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겨울 (4) 카페 "숲의 시계"
홋카이도의 겨울 (4) 카페 "숲의 시계"
위 지도에서 출입구 Ⓧ 에서 Ⓒ으로 이어지는 닝구르 테라스 옆 오솔길을 따라 5분가량 걸어 내려가면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라는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구라모토 소우가 쓴 드라마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에서 주인공이 운영하는 찻집으로, 마치 드라마 '심야식당'이 작은 식당을 무대로 여러 삶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이 곳에서 손님들의 다사다난한 희노애락들을 나눕니다.
EBS에서 방영한 후라노 편에서 구라모토 소우와의 인터뷰입니다.
작년 비 내리는 여름날에 가족들이 다녀왔는데, 너무나도 서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붐벼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여유로움을 누리고 오지 못해 많이 아쉽기도 했고, 드라마의 시간적 배경이 눈이 많이 내리는 한 겨울이라 드라마의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이번 겨울 여행 최종 행선지를 후라노로 잡은 큰 이유 중 하나이지요.
주차장에 표지판이 있습니다. "고히 모리노도케이 (珈琲 森の時計, 커피 숲의 시계), Soh's Bar (말 그대로 작가 구라모토 소우의 이름을 딴 주점), 칸칸 무라 (歓寒村, 추위야 너 참 잘 왔다며 환영하는 마을?? 뭐 그런 의미인것 같은데, 한국말로 이름을 붙여본다면 기쁜추위 마을쯤 될까요?).
눈이 내리는 오솔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닝구르 테라스의 아래쪽 입구 간판을 지나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 표지판이 하나 더 나옵니다.
영업 시간은 닝구르 테라스와 동일하게 12:00~8:45pm.
오솔길이 조금 급한 경삿길이 되면서 행선지에 거의 다 왔음을 알려줍니다.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의 직원이 나와 눈을 치우는게 보이네요.
오솔길 오른쪽으로 숲에 숨겨져 있는듯이 자리잡은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 가 드디어 시야에 들어옵니다.
여름에는 너무 사람이 많길래, 이번엔 영업시간 20분 전에 갔더니, 아무도 없습니다 (1등!!) ㅎㅎ
다른 사람들은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마눌님께서 대표로 줄을 서서 문 열기를 기다리기로 하고,
그 사이에 저는 주변을 둘러 봅니다.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 에서 오솔길 더 아랫쪽으로 향한 완만한 계단이 나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Soh's Bar가 나옵니다. Bar니까 당연히 7pm에서 자정까지 밤에만 엽니다.
설경 구경을 하다보니 20분의 시간이 금새 지나 드디어 안으로 들어 갑니다. 12시가 되어도 온 사람들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더 성수기인가 봅니다.
여름처럼 붐비지 않고 한적해 원하던 고즈넉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네요.
출입문 안쪽에 앙증맞은 종이 걸려 있어,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를 울려줍니다.
출입문 안쪽 정면으로 눈결정(結晶) 그림 액자가 걸린 겨자(mustard)색 벽이 있고 왼쪽으로는 조그만 창 너머로 눈 덮인 나무들이 보입니다.
일등으로 들어가니 바리스타께서 제일 한적한 안쪽 자리로 안내를 해주십니다. 예이~~~~ ^_^
Bar는 기역자 모양으로 총 8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저희가 앉은 자리 정면에 길다랗게 눈결정 몇개를 그린 또 다른 그림 액자가 걸려있습니다.
입구를 들어와 bar쪽을 보면 바리스타 뒤로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설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름에도 푸른 녹음이 우거진 숲이 보여 참 멋집니다. 종업원 아가씨 얼굴이 계속 찍혔네요. 드라마에 나온 사람은 좀 드세게 보였는데 이 아가씨는 참 착하게 생겼습니다. ^_^
입구에 있던 겨자색 벽 너머로는 멋드러진 원형 화목 난로와 함께 3~4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몇개 놓여 있습니다. 벽들이 모두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보이는 풍경면으로 본다면 bar에 못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자리가 있다면 꼭 bar에 앉아 보기를 추천합니다.
이곳에서는 bar만의 특권(?)이 있는데, classic하게 coffee를 천천히 내리는 과정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 posting에 따로 쓰겠습니다) Bar에 앉으면 이렇게 생긴 coffee bean grinder가 여러개 놓여 있습니다.
저희가 앉은 bar의 구석자리 옆 창문가에는 몹시 고풍스런 grinder들과 함께 소박한 안개꽃다발이 소담스럽게 꽂혀 있고, 그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은 눈 덮인 숲이 보입니다.
바리스타가 일하는 공간에는 여러개의 grinder들과 많은 찻잔 세트들이 잘 정돈되어 있네요.
Grinder들이 주욱 올려져 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바깥 풍경과 몹시 잘 어울려 보이지요?
그 큰 창문 가에는 중세시대 촛대와도 비슷한 조그만 전기 램프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메뉴판인데, 카페 이름 "숲의 시계"와 잘 어울리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실 것으로는 커피와 차 (뜨거운 것과 아이스), 포도쥬스. 식사용으로는 커리와 스튜. 그리고 자른 케익이 전부. 몹시도 simple한 구성으로, 드라마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에서 영업하는 것과 동일한 메뉴와 운영방식입니다.
매콤한 맛의 커리 밥. 돈까스니 뭐니 그런 흔한 옵션도 일체 없이 당근 두쪽만 달랑 들어 있는데, 황홀한 맛은 아니지만 한끼 먹기에는 충분히 맛 있습니다.
크림 소스에 버섯을 넣어 만든 스튜 밥. 보통 이런 소스는 면을 넣어 파스타를 만드는데, 밥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끝으로 케익 3가지. 사진의 순서대로, 생크림과 초콜렛 배합 비율에 따라 하츠유키 (初雪, 첫 눈), 네유키 (根雪, 진짜 눈), 유키도케 (雪解け, 녹는 눈)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다 맛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의 파우더 스노우와도 같이 부드러운 네유키 (根雪, 진짜 눈)의 촉감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강추!!
다음번 posting은 모리노도케이 (森の時計, 숲의 시계)에서 즐길 수 있는 한잔의 커피에 대해 쓰겠습니다.
"자상한 시간" (優しい時間)의 주제가 "내일" (明日) [노래: 히라하가 아야카(平原綾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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