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역을 통틀어 홋카이도만큼 식재료가 풍부한 곳은 없습니다. 러시아에 인접한 한류 청정해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월등히 신선한 해산물들이 철마다 넘쳐납니다. 또한 일본에서 사육되는 소의 45%가 홋카이도에 있어 낙농업이 엄청 발달되어 있기도 하지요. 게다가 홋카이도는 일본 최대의 곡창지대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평균 식량자급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데, 홋카이도의 식량자급률은 무려 192%에 달합니다.
그래서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먹거리를 빼놓으면 무척 섭섭하지요.
해산물
한가지 유감스러운 점은 해산물의 질은 훌륭한데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게알(우니)와 게(카니)는 꽤나 비쌉니다. 질보다 양으로 할지, 양보다 질로 할지를 먼저 결정하시고 드실 곳을 알아보세요.
중간에 있는 더블 프로마쥬는 일년에 250만개가 팔린다고 합니다. 서울 반포 신세계백화점 지하와 압구정동에도 냉동 수입해서 파는 곳이 생겼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지만 역시 현지에서 신선한 것을 먹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더군요. 오타루 외에는 공항과 삿포로역에서 사 드실 수 있습니다.
일본 프렌치 토스트는 두배 가량 두꺼운 빵을 24시간동안 우유/계란물에 담가두었다가 만들어서 엄청 촉촉합니다. 냠~~~ 추릅~~
"Shin Furano Prince Hotel" 아침부페 北海道富良野市中御料B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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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홋카이도 옥수수의 당도는 복숭아에 맞먹고, 홋카이도 감자의 당도는 고구마에 맞먹습니다.
옥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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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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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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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산 감자 맛의 비밀을 현지 사진작가의 사진에서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감자를 쌓아놓고 아래사진처럼 굴뚝을 만들어 놓으면 겨울내내 눈이 덮인 상태에서 숙성이 되면서 고당도가 된다고 하네요. 분명 감자맛인데 단맛이 도는 그 맛에 폭 빠져 이번 여행 내내 매일 아침마다 감자만 한사발씩 먹었네요 ㅎㅎㅎ
이곳, 모리노도케이에서 파는 것은 부드러운 맛의 블렌드 커피 한가지.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부드럽고 진한 향기가 참 좋습니다만, 사실 요즘 좋은 커피 파는 곳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요. 다양한 종류의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워 커피의 "맛"으로 승부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문화"를 트렌디하게 추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명세를 타는 커피숍은 길게 줄도 서야 하는게 당연하기 때문에 커피 내리는 과정을 여유롭게 지켜본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입니다. 조용함이나 여유로움과도 거리가 멉니다. Afternoon tea time이 주는 어감과 현실간의 괴리가 보통 크지요. 모리노도케이에 남 다른 부분이 있다면, 결국 커피 한잔을 내리는 "과정의 감성과 분위기"라고 하겠습니다. 홋카이도의 시골 농촌 후라노. 그 농촌에서도 차로 그 앞까지 갈 수 없어 비록 먼거리는 아니지만 반드시 오솔길을 걸어들어가야 하는 위치가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듯 합니다.
"내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커피 맛 그것보다는
커피가 있는 풍경이었는지도 모르겠다"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春樹)
80년대 초 대학 1학년때 이대 앞 "미네르바"라는 곳에서 siphone방식으로 만든 원두커피를 처음 마셔봤는데, 그 때 생각이 나는군요. 알콜램프에 얹은 사이폰을 가져와 테이블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줍니다. 가게를 오픈한지 벌써 40년쯤 되는 곳인데 아직도 siphone coffee를 판다고 하는군요. 언제 한국에 가면 한번 다시 들러보고 싶어 지네요.
위 지도에서 출입구 Ⓧ 에서 Ⓒ으로 이어지는 닝구르 테라스 옆 오솔길을 따라 5분가량 걸어 내려가면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라는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구라모토 소우가 쓴 드라마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에서 주인공이 운영하는 찻집으로, 마치 드라마 '심야식당'이 작은 식당을 무대로 여러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이 곳에서 손님들의 다사다난한 희노애락들을 나눕니다.
