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semite: Vernal Falls
Yosemite: Vernal Falls
6월에 일주일간 Utah주와 Arizona주의 국립공원들을 돌아보고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이곳도 다들 참 좋지만 집에서 가까운(?) Yosemite National Park이 참 좋은 곳이구나" 하는 것이었다.
거의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뒷산을 함께 hiking하는 지인들과 7월 중순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난 겨울에 눈의 꽤 많이 내려 보통 6월이면 마르는 Yosemite의 폭포들이 올해는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는 말이 나와서 말 나온김에 같이 당일치기로 가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하루를 온전히 내는 것이 다들 쉽지 않아 근 한달이 지난 어제야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8월의 Yosemite 낮기온은 평균적으로 섭씨 35도를 웃돌고, 주말이라 인파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새벽 4시에 모여서 출발했다.
계속 달리면 4시간 거리. 중간 지점인 Merced의 McDonald's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목적지인 Yosemite Valley에 무사히 잘 도착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정한 오늘의 목적지는 Vernal Falls ("봄의 폭포"라는 뜻).
타고 간 차의 sun roof가 마침 꽤 커서 열고 달렸다. 여러번 와 본 Yosemite지만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은은한 햇살을 받는 valley의 절벽들을 감상하니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하고 좋다.
생각 같아서는 차를 멈추고 펼쳐진 목초지를 거닐고 싶은데 일년에 4~500만명이 방문하는 곳의 주말에 온 우리의 일차 목표는 trail에 가까운 곳에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Valley가장 안쪽에 8시 30분경에 도착해서 Curry Village라는 천막촌 앞에 다행히 주차할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일차 목표 성공적으로 달성!!
목적지인 Vernal Falls는 이곳부터 걸어서 편도 4Km의 거리에 있다. 이른 아침에 행글라이딩하는 사람이 보인다. 구름 한점 없는 전형적인 California의 여름 하늘이다.
찻길을 벗어나 trail로 들어섰다. 7월에 이야기를 하고 한달이나 더 있다 와서 혹 폭포가 마르지 않았을까 나름 걱정을 좀 했는데, 5월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계곡물을 보니 헛탕치는 것은 아닌것 같아 좀 안심이 되었다.
3.2Km 지점에 Vernal Falls Bridge라는 다리가 있는데 여기에 도착하니 멀리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경사로 아스팔트 산책로가 나 있는데 주차장에서 약 185m정도 높이를 올라온 것이다.
이 곳을 지나서 다시 185m를 올라가면 폭포 위에 도달하게 된다. 왼쪽으로 가면 폭포 옆으로 난 Mist Trail (물안개 산책로)이라는 0.8Km의 짧은 거리의 급경사 길을 오르게 되고, 오른쪽으로 가면 John Muir Trail이라는 꼬불꼬불하고 긴 숲길을 오르게 된다. 대세를 좇아 Mist Trail로 들어섰다.
아침햇살이 기분좋게 비취는 계곡 옆으로 돌계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올라가는 높이가 총 620ft니 총 계단수가 600개쯤 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폭포의 폭이 좁아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높이는 97m나 된다. Niagara Falls의 경우 돌무더기까지의 실제 높이는 21m, 수면에서 수면까지로 해도 53.6m 밖에 되지 않고, Iguazu Falls도 최대 82m이니 집에서 4시간 운전 + 1시간 남짓 걸어와 볼 수 있는 폭포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좋은 가성비이다. (Valley에서 가장 큰 폭포인 Yosemite Falls는 lower 98m + middle 206m + upper 440m)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니 예상한대로 숨이 턱에 차오르고 다리가 뻣뻣해져온다. 내 저질 체력으로 과연 끝까지 갈 수나 있을까? 나만 힘든건 아닌가보다. 여기 저기 쉬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길이 언덕 반대편으로 향해서 폭포 바로 옆으로 가니 이름 그대로 이른 아침 햇살을 받는 mist(물안개)로 덮인 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폭포 밑에 도착해서 한 장. 이제 100m만 더 올라가면 된다. 헉헉헉~~~
바위 틈 사이를 빠져나가 보니 지금까지 왔던 길의 1.5배 정도의 급경사길이 좁게 나 있다.
