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런던: Kiln (Thai)
런던 여행 떠나오기 전에 점심/저녁 식사할 곳의 80% 정도를 예약 해놓고 왔는데 이 식당 Kiln이 예약한 첫번째 식당입니다. 식당 이름 킬른(Kiln)은 벽돌 같은 것을 구워내는 가마라는 뜻입니다. 엣날에는 'n'이 묵음이라 kill과 같은 발음이었다가 지금은 킬른으로 읽는다고 합니다. Central London의 Soho 지역 남쪽 Piccadilly Circus 역 부근에 있어요. (메인 가격대 £12~38, 맛 8.5, 가성비 8.5, 인테리어 7.0)
부근 풍경. Brewer St에서 Chinatown의 Wardour St 쪽을 향해서.
런던의 상징인 강렬한 빨간색의 전화박스. 작은 아이가 전화박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움짤 만들고 싶다고 해서 찍기 시작했는데 문이 잠겨 열리지 않아 "Cut! NG"를 외침 🤣
빨간색 2층 버스. 앞뒤 머리를 둥글게 하고 LED headlight 장착한 최신 모델 짱 세련 됨.
12시 식당 열 때로 예약하고 가 보니 약간의 줄이 서 있네요. 1층에 바, 지하에 테이블이 있는데 식당 공간이 작은 편입니다. 인테리어는 깔끔하지만 소박하고요.
음식은 태국(Thailand) 북부의 미얀마, 라오스, 중국 운난성과의 접경 지역의 것인데 요리사들은 런던 토박이들입니다. 뭐 한국에 있는 태국 음식점들도 태반이 한국인이 하는 것일테니 이상할 것까지는 없지만, 런던 같은 국제 도시에서 소문난 맛집 태국 음식점이면 태국인이 주방장이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지요.
나올 때는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없네요. 연말 연시가 아닌 관광 성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인기가 높은 편이니 예약을 하는 편이 안전할 듯 합니다.
메뉴가 간결합니다. Instagram을 보면 부지런히 연구를 해서 계속 변경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양 요리처럼 전채/메인/후식 등으로 나눠놓지를 않아서 양을 가늠하기가 좀 어려웠고, 번역 없이 태국어를 그대로 쓴 것들이 있어서 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전에 메뉴 공부를 좀 하고 가는게 좋겠습니다.
- Cull Yaw는 양고기인데 어린양(lamb)이 아니고 나이든 양(mutton)을 뜻합니다.
- 태국 북부와 라오스에서는 Lao라는 종족이 사는데 그 말에서 Laap은 잘게 썰은 육류나 어류를 칭합니다.
- Shrimp relish란 카피(Kapi, กะปิ)라는 이름의 소스로 새우(shrimp나 krill) 으깬 것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것입니다. 고추, 마늘, 설탕, 라임등과 섞어서 젓갈류의 짜고 쿰쿰하면서도 강렬한 우마미에 매콤 새콤 달콤한 맛이 더해집니다.
- Laap Mee는 잘게 썰은 고기나 생선(laap)에 바삭한 튀김 같은 것을 추가한 음식입니다.
- Chak Som Curry는 짠맛과 신맛을 조화시킨 커리라고 합니다.
- Galangal은 생강과 비슷하면서 좀 더 강렬하고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향신료입니다.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에 많은 태국 음식점들이 있지만, 메뉴 구성 면에서 무척 다르네요. 흔히들 먹는 똠양(매콤 새콤 달콤한 찌개), 팟타이(볶음 국수), 그린/옐로 커리 등등은 아예 없습니다.
Roasted Shrimp Relish with Sardine £11.00
카피(Kapi, กะปิ)라는 새우 양념장을 처음 맛 봤는데요, 맛이 아주 강렬하고 매력적입니다. 장맛과 젓갈맛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는 거부반응 없이 잘 먹힐 맛이에요. 숯불에 구운 신선한 정어리에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정어리 한마리에 곁들여 먹기에는 양념장이 많은 편이었으나 맛이 신기해서 꽤 짠데도 불구하고 남은 양념장 계속 먹어 봤습니다.
Northern Laap Sausage £5.80
거칠게 갈은 돼지고기로 만든듯한 소세지. 향신료가 만들어 내는 복잡한 맛에 잡내가 전혀 나지 않네요. 호쾌하게 뿌려놓은 빨간 고추와 바질(basil) 이파리와 궁합도 좋았습니다.
Aged Cull Yaw (mutton) & Cumin Skewer £3.00
저는 늘 어린양(lamb) 고기만 먹었지 나이 든 양고기(mutton)는 처음 먹어봤는데요, 양념을 잘해서 그런지 누린내 전혀 없고 무척 맛있더라고요. 살코기와 기름을 교대로 꼬치에 꽂아 구워서 무척 부드럽고 맛 있었습니다.
Clay Pot Baked Glass Noodles with Tamworth Belly & Brown Crab Meat £7.85
국수는 한국 당면하고 비슷한 평범한 면발인데 Tamworth(영국산 돼지) 삼겹살과 게살을 밑에 깔아서 볶았습니다.
살짝 눌은 양파와 당근이 은은한 단 맛을 더해주고 과하지 않은 양의 삼겹살 기름과 게살의 만남이 재미있는 맛의 조화를 끌어내네요. 참신한 재료의 조합입니다.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얼큰한 풋고추 소스.
Issan Pork Offal Laap £11.50
이곳에서 먹었던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한 맛이었습니다. 주방장의 자신감이 뿜뿜 느껴지는 요리랄까요? 갈은 돼지고기에 굉장히 많은 향초(herbs)를 넣어 볶았는데요 비주얼과 맛으로 짐작해 보건대 어장(fish sauce), 레몬그라스(lemongrass), 고수(cilantro), 감귤류(citrus), 바질(basil) 그리고 그 외에 이름 모를 무척 강렬한 향신료 몇가지. 이 모든 재료들이 피아노(p)로 섬세한 앙상블을 내는 것이 아니라 포르테시시모(fff)로 연출해내는 감동에 놀랐습니다. 이것이 정통 태국 음식이 아니라 응용된 레시피라면 셰프의 맛 설계 능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스페셜 메뉴에 있던 Northern Style Turnip, Radish & Herb Salad £6.50
새콤하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라서 위에 있는 Offal Laab의 충격을 잘 씻어 주었습니다.
Brown Jasmine Rice £2.80
원래 밥 주문할 계획이 없었는데 Offal Laab 맛이 강렬해서 추가로 주문했습니다. 장립종(長粒種, long-grain) 쌀은 다 끈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밥은 쫀득한게 맛 있었어요!
밥 시켜서 같이 먹으니 밸런스가 딱 잡히네요.
전체적으로 너~~무 맛이 훌륭하고 가격도 합리적인데 음식양이 타파(tapas) 식으로 살짝 작습니다. 2명이 3~4개 정도 주문하면 얼추 맞을 것 같아요. 이전에 먹어보지 못했던 태국 음식의 세계에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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