작년 비 내리는 여름날에 가족들이 다녀왔는데, 너무나도 서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붐벼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유로움을 누리고 오지 못해 많이 아쉽기도 했고,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이 눈이 많이 내리는 한 겨울이라 드라마의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 최종 행선지를 후라노로 잡은 큰 이유 중 하나이지요.
주차장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고히 모리노도케이 (珈琲 森の時計, 커피 숲의 시계), Soh's Bar (말 그대로 작가 구라모토 소우의 이름을 딴 주점), 칸칸 무라 (歓寒村, 추위야 너 참 잘 왔다며 환영하는 마을?? 뭐 그런 의미인것 같은데, 한국말로 이름을 붙여본다면 기쁜추위 마을쯤 될까요?).
이곳에서는 bar만의 특권(?)이 있는데, classic하게 coffee를 천천히 내리는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 posting에 따로 쓰겠습니다) Bar에 앉으면 이렇게 생긴 coffee bean grinder가 여러개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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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앉은 bar의 구석자리 옆 창문가에는 몹시 고풍스런 grinder들과 함께 소박한 안개꽃다발이 소담스렇게 꽂혀 있고, 그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은 눈 덮인 숲이 보입니다.
메뉴판인데, 카페 이름 "숲의 시계"와 잘 어울리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실 것으로는 커피와 차 (뜨거운 것과 아이스), 포도쥬스. 식사용으로는 커리와 스튜. 그리고 자른 케익이 전부. 몹시도 simple한 구성으로, 드라마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에서 영업하는 것과 동일한 메뉴와 운영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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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한 맛의 커리 밥. 돈까스니 뭐니 그런 흔한 옵션도 일체 없이 당근 두쪽만 달랑 들어 있는데, 황홀한 맛은 아니지만 한끼 먹기에는 충분히 맛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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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소스에 버섯을 넣어 만든 스튜 밥. 보통 이런 소스는 면을 넣어 파스타를 만드는데, 밥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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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케익 3가지. 사진의 순서대로, 생크림과 초콜렛 배합 비율에 따라 하츠유키 (初雪, 첫 눈), 네유키 (根雪, 진짜 눈), 유키도케 (雪解け, 녹는 눈)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 맛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의 파우더 스노우와도 같이 부드러운 네유키 (根雪, 진짜 눈)의 촉감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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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번 posting은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에서 즐길 수 있는 한잔의 커피에 대해 쓰겠습니다.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의 주제가 "내일" (明日)[노래: 히라하가 아야카(平原綾香)]
3박 4일간 묵었던 신 후라노 프린스 호텔은 1974년에 오픈한 (구) 후라노 프린스 호텔에서 4Km 남쪽에 1988년에 오픈했습니다. 북서쪽 산 자락에는 스키장이, 북동쪽 평지에는 골프장이 있는데, 겨울이 되면 골프장의 남쪽을 가족용 outdoor activity를 위한 장소로 공개합니다.
골프장 남쪽 끝 숲에 몇개의 아기 자기한 공간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Ningle Terrace (ニングル テラス, 닝구르 테라스)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옅은 노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닝구르 테라스로, 출입구는 Ⓐ Ⓑ Ⓒ 세개가 있는데, 호텔에서 B1 층에서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출입문 Ⓧ를 통해 나오면 "드라마관" 오른쪽에Ⓐ 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이곳은 저명한 작가 구라모토 소우(倉本聰)가 만든 숲속의 통나무집 마을입니다. 구라모토 소우는 1981년 제작된 드라마 "북쪽 나라에서" (北の国から, 기타노쿠리카라)를 비롯한 후라노 배경의 여러 드라마 각본을 썼습니다. '닝구르'는 그의 저서 중 한 책 제목으로, 홋카이도 숲속에 사는 숲의 지혜자(森の知恵者) 요정을 뜻한다고 하네요.
