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의 생애 (8): 로마 그 이후
로마에 도착하자 호송을 맡았던 근위대 백부장은 바울을 근위대장에게 인계했습니다. 이로서 로마 제국의 수도를 방문하려던 바울의 간절한 소원은 드디어 성취되었습니다.
로마에서 바울은 비록 파수병의 감시가 있고 쇠사슬에 매여있긴 하였지만, 감옥 대신 바울만의 하숙집이 배정되었고 그곳에서 방문자들을 자유롭게 만나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이런 호의는 바울이 로마 시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총독 베스도의 보고서, 그리고 호송 기간 내내 바울에게 경의를 표하며 호의를 베풀었던 근위대 백부장 율리오의 영향이기도 했을것입니다.
로마에서도 바울은 “첫째는 유대인에게요 또한 헬라인에게로다”라는 평소의 원칙을 따라 로마 도착 3일후 로마 거주 유대인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로마의 유대인들은 바울에 대한 나쁜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며 바울의 설교를 듣고 싶어 했고 그 후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숙소로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바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방문객들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갈렸습니다.
아마도 AD 58에서 60년까지 바울은 로마 하숙집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가택연금 상태로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자신을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다 따뜻하게 맞아들이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소위 옥중서신이라고 불리는 에베소서, 골로새서, 빌레몬서 그리고 끝으로 빌립보서를 썼던 것이 이 때라고 추정됩니다. 빌레몬서에 기록된 도망친 노예 오네시모 역시 바울의 로마 하숙집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새사람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의 기록은 여기서 끝이 나기때문에 그 후 바울의 행적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2년의 가택연금 후에도 그를 고소한 유대인들이 로마로 오지 않았기 때문에 바울은 재판 없이 석방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울이 로마서에 썼던대로 당시 땅끝으로 여겼던 서바나(Spain) 에 가서 2년 가량 있었던 것으로 보지만, 로마에서 서바나를 먼저 갔던 것인지, 나중에 갔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일을 마치고 이 열매를 저희에게 확증한 후에 너희에게를 지나 서바나로 가리라” (롬 15:28)
후기 서신의 내용을 볼 때 그레데 섬에 교회를 개척한 후 디도를 남겨둔 것, 그리고 아시아의 밀레도와 마게도냐를 갔던 것은 확실합니다. 에베소로 보낸 디모데 전서와 그레데 섬으로 보낸 디도서는 마게도냐에서 보낸 서신이라는 설이 넓게 받아들여집니다.
“내가 너를 그레데에 떨어뜨려 둔 이유는” (딛 1:5)
“에라스도는 고린도에 머물렀고 드로비모는 병듦으로 밀레도에 두었노니” (딤후 4:20)
“내가 마게도냐로 갈 때에 너를 권하여 에베소에 머물라 한 것은” (딤전 1:3)
그 후 고린도가 있는 아가야 지방에서 머물며 사역 하던 중 아마도 아가야 서북쪽 끝의 니고볼리에서 로마군에게 체포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내가 아데마나 두기고를 네게 보내리니 그 때에 네가 급히 니고볼리로 내게 오라 내가 거기서 과동하기로 작정하였노라” (딛 3:12)
바울이 다시 투옥된 것은 네로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문이었습니다. AD 64년 7월 19일에 로마에 대화재가 발생하자 네로 황제는 기독교인들에게 방화의 책임을 뒤집어 씌우기로 했고, 기독교 지도자들을 모두 체포했습니다. 외경 <베드로 행전>에 따르면 이때 로마에서 선교하고 있던 베드로는 죽음의 위협을 피해 탈출하려다가 돌아가 자수했고, 아가야에서 체포된 바울은 로마로 압송되어, 로마의 중심지인 포룸 로마눔(Forum Romanum) 부근의 마메르틴(Mamertine) 감옥에 갇혔습니다.
첫번째 투옥 때와는 달리 사형이 확정된 반역죄인으로 갇힌 것이라서, 감옥은 환기구멍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고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감옥이었습니다. 편지를 쓸 수 있는 정도의 자유만 허락되었을 뿐 바울은 추위와 외로움 속에서 몇년간의 힘든 말년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는 이때까지도 바울 곁의 자리를 지켰던 것 같습니다.
“누가만 나와 함께 있느니라” (딤후 4:11)
자신의 마지막이 임박한 것을 감지한 그는 마지막으로 에베소에 있는 디모데에게 두번째 편지를 보냈습니다.
“전제와 같이 내가 벌써 부어지고 나의 떠날 시각이 가까웠도다.” (딤후 4:6)
AD 68년 로마 원로원이 황제 네로의 폐위와 사형을 결정하자 네로는 자살합니다. 그에 앞서 바울은 로마 성곽에서 5Km 떨어진 아크바스 살비아라는 곳에서 참수형으로 순교를 하게 됩니다.
약 30살에 회심했던 바울은 순교할 때까지 신약성서 27개 중 13개의 서신서를 기록하였고, 여러번의 죽을 위기를 무릅쓰고 먼거리를 여행하며 많은 교회를 세웠습니다. 사도행전에 기록된 것만도 약 12,000Km의 거리를 돌아 다녔고 로마에서의 1차 투옥 이후의 추산거리까지 합한다면 무려 20,000 Km에 달하는 거리를 여행했습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로니라.” (딤후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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