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역을 누르면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페이지 맨 위로 올라가기

Nearer, Still Nearer

Nearer, still nearer, close to Thy heart ...

일상의 기적

  • 2019.02.02 11:24
  •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일상의 기적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 웃어넘겼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난 건 반듯하고 짱짱하게 걷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아프기 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하게 갈라지는 게 몸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랴.


얼마 전에는 젊은 날에 윗분으로 모셨던 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 년에 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 그분이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눈을 깜빡이는 정도에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 소용없구나,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면서 지금 저분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그런 아주 사소한 일이 아닐까.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 위를 걷는 기적을 이루고 싶어 안달하며 무리를 한다. 땅 위를 걷는 것쯤은 당연한 일인 줄 알고 말이다. 사나흘 노인네처럼 파스도 붙여 보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니 알겠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말라는 진단이지만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by  수필가 윤세영

저작자표시
  • 카카오스토리
  • 트위터
  • 페이스북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8) 2021.02.12
비싼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향기  (6) 2020.10.31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6) 2020.10.27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44) 2020.03.03
프란시스 챈: 왜 나는 대형교회를 떠나 다시 시작하려 하는가  (0) 2019.10.17
동물 인간 동시 출현?  (0) 2018.06.06
자기 신념을 의심하는 것...  (0) 2018.05.01
목회가 사라졌다  (2) 2018.04.02
우울증 환자에게 하면 안 되는 위로의 말 6가지  (0) 2017.12.29
Privilege (특권)  (0) 2017.11.14
윤세영, 일상의 기적

댓글

방문자 정보

이 글 공유하기

  • 구독하기

    구독하기

  • 카카오톡

    카카오톡

  • 라인

    라인

  • 트위터

    트위터

  • Facebook

    Facebook

  •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

  • 밴드

    밴드

  •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

  • Pocket

    Pocket

  • Evernote

    Evernote

다른 글

  •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바이러스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2020.03.03
  • 프란시스 챈: 왜 나는 대형교회를 떠나 다시 시작하려 하는가

    프란시스 챈: 왜 나는 대형교회를 떠나 다시 시작하려 하는가

    2019.10.17
  • 동물 인간 동시 출현?

    동물 인간 동시 출현?

    2018.06.06
  • 자기 신념을 의심하는 것...

    자기 신념을 의심하는 것...

    2018.05.01
다른 글 더 둘러보기

정보

Nearer, Still Nearer 블로그의 첫 페이지로 이동

Nearer, Still Nearer

  • Nearer, Still Nearer의 첫 페이지로 이동

검색

메뉴

  • HOME
  • 모든 글 보기
  • TAG
  • Admin

카테고리

  • 전체보기 (1065)
    • 묵상 (67)
    • 선교 & 선교단체 (19)
    • CCM & 성가 (39)
    • 내 생각에는... (77)
    • 이런 것은 나누고 싶어... (75)
    • 사진&동영상 (98)
    • 여행스케치 (188)
      • 미국 San Francisco (8)
      • 미국 California (48)
      • 미국 Utah & Arizona (20)
      • Iceland & Faroe 2022 (33)
      • Norway & Paris 2015 (36)
      • 홋카이도 겨울 2018 (11)
      • 홋카이도 겨울 2017 (10)
      • 홋카이도 여름 2016 (3)
      • 홋카이도 가을 2015 (4)
      • 홋카이도 이른봄 2015 (9)
      • 일본 칸토(関東) (2)
      • 한국 (4)
    • 이것저것 (117)
    • 미국생활 (54)
    • 서재(書齋) (24)
    • 발자취... (12)
    • 빛 바랜 앨범 (15)
    • 음악 (57)
    • 밴드 음향 (7)
    • 영화&드라마 (44)
    • 음식 (44)
    • 맛집 (24)
    • IT (26)
    • 쇼핑 가이드 (7)
    • ㅋㅋㅋ (48)
    • 1면기사에 대한 斷想 (21)

최근 글

  •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3년을 되돌아 보며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 3년을 되돌아 보며

    2023.03.11
  •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5) : 홍수 그 이후

    성경의 관점에서 보는 인류 역사 (5) : 홍수 그 이후

    2023.03.06
  • 요세미티 설경 구경 또 불발

    요세미티 설경 구경 또 불발

    2023.03.02
  • "두시탈출 컬투쇼" 사연 레전드 (3)

    "두시탈출 컬투쇼" 사연 레전드 (3)

    2023.03.01

인기 글

  • Living Hope (예수 나의 참 소망)

    Living Hope (예수 나의 참 소망)

    2021.04.04
  • 다이렉트 박스 (DI Box) 란?

    다이렉트 박스 (DI Box) 란?

    2022.02.21
  • What a Beautiful Name (그 이름 아름답도다) 악보

    What a Beautiful Name (그 이름 아름답도다) 악보

    2019.05.25
  • 사피엔스 - 내용 요약

    사피엔스 - 내용 요약

    2017.05.12

댓글

  • 정말 다사다난 했지요?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는 표현을⋯
  •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3년간이었어요. 할말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말이 ⋯
  • 바이러스보다 경제고통이 더 무서웠습니다ᆢ하트 꾸욱하고 갑니다
  •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제가 어려운 시기 다 잘 지나고 끝물에 걸려서 ⋯

공지사항

  • 공지 - Nearer, Still Nearer

아카이브

  • 2023/03
  • 2023/02
  • 2023/01
  • 2022/12
  • 2022/11

태그

  • 사진
  • California
  • 묵상
  • 홋카이도 여행
  • 미국
  • 캘리포니아
  • 기독교
  • 홋카이도

나의 외부 링크

  • Eugene & Julia 찬양사역
  • 목수의 졸개
  • 별의 세계
  • 제주도 수제버거카페 두봄
  • 앤의 그림일기
  • Our Journey Together
  • Psalm1Logos
  • 물 흐르듯 흐르는 세월 앞에서
  • 프라치노 공간
  • 우선생의 베이스

정보

더가까이의 Nearer, Still Nearer

Nearer, Still Nearer

더가까이

블로그 구독하기

  • 구독하기
  • RSS 피드

방문자

  • 전체 방문자 740,261
  • 오늘 0
  • 어제 247

티스토리

  • 티스토리 홈
  • 이 블로그 관리하기
  • 글쓰기
Powered by Tistory / Kakao. © 더가까이. Designed by Fraccino.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