위쪽으로 갈 수록 경사가 더 심해져서 열댓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들다.
Trail의 마지막 부분. 절벽 옆을 깎아낸 길이라 가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절벽 옆 계단을 통과하면 나오는 폭포 위 풍경이다. 작은 폭포라 보기에는 많이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호기 부린다고 들어갔다가 죽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올해만도 6명이나 죽었다고... 체력이 많이 달려 여러번 쉬면서 올라왔는데 총 1시간 반 걸려 왔으니 평균 속도는 되었나보다.
가져온 과일과 스낵을 간단히 먹고 더워지기 전에 하산을 시작했다. 젖은 길에 급경사라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했다. 10시가 넘어 해가 중천에 가까우니 올라올 때보다 쌍 무지개가 훨씬 진하게 보인다.
여담으로... 초등학교 시절 소설가 김래성님의 글을 원작으로 한 "쌍무지개 뜨는 언덕"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정작 한국에서는 서울에서만 살아서 그런지 한번도 쌍무지개를 본 적이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만화가 조차도 쌍무지개를 본 적이 없었나 보다. 쌍무지개는 동심원처럼 생기는 것인데 만화에서는 McDonald's logo처럼 두 개의 아치를 그려놓았었으니 말이다...
내려 갈수록 올라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 났다. 일찍 오길 잘했지... ㅎㅎ
Vernal Falls와는 관련 없지만 정보 공유 차원에서 식당에 관해 짧게 사족으로 덧붙인다.
하산하니 11시 반 경.
날씨가 더워 상할까 봐 식사를 할만한 음식은 일부러 가져오지 않았다. Yosemite Valley안 몇곳에서 $10 정도면 피자, 햄버거 등으로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는데 엄청 북적거리는데다 맛이나 질이 그저 그렇다.
미국의 좋은 것은 유명 관광지라고 해도 음식에 바가지 요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Valley 안에 Ahwahnee Hotel이란 곳이 있는데 여름 하루 숙박비가 무려 $900이 넘는 초고급 호텔이다. 후덜덜한 숙박비 때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이 곳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나 역시 내 생애에 이곳에 숙박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점은, 그렇다고 해서 이 곳 식당까지 그에 비례해 비싼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타주 국립공원 lodge 식당처럼 우리 집 근처 음식점 정도 가격으로 샌드위치 종류는 $20이내다.
일단 차를 움직이면 주차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는 그대로 두고 valley에서 운영하는 무료 shuttle bus를 타고 호텔로 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사진은 4년전에 갔을때 찍은것)
예상한대로 전혀 붐비지 않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들어가 식사할 수 있었다. 강추 맛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나 약간의 추가 비용으로 번잡 함을 벗어나 격조있는 식사 한끼를 하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여행스케치 > 미국 Californ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리콘 밸리의 부촌 구경: Woodside (6) | 2021.06.02 |
---|---|
Point Lobos State Natural Reserve in Carmel (12) | 2020.10.13 |
Carmel 나들이 (20) | 2020.05.31 |
Santa Cruz 해변 나들이 (9) | 2020.05.29 |
Oceano Dunes: ATV 타기 (40) | 2020.03.06 |
McWay Falls, Big Sur (8) | 2019.03.31 |
열기구가 있는 Napa Valley 풍경 (1) | 2018.10.14 |
하늘에서 본 Napa Winery (2) | 2018.10.13 |
Napa Valley: Hot Air Balloon (0) | 2018.10.12 |
Pebble Beach in Winter 2017 (0) | 2017.02.14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Santa Cruz 해변 나들이
Santa Cruz 해변 나들이
2020.05.29 -
Oceano Dunes: ATV 타기
Oceano Dunes: ATV 타기
2020.03.06 -
McWay Falls, Big Sur
McWay Falls, Big Sur
2019.03.31 -
열기구가 있는 Napa Valley 풍경
열기구가 있는 Napa Valley 풍경
2018.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