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OP 방문 첫 인상
IHOP 방문 첫 인상
나는 평생 성경을 연구하면서도 그 안에 기록된 초자연적인 기적을 믿지 못하고 다 은유로만 받아들이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참으로 불쌍하다. 성경의 기록과 명령들이 전부 그런 기적들을 경험한 것을 시작점으로 혹은 전제로 기록되어있는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정말 믿겨지지 않는다면 무가치한 것으로 결론 내리고 다른 것을 연구하는게 낫지 왜 알맹이를 다 빼버린 책을 평생 연구하며 인생을 낭비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물리학 교과서에 기록된 모든 공식과 실험 결과들이 다 비유일 뿐 실제 세계의 자연현상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신 그 기하공식과 그래프에 담긴 예술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IHOP은 오순절 주의의 성령 운동을 하는 곳이다. 나는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기록된 초자연적인 기적과 성령의 은사들이 현대에도 동일하게 교회에 임함을 믿는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오순절 주의 교회나 집회를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내게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초자연"적인 것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성경은 그러한 기적들이 그저 "표적 (sign)"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께서 하신 일이라는 sign말이다. 그 sign을 알아보고 믿게 되면 기존의 내 세계관과 가치관과 배치되고 충돌하는 radical한 말씀에 대해 나의 귀와 눈이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손가락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키면 달을 봐야 옳은 것인데 오순절 주의를 표방하는 상당수의 교회나 집회는 손가락에만 주목을 하고 그 손가락을 떠 받들어 우상화 시키고 만다. 모든 회중이 뜻도 모를 방언만 끝 없이 하면서 종교적 흥분 상태로 몰아가고, 그 방언을 쉽게 받기 위한 노우 하우를 연습시키고, 예언이나 병고침의 은사 받은 사람들을 추앙하며 신격화하고, 회중들의 놀라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뒤 성령의 장풍(?)을 날려 사람들을 줄줄이 쓰러뜨리고, 병 걸린 사람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그 자리에서 간증 시키고, 한사람이 방언/통역/분변을 다 하고...
정직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24시간 음성이 들리거나 보이는 것도, 100% 의미를 이해하는 것도, 모든 병자가 낫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텐데, 유감스럽게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이 너무도 특별한 은사의 통로라고 생각하여 마치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성령의 은사를 나눠주는 것 처럼 행동한다. 그러다 보면 상대방을 조종(manipulate)하고 통제하는 쪽으로 종종 흘러간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런 사람들을 추종하고 숭상하는 무리들이 생기면서 사이비(cult)화 되어 간다. 또한 많은 경우 댓가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겨 결과적으로 과잉의 부를 축적한다. 그렇게 가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현실은 인간의 죄성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기가 너무 쉽다.
엄밀히 말해 오늘날 소위 복음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 성령의 역사와 은사를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이성에만 의지하여 기발하고 새로운 성경 해석에만 몰두하는 교회들이라고 해서 이런 패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수 많은 병고침을 따라 모인 M교회 교인들이 라스베가스에서 거금을 도박으로 잃고 온 담임목사가 설교단에서 "제가 하고 싶어 한 줄 아십니까? 교회 재정이 어려우니 하나님께서 이걸로 재정 충당을 해보라고 해서 억지로 한겁니다"라고 하는 말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것이나, 화려한 설교에 매료 되어 모인 H교회 교인들이 담임목사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추호도 의심 없이 신뢰를 보내는 것이나 차이가 무엇인가?
서론이 너무 길었다.
첫 방문의 짧은 소감은... 기존에 다른 곳에서 부정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 일단 전세계가 주목하는 곳 중 하나이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규모와 세력을 키우고 부를 축적할 수 있을텐데 그 규모는 소박했고 시설들은 부티(?) 나지 않았으며 전 세계에 지부를 만들지도 않았다.
- 예언 사역을 중요시 여기지만 staff들은 그것을 절대화 하지 않았고 과장하려고 하지 않았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
- 리더인 Mike Bickle 목사는 아무런 권위적 모습 없이 친근하게 성도 한 사람 한 사람과 담소를 나누었고, 설교 내용에는 물질적 풍요에 대한 것의 흔적도 없었고, 기도실에서도 아무런 존재감 없이 조용히 와서 기도하다 가곤 했다. 그는 IHOP 부근 (거주지로 좋은 동네가 아님)의 소박한 duplex 에서 살며 오래되고 소박한 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Immerse라는 월 1회 7박 8일간 진행하는 event에 다녀온 것인데 연중 아무때나 이용할 수 있는 기도실만 다녀오지 않고 event에 등록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IHOP의 staff들과 대화 하며 그들의 삶과 생각도 들어 수 있었다.
매달 theme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내가 참석했던 2주전 theme은 "Growing in Prayer and Prophetic Offer" 였다. 홍콩/필리핀/말레이지아 등에서 온 10여명을 포함 40명 정도가 참석했고, 2/3 정도는 목회자와 배우자 였으며, 다수의 사람은 예언이나 환상등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었다. 강의의 1/2 정도가 예언 사역에 대한 것이었는데 기억나는 몇 가지만 대략적으로 적어보면
예언은 사람에게 말하여 덕을 세우며 권면하며 안위하는 것이다 (고린도 전서 14:3)
- 예언은 대언(代言)이며, 성경 말씀으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 예언 사역은 교회 리더십의 지도 하에 있어야 하며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 특별히 소속 교회 회중이나 리더십이 성령의 은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그 내용을 전달할 때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 책망의 말씀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세우고 격려하는 것을 깊이 염두에 두고 전달해야 한다.
