
진흙과 수초를 달고 물에서 끌려 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았다.
나를 부축한 경찰은 내 또래였다.
그는 “괜찮아질 겁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산산이 부서질 때까지 안고 있어 주었다.

6개월이 지났다.

사람들은 내게 말한다.
“잭, 당신 잘못이 아니야. 우울증은 조용한 살인자야.”

맞다.
우울증은 질병이다.

하지만 나는 그 계산을 멈출 수가 없다.

나중에 그의 휴대폰 기록을 봤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수백 군데에 지원했다.
자동 거절 메일을 받았다.
그는 내가 자는 동안 일하고 있었다.
나는 과거를 미화한 채,
그가 치르고 있던 전쟁을 보지 않으려 했다.

나는 1990년의 잣대로 그의 삶을 재었고,
그가 그 기준에 못 미칠때면 그 잣대로 그를 후려쳤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내 나이 땐 집도 있고 차도 있었어.”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
그땐 집값이 연봉 2년치였지, 20년치가 아니었다는 걸.
우리에겐 연금이 있었고,
그들에겐 임시 계약뿐이라는 걸.
우리에겐 희망이 있었다는 걸.

레오에게 필요한 건 근성 강의가 아니었다.
“피곤해”가 “잠이 필요해”라는 뜻이 아니라
“버틸 이유가 거의 남지 않았다”는 말임을
이해해 줄 아빠였다.

나는 매주 일요일 그의 무덤을 찾는다.
트럭 얘기를 해준다.
미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들을 수 없다.

지금 세상에는 레오가 너무 많다.
우리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하지만
보상은 절반도 받지 못한 채,
망가진 경제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디지털 고립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들.

당신의 아이가 “피곤하다”고 말한다면…
제자리걸음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날개가 잘린 세상에서
이륙하지 못하고 있다면…

제발.
판단을 내려놓아라.
“내가 젊었을 때는 말이야”라는 이야기를 버려라.

“정신 차려라”고 말하지 말고,
네가 곁에 있다고 말해라.
그들의 가치가
월급이나 재산에 있지 않다고 말해라.

나는
아들이 그 소파에서
“게으르게” 자고 있는 모습을
딱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 —집도, 연금도, 자존심도—
전부 내줄 수 있다.

“완벽한” 죽은 아들은
후회밖에 남기지 않는 트로피다.

침묵이 영원한 것이 되어버리기 전에,
그 침묵에 귀 기울여라.

 

[원문 출처] Facebook "Weird , Wonder and Amazing Things"

저작자표시 비영리 동일조건 (새창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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