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들에게 너무도 불편한 한국의 교통
IT 강국이라고 자화자찬하는 한국이지만, 필요 이상의 규제와 일관성이 떨어지는 각종 인증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은행/금융 업무나 각종 인터넷 구매등이 단기 체류 외국인들에게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신분증/한국전화/한국신용카드를 가진 재외 국민들에게조차 무척 어려운 일인 것은 정권이 몇번 바뀌었지만 여전합니다.
만 4년만에 서울과 도쿄를 다녀왔습니다. 마침 서울은 이른 벚꽃이 가는 곳마다 만발해서 눈이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을 가서, 해외에서 온 '관광객'의 입장에서 2개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느낀 것은, 관광객을 맞아들이기에 한국의 교통 시스템은 여전히 너무도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은 코로나 사태 초기에 확진자 보고를 일일히 팩스로 하고, 관공서에서는 아직도 플로피 디스크를 쓸 정도로 생활에서의 IT 보급이 느린 나라인데도 서울이 훨씬 불편 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분들도 어렴풋이 느끼시겠으나, K팝과 K드라마의 영향으로 인한 한국의 위상은 전세계적으로 대단합니다. (재미) 10대 한국인 2세들이 중남미나 중동 지역의 깡촌에 방문하면 동네 아이들이 '아이돌' 구경하듯 몰려온지가 벌써 10년 전이었고, 요즘은 한식을 먹고 싶어하고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하는 10대 젊은이들이 미국에서도 상당한 수에 달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거의 종식된 지금 한국에 쏟아져 들어올 관광객들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서울시의 교통 체계 자체는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청결하고 구석 구석 연결된 지하철, 실시간 도착 상황까지 알려주는 시내 버스, 버스 전용 차선제,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 택시를 포함한 저렴한 교통비등 칭찬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교통비 지불입니다. 한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불편할 것이 없으나 '관광객'들에게는 그 편리함이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한국의 교통비는 기본적으로 교통 카드를 이용하지만, 거리 노숙자들조차 핸드폰을 하나씩 가진 한국에서 교통 카드를 실제로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대다수가 핸드폰이나, 교통 카드 기능이 들어간 신용카드로 후불 결제를 합니다. 그러나 핸드폰으로 결제하려면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데 국내 신용 카드 외에는 불가능합니다. 해외 신용 카드에 한국용 교통 카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가능할 리도 없습니다. 결국 관광객들은 교통 카드를 구입하고 일일이 선불 충전해야만 하는데, 이것도 지하철 역에는 현금만 가능하고 신용카드로 충전하려면 일부 편의점을 찾아 가야 합니다.
카카오가 택시 호출로 시작해서 온갖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고, 계열사 계정을 모두 카카오 계정으로 강제 통합 시키고, 카카오 뱅크 ⇒ 카카오 페이로 진출하면서, 해외 신용카드의 자동 결제가 실질적으로 막혀 버렸습니다. 카카오T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려면 신용카드 등록이 필요하고, 신용카드 등록을 하려면 한국 핸드폰 번호로 개설된 카카오톡 계좌가 필요하게 되어 버렸더군요. (혹 한국 핸드폰이 있다면, 다행히도 번호 변경은 수월합니다. 카카오톡 앱 : 설정 ⇒ 프로필 관리 ⇒ 전화번호 ⇒ 전화번호 변경) 혹 한국 핸드폰이 있더라도, 해외 카드는 자동 결제 수단으로 등록이 되지 않습니다. [4월 17일 내용 정정] user interface가 명확치 않아 찾지 못했었는데 신용카드 등록 없이 아래와 같이 "직접결제"를 선택하면 호출이 가능 합니다. 단 카카오 벤티(미니밴)는 등록된 신용카드가 없으면 호출이 불가능합니다. [2024년 9월 14일 내용 정정] 해외 카드 등록은 다시 되지만 (내 정보 ⇒ 결제수단 관리 ⇒ 해외발급카드) 카드 등록을 위해서는 여전히 한국 핸드폰 번호의 카카오톡 계좌가 필요하네요. 😰
카카오가 택시 호출을 거의 휘어 잡아버렸기 때문에, 시내에서 지나가는 빈차는 10%가 채 되지 않더군요. 외국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카카오톡을 대체 알게 뭡니까? 최근에 드디어 애플 페이(Apple Pay)가 한국에서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지극히 제한된 한국 신용카드만 등록 사용이 가능하니 관광객들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참고: 서울로 여행가시는거면 UT(우버 택시) 사용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냥 Uber 앱 사용하시면 된다고 해요. 가맹 차량수가 현저히 적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죠?]
자사의 이윤만을 추구하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라도 관광객 입장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텐데 참 답답합니다. 작년 12월에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유치, 관광 수입 300억 달러를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으나 교통 관련 개선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반면 일본의 경우 여러가지 종류의 IC 교통 카드가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기차역에서 현금을 이용해 카드를 구입해야 하지만 버스 내에서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그 중 대표적인 PAYMO와 Suica는 모든 iPhone과 Android에서 온라인 발급과 충전이 애플 페이(Apple Pay)와 구글 페이(Google Pay)를 이용해 가능하며, 기존에 구입한 교통 카드의 잔액을 옮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참고: 잔액을 옮길 때 카드 반환하면 돌려받을 기본 보증금 ¥500을 포함한 전액이 옮겨지니, 카드는 그냥 버리세요]. 대도시 metro지역만 사용가능한 것이지만, 대다수 관광객들의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충분하지요. 한국인들이 은근히 무시하는 중국도 iPhone의 Wallet ⇒ Transit Card로 들어가면 30여개의 교통 카드가 주루룩 뜹니다.
- Turn Your iPhone or Android into a Mobile Suica/PASMO IC Card
- Use PASMO with Apple Pay
- PASMO Passport 란
- IC 교통카드 사용 가능 지역 (상호 호환 되며 일부 metro은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으나 도시 내 전차/버스에서 사용 가능 함)
- 전화기에서 Apple Pay나 Google Pay로 충전이 가능한데, 사용자들에 따르면 Visa로는 안 될 수 있다고 합니다. AMEX나 Master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고요. 한국에 계신 분들은 현대 카드를 Apple Pay에 등록했으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국은 비슷한 것 없나? 있습니다. 모바일 티머니. 하지만 Android폰만 사용 가능하고, 그나마도 사용하려면 지긋지긋한 '본인 인증' 해야 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지요. 게다가 최근 앱 업데이트 된 후로는 한국 거주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네요.
문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술적인 한계는 절대로 아니고, 결국 공룡처럼 거대해진 카카오, 네이버의 독과점적인 행태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봐야하는데 어떻게 해결이 될지 궁금합니다. 일본의 전자및 IT 산업이 21세기에 들어와 몰락해버린 큰 이유중 하나가 내수시장에서만 집착했기 때문이지요. 작은 회사들이야 역량이 부족해서 그러려니 이해할 수 있으나, 회사가 커질수록 더 내수시장 위주의 독점으로 가는 것은 길게 봤을 때 득이 될게 없습니다. 설마 카카오톡, 네이버 포탈, 삼성페이가 전세계로 뻗어나가 글로벌 스탠더드 중 하나가 될거라는 원대한 몽상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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