-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는 표현보다는 "내가 느끼기로 하나님께서 이런 마음을 내게 주시는 것 같은데"가 적절하다.
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한다 (고린도 전서 13:9)
- 예언(대언)을 한다고 해서 선지자가 아니다.
- 중대한 내용일 수록 성령의 음성인지, 내 자신의 음성인지, 사탄의 음성인지 거듭해서 분별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경에 위배되는지 끊임 없이 확인해야 하고, 때로는 타인의 분별을 구해야 할 수도 있다.
- 특정한 때, 장소, 인물에 관한 것 그리고 아기(baby)에 관한 것은 전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러한 강의 내용들은 〈국민일보〉 이태형 선임기자가 쓴 "더있다"라는 책에 기록된 마이크 비클 목사와의 인터뷰 내용과 잘 일치 했다.
"고린도전서 14장에 나온 대로 사람들을 격려하는 것이 예언이라고 한다면 나는 예언을 합니다... (중략) 그러나 예언이라고 하면서 '이것이 하나님의 뜻입니다'라고 명확히 말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하는 격려의 말들을 예언이라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실 어떤 말을 통해서든 하나님을 추구하는 선한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좋지 않습니까? 그러나 나는 예언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의 본질은 성경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예언가가 아니라 코치 스타일의 사람입니다. 뭔가를 깊이 연구하고, 다른 이들을 격려하는."
"예언하는 것을 자랑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중요하다는 여김을 받고 싶은 강박관념 때문에 너무 자주 예언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불안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 이야기를 지어내려고 합니다...... (중략) 최근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스태프 미팅을 가졌을 때 IHOP에서 일어나는 외적인 현상 (예언하고 넘어뜨리고 하는 것들)의 80퍼센트가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하게 말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진짜도 있습니다. 한 20퍼센트 정도. 그것도 크게 잡은 것입니다"
기도실 뒤에는 예언실 (Prophecy Room) 이라는 곳이 있다. Sign-up을 미리 하고 한 번에 3명씩 그룹 지어 들어가면 2명의 staff이 일인 당 5~7분 정도의 대언을 해준다. 내가 들었던 내용들을 적어보면:
- 유럽으로 난민 선교를 떠나려고 신청하고 기다리는 여성 목회자에게는 "그 동안 적절한 분별과 판단으로 양들을 잘 목양한 것을 주님께서 기뻐하신다. 앞으로도 계속 충성되기 하기를 원하신다"는 말씀이 주어졌다. 그녀는 예언의 은사가 있었는데 책망의 말씀이나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어느 선까지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하는 고민에 대해 답을 찾아 방문한 사람이었다.
- 한 목회자 부부를 위해서는 pastry 환상을 보여주셨다. 그 부부는 제과점을 운영하면서 교회에서 사례를 받지 않고 담임 목회를 하고 있는데, 목회자는 세속의 직업을 가지지 않고 하나님의 공급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기존의 패러다임때문에 때로는 싸늘한 시선을 받기도 하고 사모 본인도 이게 옳은 길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하던 중이었다.
- 내게는 고요한 물가의 환상과 함께 "후퇴하여 조용히 쉬기로 결정한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인정하신다"는 말씀이 주어졌다. 나는 교회에서 몇년간 하던 작은 일을 최근에 내려놓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겨우 일주일 다녀와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이고 오래 있다고 해서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닌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잠깐 다녀온 피상적 느낌을 짧게 정리한다면 "기초적인 검사 결과 맥박/혈압 정상, 콜레스테롤/혈당 정상, 비만수치/근육량 양호"라고 할까.
1727년 8월 5일, 독일 작센(Sachsen) 지방의 진젠도르프 (Zizendorf) 백작과 14명의 형제들은, 밤을 새우며 서로 대화하며, 함께 기도했다. 8월 10일, 헤른후트(Herrnhut) 공동체에서 있었던 오후 예배에서 로더 (Rothe) 목사가 하나님의 임재를 크게 경험했다. 그는 기도하던 중에 땅바닥에 쓰러졌고, 그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이전에 해 보지 않았던 강력한 회개를 하게 된다. 그러자 회중들도 감동을 받아 모두 울었고, 그 회개와 눈물, 그리고 찬양과 경배는, 그날 밤 자정까지 계속되었다. 그로부터 2주 후, 24명의 형제와 24 명의 자매들이 매일 하루 1시간씩 교대로 끊임 없는 기도를 드리기로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은 100년을 지속하게 된다. 이들은 "모라비안(Moravian)"이라고 불리었다. 감리교의 창시자인 요한 웨슬리 (John Wesley)는 대서양의 배에서 이들을 만나는데 거대한 풍랑 속에서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는 모습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으며, 그 후 영국 올더스게이트(Aldersgate) 에서 피터 뵐러(Peter Böhler) 라는 모라비안 선교사의 설교를 듣던 중 회심을 하고, 그 후 영국과 미국에 소위 ‘1차 영적 대각성’의 주역이 된다.
24시간의 기도를 20년 째 이어가는 IHOP을 방문한 후 이 모라비안 공동체의 이야기를 머리에 다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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