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도시 런던: 숙소와 교통
https://brunch.co.kr/@daramzy/26파리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런던도 부동산 시세가 엄청 높은 곳인지라 숙박비 부담이 꽤 됩니다. 게다가 저희 가족이 온 연말에는 가격이 더 치솟아 2~3배 정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위치가 좋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느라 시간을 좀 썼는데요, 먼저 런던에서 주로 뭘 하고 싶으냐가 확실해야 숙박할 곳을 결정하는 것이 쉽겠지요?
런던에는 32개의 자치구(boroughs)들이 있는데, 그 중 관광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은 거의 중앙의 Westminster 부근인 것 같습니다.
널리 알려진 공원, 궁전, 교회, 의사당, 박물관등 명소들 (landmarks) 이 거의 다 이 지역에 있고
명동이나 긴자 같은 분위기의 쇼핑 구역들, 좋은 식당들도 이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템즈 강 남쪽의 쇼핑 구역도 이 곳에서 다리만 건너면 바로입니다.
저희 가족이 숙소로 잡은 곳은 핀스베리 파크 역 (Finsbury Park Station) 부근의 Maldron Hotel입니다. 도심보다 월등히 저렴한 숙박비에 깔끔한 현대식 호텔이고, 여러 버스 노선의 종점에 지하철 2개가 정차하고 부근에 1개의 추가 노선이 지나가며 위에 언급한 Westminster 지역까지 지하철로 15~25분 이면 갈 수 있어 교통이 무척 편합니다.
히스로 공항 (Heathrow, LTR)에서 지하철(underground) Piccadilly 선을 타면 갈아탈 필요 없이 1시간 10분에 갈 수 있고
(참고: Heathrow Express라는 열차가 공항에서 도심까지 15분만에 가지만, Hyde Park 북쪽의 종착역인 Paddington Station에서 행선지까지의 연결 교통이 편하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반 지하철로도 30분이면 가는 거리라서 시간 이득이 큰 것도 아니고 요금은 60일 전 예약해도 지하철의 4.6배, 당일 구매하면 6.9배 더 비쌉니다.)
개트윅 공항 (Gatwick, LGW)에서도 철도 Thameslink 열차를 이용하면 갈아탈 필요 없이 52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을 와서 4월에 다녀온 서울의 교통 시스템이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에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를 다시 절감했습니다. ["방문자들에게 너무도 불편한 한국의 교통"] 런던에만 국한된 시스템 같기는 하지만, 비접촉 신용카드 (contactless credit card) 혹은 Apple Pay/ Google Pay 되는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지하철이건 버스건 런던 시민과 동일하게 편리하게 사용이 가능하고, 하루 사용량이 일정 수준 (Pay As You Go Caps, 구간별 약 £10 이내) 을 넘어가면 daily 사용권으로, 5일 이상 되면 weekly 사용권으로도 자동 전환됩니다. 식당, 상점들도 다 Apple Pay/ Google Pay 받고요. 이정도는 만들어 놓고 해외 관광객들 오라고 해야 하는거죠. 기술적으로 전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얽힌 이해 관계 때문에 안하는 것이라 참 답답합니다. 가는 곳마다 한국에서 발행한 카드와 삼성 페이만 받으면 ♩♪♫ 어찌합니까~~ ♩♪♫ 어떻게 할까요~~.
도쿄에서 그랬듯이 런던에서도 Google Map을 사용하면 가장 효과적인 대중 교통 수단들을 추천해 주어서 계속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의 나침반 기능이 정확지 않아서 걸어 다니면서 여러번 헤매곤 했습니다. 빌딩 밀집 도심 뿐 아니라 넓은 공원의 개활지역에서도 그렇더군요. 예를 들어 아래 사진에서 저는 북쪽길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는데 핸드폰에서는 제가 남동쪽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1863년 세계 최초로 개통된 지하철은 런던 교통의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래전 빅토리아 시대에 뚫은 작은 터널에 맞춰 열차를 만들다 보니 Tube라는 명칭처럼 동그란 객차라서 가장자리에 서 있기는 불편합니다. ["로마의 말 엉덩이가 우주왕복선 개발에 미친 영향은?"] 객차의 중앙 최대 높이가 약 190~195cm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얼핏 보면 오래되고 낡고 작아 안 좋을 것 같은 런던 지하철이 실제로 이용해 보면 무척 편합니다. 일단 모든게 다 작게 만들어져서 환승할 때 걷는 거리와 시간이 한국에 비하면 몇분의 일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물론 Westminster Station이나 Waterloo Station 같은 대규모 역 혹은 Covent Garden 같은 무척 깊은 역등이 예외적이기는 합니다만 여전히 한국에 비하면 훨씬 적게 걸어도 됩니다.