여러채의 작은 통나무집에, 정말 요정들이 만들법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만드는 여러개의 작은 공방들이 숲속에 이어져 있습니다. 구라모토 소우의 이름으로 개설된 인터넷 페이지가 있고, 그곳에 블로그 형식으로 몇개의 공방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구글로 번역한 페이지는 click here)
모두 꽤나 정성 들여 만든 수공예품들이라 가격이 1000엔은 쉽게 넘어갑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눈팅이나 하고 가는것 같네요 ㅎㅎ
작년 여름에 가족들이 갔을 때는 짙은 녹색의 비내리는 숲이 인상적이었는데 눈이 내리니 또 다른 분위기로 운치가 있습니다.
오타루(小樽)를 무대로 "오겡끼데스까?(おげんきですか。잘 지내요?)" 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러브레터" (단, 이 대사는 일본 알프스 산맥 야마나시현 야츠가다케 목장 八ヶ岳牧場에서 후지이가 죽은 나가노현 야츠가다케를 보면서...)
후라노(富良野) 인근의 시골마을 종착역에서 일평생을 보낸 역무원의 마지막 겨울을 그린 영화 "철도원"
그 겨울을 한번 꼭 보고 싶어 작은 아이의 1주일간의 짧은 방학동안 가족들과 함께 떠났습니다.
눈 많이 오는 곳이 한 두곳이 아닌데 왜 그렇게 멀리 갔냐구요? ㅎㅎ
처음 일본 홋카이도를 방문한 것이 2015년 4월이었습니다. 꽤 북쪽에 위치한 곳이라 봄이 채 찾아오지 않아 홋카이도의 경치를 구경하기에는 최악(?)의 시기에 갔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도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분위기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최상급 농수산물로 만든 풍성한 먹거리,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천연 온천의 여유로움. 이 삼박자 매력에 함께 간 가족 모두가 매료되었지요.
그리고 같은 해 초가을인 9월말, 한국 방문길에 우연치 않은 일탈로 3박 4일간 홀로 홋카이도를 다시 찾았었습니다. 중부 후라노와 비에이의 꽃밭을 거쳐 동부 산속의 호수들을 거쳐 동쪽 끝 시레토코까지 홋카이도의 풍경들을 눈에 담고 다녔네요.
단순히 눈구경만 생각하면 더 좋은 곳도 많을 것 같은데, 전체적인 홋카이도의 '분위기'가 저희 가족들에겐 참 좋더라구요. 그냥 멋진 겨울이라기보다는 뭔가 낭만(浪漫)적인 겨울을 경험하고 싶어 갔다고나 할까요?
이번 여행은 기간도 짧고 눈길에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아, 3박 4일을 중부 후라노에만 처박혀 보냈습니다. 작은 행동 반경에서 한가로이 보낸 시간을 앞으로 몇개로 나눠 올려보겠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하루에 갈 수가 없어서 도쿄 들르고 삿포로 들러 그렇게 갔는데요, 도쿄에서 삿포로로 가는 날은, 거의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민함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점심 먹고 2:05pm에 공항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었는데, 아침에 홋카이도에 폭설 예보가 있어 비행기가 cancel될 수도 있다는 이메일이 날아왔습니다.
급하게 전화를 했더니 12:05pm 비행기는 확실히 가는데 지금 당장 오겠느냐고 하네요. 전화로 항공편 변경하고 15분 후에 떠나는 공항 버스 타려고큰 가방 3개 + 작은 가방 4개를 번개 같이 8분내로 꾸리고 hotel check-out 완료!!
공항에서 이른 점심 간단히 먹으면서, 2:20pm에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하면 3:00pm 있는 JR Rapid 기차 타고 3:35pm에 삿포로역 가서 4:00pm에 호텔로 가는 버스를 탄다는 나름 좋은 변경 스케줄을 세웠는데.....
아뿔싸... 홋카이도에서 오는 비행기가 연착해서 30분 늦게 출발 -.- 공항에 내리니 벌써 2:55pm이 되어 마눌님은 곧바로 먼저 JR 기차표 끊으러 나가고, 나와 아이는 짐을 기다렸다 찾음. 3:07pm에 나온 가방을 끌고 승강장으로 달려가서 아슬아슬하게 3:15pm 기차를 탐.
