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이회창, 유승준, 최순실 그리고 조국
김민우, 이회창, 유승준, 최순실 그리고 조국
[이야기 하나]
1990년 7월 어느 여름날... 친구들이 모여 저녁먹고 TV를 켜니 "쇼 네트워크"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김민우라는 가수가 5월에 데뷰하면서 발표한 '사랑일 뿐야'라는 곡이 한달만에 곧바로 1위를 차지 하고 파죽지세로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는데 이 혜성같이 나타난 신인이 2개월만에 갑작스레 군입대를 하게 되었지요. 그 날 김민우는 같은 앨범에 있는 '입영열차 안에서'라는 곡을 불렀고 2곡이 모두 "가요 톱텐"에서 각각 5주 연속 1위라는 짧고 굵은 한획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처지와 너무 잘 맞는 노래를 부르던 김민우는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끝내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같이 TV를 보던 공수특전단 예비역 형이 측은한 눈초리로 눈을 촉촉히 적시면서 "짜식~ 그래 내가 그 심정 안다... 잘 다녀와라"하고 읍조렸는데... 제가 "형, 쟤 방위로 간다고 하데요..." 라고 하니까 그 형이 갑자기 "아니 뭬이야~~? 겨우 방위로 가는 새퀴가 질질짜고 지랄이야?"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일이 있었습니다. 단 몇 초 사이에 동병상련에서 배신감에 사무친 분노로 바뀌는 장면이었지요.
[이야기 둘]
1997년 말 15대 대선때... 1번 이회창은 대법관 출신으로 김영삼 대통령에게 발탁되어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하면서 소신있고 청렴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대쪽' 이미지를 견고히 한 유력 후보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두 아들이 몸무게를 속여 불법적으로 병역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터졌습니다. 결단코 불법을 용납해온 적이 없는 이회창 후보는 한점 부끄러움 없다고 자신만만하게 의혹에 정면으로 맞섰지요. 몇년 후 병역비리는 없었다는 것으로 결국 결론 났지만, 당시 1.6%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김대중 대표에게 패해한 가장 큰 원인이 병역시비였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이회창 후보에게는 "불법이었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지만 국민정서에는 "병역을 필했느냐 면제 받았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회창 후보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일관되게 되받아 치지 않고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했더라면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곤 합니다.
[이야기 셋]
2002년 1월... 인기 절정의 가수 유승준은 1997년 '가위'로 화려하게 데뷔하여 4년간 각종 연예 프로그램과 광고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던 미국 영주권자였습니다. 그가 징병 신체검사를 받고 군입대가 확정된 후 입대 전 가족을 만나고 오겠다며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출국하였는데 돌아오지 않고 미국시민권을 획득을 한 것입니다. 곧바로 국적 상실을 신고해 병역 의무도 자동 소멸했습니다. 팬들은 분노했고 병무청과 법무부는 입국금지 처분을 내렸지요.
시민권으로 병역을 피해 간 연예인은 유승준 말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군입대를 꼭 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귀국보증제도를 이용해 출국하고는 말을 바꾼 그는 '뒤통수 치는 인간'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지난달 대법원이 유승준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 처분에 행정절차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결했습니다만 무려 17년이 지난 지금도 그를 향한 국민들의 눈초리는 싸늘하기만하고 병무청은 요동할 조짐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이야기 넷]
2016년 9월... TV 조선에서 7월에 미르/K스포츠재단이 전두환의 일해재단처럼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를 위한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었는데, 그 뒤를 이어 한겨레 신문이 연결고리이자 핵심 인물로 최순실이란 인물을 지목합니다.
이후 추가 취재 결과 최순실이 그저 재단 설립에 관여한 정도가 아니라 대규모 국정농단을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몰락의 시발점이 되었지요.
그 뒤로 6개월 간 온 나라를 광풍에 몰아넣었던 이 사건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이화여대에 입학한 일련 과정이 공분을 돋구는데 크게 한 몫을 한 것은 아마도 누구나 동감할 것 같습니다.
신문은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법무부 장관 후보 조국 이야기로 나라가 떠들썩 합니다. 조국 후보와 여권 인사들은 대체로 "위법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뭐 어쩌겠습니까만, 과거 이야기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지 못한다면.... 이 정권 생각보다 그리 오래가기 힘들수 있겠다고 봅니다.
검찰이 조국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했다고 "(검찰이) 관계기관에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행위가 벌어졌다" 볼멘 소리하는 여당이 이 정권의 생각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무슨 검찰 개혁을 한다는건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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