공항으로 가는 Piccadilly 선의 경우 여행객들이 큰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출입문 바로 옆에 공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제가 아침에 공항에 도착해서 7시 40분쯤탔는데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거의 텅텅 비어 쾌적하고 좋았습니다. 물론 여행 성수기에는 무척 붐비겠지만요. 자리마다 팔걸이로 나눠져 있는 것이 비집고 앉는 느낌이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다른 노선들도 접이 의자 있는 구간들이 있어서 필요하면 그곳에 휠체어나 유모차나 짐을 둘 수가 있습니다.
지상과 플랫폼 고도차가 적은 곳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서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요, 많은 역이 step-free access라고 엘리베이터(lift)를 설치해 놓았으니 물어 보세요. (표지판들은 꼼꼼히 잘 되어 있는데 찾기가 쉽지는 않군요)
환승 통로도 객차와 마찬가지로 낮고 작습니다.
계단마다 미끄럼 방지용 턱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동(銅, copper)이 섞인 것으로 보이는 좋은 재질의 금속으로 전부 만들어 꽤 고급스럽습니다.
일부 에스컬레이터에는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위해 한쪽으로 서 있어 달라는 부탁을 신발 그림으로 표시했네요.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서울도 그렇지만 지하철이 시간면에서는 참 좋은데 바깥 풍경 보기에는 역시 버스가 좋지요. 지하철은 구간에 따른 변동 요금이라서 탈때와 내릴때 각각 카드/휴대폰을 대줘야하고, 버스는 고정 요금이라서 탈때만 합니다.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빨간 2층 버스. 만화영화에 나올법한 자태가 클래시컬하면서도 모던한 영국 느낌의 디자인으로 참 멋집니다.
서울에서는 100% 제공되는 실시간 버스 운행 전광판이 일부 정류장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Google Map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운행 정보를 계속 보여줍니다.
사용해 보니 한쪽에서 벤치마킹해서 모방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런던 버스와 서울 버스 간에 비슷한 점이 많군요. 도심에서의 버스 전용차로, 앞문으로 타서 중간문으로 내리는 것, 버스내 전광판과 안내 방송, stop요청 버튼 등이 동일 합니다. 단, 서울처럼 지하철/버스 간의 환승은 되지 않습니다.
버스 전용차로는 1970년대에 시작된 브라질 쿠리치바(Curitiba) 시의 간선급행 버스체계 (Bus Rapid Transit) 가 전세계 많은 대도시에서 뒤따라 도입한 모델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류장 표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정류장 코드입니다. Chester Road라는 정류장 이름 외에 HL이라는 정류장 코드가 있어서 헷갈릴 염려가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탔던 버스 중에 같은 이름으로 2개의 정류장이 있었습니다 (아래 H와 L). 일련 코드가 없었다면 엉뚱한 곳에서 내려서 헤맬 수도 있을텐데 코드 덕분에 그럴 일이 없던 거지요.
보통 앞문으로 타자마자 큰 짐을 놓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뚜벅이 여행자들도 버스로 다니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그날 동선에 따라 우버(Uber)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주 멀리가는 것이 아니라면 시내 대부분의 구간은 £10~15 정도면 이용이 가능하니 여러명이 함께 탄다면 지하철/버스에 비해 엄청나게 비싼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호출하고 1~5분 사이에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Uber의 경우 요금을 반복 조회하면 수요가 늘었다고 판단해서 요금이 올라가니 자꾸 조회하지는 마세요.
걸어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신호 없는 건널목마다 세워져 있는 노란색 램프. 계속 깜빡이면서 건널목이라는 신호를 운전자들에게 보내주는데요, 일반적인 못 생긴(?) 신호등이 아니라서 예쁘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외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차량 좌측 통행의 나라라서 그런지, 건널목마다 길 바닥에 보행자들에게 건너기 전 차가 오는 방향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글씨들도 좋았습니다.
런던에서는 보행자들이 신호를 전혀 지키지 않더군요. 편도 1차선 도로 건널목도 대부분 2번에 나눠 건너게 해 놓았는데 오는 차가 없으면 다들 그냥 건너더라고요.
Google Map 안내를 따라 걷다 보면 얼핏 보기에 막힌 길 같아 보이는 경로로 안내할 때가 있는데 당황하지 말고 잘 살펴 보세요. 사람 외에 자전거나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게 막아놓은 샛길입니다.
뚜벅이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자전거도 고려해볼만한 것 같습니다. 시내 다녀보니 bike rental 거치대가 엄청 많더라고요. 제일 많이 본 것이 Santander Bikes로, Central London에 무려 750개의 docking station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는데, 등록과 사용을 위해서는 영국 전화번호가 필요한 것 같았어요. 저는 data 전용 eSIM을 구입했던 거라서 아쉽게도 사용은 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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