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ue Food Kitchen의 햄버거
오늘 사정상 저녁 식사 준비를 못할 상황이 되어 음식을 take out으로 주문해 먹었습니다. 마눌님께서 스탠퍼드 쇼핑센터 쪽으로 들렀다 올 일이 있어 쇼핑센터에 있는 True Food Kitchen이란 곳에서 주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전에 방문한 적이 없는 곳이고 고를 시간이 별로 없어서 별 기대 없이 햄버거 하나 주문해 달라고해서 집에서 먹었는데, 엄청 즐겨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제가 먹은 것을 기억하는 한도내에서 가장 괜찮은 햄버거였던 것 같습니다.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대체 의학 (alternative medicine, 약초 같은 것을 사용하는 서양의학의 한 종류)으로 알려진 사람이 창업해서 미국 전역에 32개가 있군요. (캘리포니아는 북가주 2개 + 남가주 6개, 플로리다와 텍사스 각 6개, 버지니아+메릴랜드 합쳐서 6개)
(직접 다녀오지도 않았고, 포장용기에 담겨져 온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다 먹어버려서 사진들은 Yelp에서 퍼왔으니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먹은 Grass-fed burger (풀 먹여 키운 소고기 버거) 입니다. 사이드로 케일 샐러드 (kale salad) 나 얌(yam, 주황색 미국 고구마) 구운 것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가격 $17 이니 그리 착한 편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터무니 없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제가 사는 북가주는 물가가 비싼 편입니다.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In-N-Out에서 Double-Double (치즈와 패티를 2장씩) 이 $3.45, 조금 급이 더 높은 Five Guys의 cheese burger가 $7.69, 수제버거 전문 식당인 The Counter가 $10.50~$16.00, NOM Burger가 $15~$19 정도입니다. 괜찮은 레스토랑에서는 $20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식 restaurant이고 사용한 재료를 보면 신선도, 양, 맛 면에서 실하니 $17는 저희 동네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보입니다.
요즘 프리미엄 버거 전문점들의 대세는 heavy & greasy입니다. 한 때 건강식을 찾는 물결 따라 유행했던 salad bar들은 거의 문을 닫았고, 지방질 많은 패티, 치즈, 아보카도, 계란, 베이컨, 어니언 링 등 기름진 재료들을 한껏 때려 넣고, 그 느끼함을 상쇄시킬 할라피뇨 고추등을 마구 추가 합니다. (위 사진은 NOM 버거) 개당 1,000 Kcal는 가볍게 넘고 2,000 Kcal 급도 꽤 됩니다.
반면 오늘 먹은 True Food Kitchen의 버거는 무척이나 담백한 맛 이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우아함(?)이랄까요? 아마씨(flaxseed)가 숭숭 박힌 번(bun) 안의 기본 속 재료들을 보면 양송이 버섯 볶음, 카라멜라이즈한 양파, 아루굴라(arugula) 이파리, 약간의 파르메산 치즈(parmesan cheese), 마요네즈가 전부입니다.
한입 베물어 먹고 감탄하게 된 이유는 패티(patty, 다진 고기)였습니다. 분명 냉동한 적이 없는 신선한 패티는 패스트 푸드 버거의 패티보다 2~3배 정도 두꺼운데, 풀 먹여 키운 (grass-fed) 소고기 답게 일반 버거와는 달리 지방질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고기가 고급 스테이크처럼 멋지게 익혀서 들어갔네요. 패티의 맛이 너무도 훌륭하니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릴 정도로만 토핑을 절제한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느끼함이나 누린내가 전혀 없으니 케찹도 겨자소스도 피클도 전혀 넣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기름진 미국 음식을 먹을 때는 거의 필수인 탄산음료도 땡기지 않았습니다.
갈아 만든 고기 (ground beef)는 오염되기 쉬워서 대개는 묻지 않고 well done이고, 아주 가끔 medium well을 주문할 수 있는 것이 있는 정도인데, 이곳은 신선도에 자신이 있는지 rare 로도 주문을 받는군요. 아래 (퍼온) 사진은 medium well 정도일 것 같고, 저는 medium으로 주문해서 맑은 핑크빛이었습니다. 햄버거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온 계기가 된건데,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원래의 햄버거는 좋은 소고기를 썼던 것이 맞고 패티가 주(主) 였습니다. 이게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질이 낮고 싼 고기를 쓰는 것이 보편화되고, 그 약점을 강한 맛의 소스와 토핑으로 감추는 것이 대세가 되다보니 어느덧 주객이 전도된 것이지요. 햄버거 본연(?)의 맛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저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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