도착 예정시간이 3:50pm이니 버스를 잡기에 몹시 빠듯한데, 이 버스 놓치면 다음 버스는 2시간 후 라서 마음이 무척이나 조급해짐. 삿포로역에서 이동할 동선을 파악해서 기차 안에서미리 숙지. 삿포로역에 도착하니 벌써 3:53pm *.* 다시 허겁지겁 달려서 3:59pm에 극적으로 4:00pm 버스를 탔습니다!!! 헥~ 헥~ 헥~ 헥~~~~~
버스에 타고 땀 닦으면서 드디어 숨을 좀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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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눈축제가 열리는 2월답게 눈은 정말 많이도 내리더군요. 1월은 31일중 평균 28.1일이, 2월은 28일중 평균 25.2일이 눈 내리는 날이고, 일년 평균 강설량이 약 6m (20ft)라고 합니다.
홋카이도에서의 마지막 밤에 본 삿포로 시내의 설경입니다. 삼각대를 가지고 나가지 않아서 손각대로 대충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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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날은 눈이 그다지 오지 않았습니다만,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내리더군요. 홋카이도 오던 날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았는데도비행기가 취소되기도 했기 때문에, 과연 일정대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가 의문시 되었지요.
저는 "회사에 제 때 복귀하지 못하면 어쩌나"하는 염려로, 와이프는 "홋카이도에 혹시 합법적으로(?) 더 머물수 있는거 아닌가"는 기대로 마지막 밤을 보냈습니다. ㅋㅋㅋ
늦은 저녁을 많이 먹고는 소화 좀 시켜야할 것 같아 호텔에서 우산 하나 빌려 10시 넘은 시간에 삿포로 시내를 좀 걸어다녔습니다. 눈이 점점 더 내리는게 너무 멋진데 카메라를 두고 와서, 아쉬운대로 iPhone에 한장 담아봤습니다.
(여담인데, 길을 잃지 않으려고 map app을 켜고 다녔더니, 한 20분 후에 iPhone이 꺼지네요. Battery가 40%이상 남았고 영하 3~4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뭐 이미 알려진 문제긴 하지만 덕분에 길 잃을뻔 했습니다 ㅎㅎ 다행히 품안에 한 10여분 넣었다 꺼내니 다시 작동하더군요)
Apple | iPhone 6 | Normal program | Spot | 1/15sec | F/2.2 | 0.00 EV | 4.2mm | ISO-500 | Off Compulsory | 2017:02:25 22:19:30
후라노에서는 "신 후라노 프린스 호텔"이라는 스키 리조트에 계속 있었습니다. 미국 스키장에 비하면 규모가 훨씬 작은 편이지만, 리조트에 묵는 사람들 이외에는 스키장 이용하는 외부 사람들이 없다시피해서 아주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곳을 일컬어 "물 반(半), 고기 반"이라고 한다는데, 하도 눈이 많이 내리니 "공기 반, 눈 반"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설경으로만 본다면,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 집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Lake Tahoe의 Heavenly Mountain Resort가 한수 위 입니다만, 너무 크고 넓고 혼잡해서 늘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요. 아시아에서는 손 꼽히는 유명한 스키장의 제 철이 이렇게 한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ㅎㅎㅎ
이곳도 야간에 스키를 탈 수 있게 조명을 해줍니다. 눈입자가 너무 가벼워서 조명에 비추인 눈발이 이리저리 천방지축으로 날아다니는게 약한 바람인데도마치 엄청난 눈폭풍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그냥 위에서 아래로 얌전하게 내리는 눈이 아니라 옆으로도 흐르고, 아래에서 위로도 솟구친다고 해서 "후부키(吹雪, 취설, 흩뿌리는 눈)"리고 부른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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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낮에 스노우 보드를 타는 동안 마눌님과 저는 숲으로 들어가 봅니다. 깊은 산중이 아니라 걸어다닐 수 있는 오솔길들 몇 개가 잘 닦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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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가는 길 왼쪽으로 넓게 펼쳐진 평원과 숲이 있습니다. Lake Tahoe 부근과는 달리, 스키장도 아니고 별장이 빼곡히 들어찬 곳도 아니어서 그런지, 문명과 지척의 거리인 곳인데도 적막과 쓸쓸함이 담겨있는게 자연 깊이 들어온 것과 같은 감성이 듭니다. 아래 사진은 동 틀 무렵에 나가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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