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 in Peace
Rest in Peace
한국시간으로 지난 12월 27일 새벽에 아버지께서 타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한국에 가 장례를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1999년 12월 23일에 어머니께서 일찍 먼저 떠나셨는데 아버지께서도 12월 말에 떠나셨네요.
지병으로 파킨슨병과 가벼운 당뇨가 있으시긴 했어도 장기 쪽이나 기력 면에서는 건강하신 편이었기에 다소 갑작스럽고 당혹스럽게 가셨습니다. 그러나 집에서 주무시던 중에 고통 없이 조용히 떠나셨기에 감사드립니다.
결코 풍족해 남아도는 여유로운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쪼들리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압구정동을 비롯한 부촌의 부유한 친구들과 함께 학창 생활을 보내면서도 상대적 빈곤감을 느껴본 적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일년 365일 집에는 늘 저를 반겨주는 어머니가 계셨고, 평생을 한결 같이 늘 혼심을 다해 일하시는 아버지가 계셨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라면 언제든지 공급해 주셨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아버지 월급으로 대학생 3명 학비를 동시에 대실 수 있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칠순을 넘기시면서 찾아온 뇌경색으로 비틀거리시면도 왜 택시 한 번 안타시려고 고집을 부리시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넘치는 재산이 있으신데도 왜 옷 한벌 신발 한켤레 사시기를 주저하시면서, 늘 색 바랜 셔츠 계속 입으시고, 너덜거리는 가방 들고 다니시는지...
몇 년 전 아버지께서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를 말씀 하셨습니다. 전에도 여러번 들었던 이야기인데, 그 날따라 아버지께서는 감정이 복받쳐 참 많이도 우셨습니다. 그 날 제 눈에 비친 아버지는 팔순을 앞 둔 노인이 아닌, 아버지를 잃은 5살 소년의 모습이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비로소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겨울 개봉했던 영화 “국제시장” 끝 부분에, 주인공이 벽에 걸린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예? 근데 내 진짜 힘들었거든예. 아버지 되게 보고 싶습니더"라고 독백하는 장면에서 저는 아버지의 모습을 다시 보았습니다.
아버지, 편히 쉬세요. 이제는 정말 그러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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