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이해
이미지의 이해
한국에서 가장 큰 사진 community는 SLRclub.com 이다. 사진의 예술성을 논하는 것보다는 새로나온 카메라와 렌즈에 대한 호불호, 갑론을박이 훨씬 많아서 사진 동호회가 아닌 장비 동호회라는 비아냥도 종종 듣기는 하지만, 가끔 진짜 프로들이 올리는 좋은 글이 올라오곤 한다. 며칠 전 유저강좌 게시판에 들어갔더니 긴 글 하나가 도발적인 제목으로 올라왔다 "한 달 5일 작업으로 년 1억 이상을 버는 사진후작업자-이미지의 이해: 서두"...
필자는 자신을 미술/회화 전공 후 35년간 필름, 디지탈 이미징 관련 일을 해왔고 National Geographic Korea 전시회를 위한 후작업을 포함해서 많은 국내외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맡아왔다고 소개한다. 실명을 밝히지 않아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예시로 올라온 것이나 내용을 봤을때는 절대 고수가 맞는듯 하다.
아주 논리적으로 잘 정돈된 글은 아니지만 몇번에 걸쳐 정독 해볼만 한 글 같아서 일단 스크랩을 하고 몇 부분을 발췌해 둔다.
제가 하는 작업의 99%는 일반적인 자연, 풍경이나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광고에 사용되는 건축, 풍경 등의 사진입니다. 사진의 여러 분야 중에서 후작업이 비교적 쉽다고 여겨지는 분야이고, 실제로 저의 후작업 방식 역시 지극히 단순한 방식 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흔한 HDR 기법 이나 블렌딩 모드조차도 사용하지 않으며 작업의 99%를 마스크, 커브, 스탬프, 힐링브러쉬, 붓, 지우개 등과 같은 기본적인 도구와 레이어만으로 처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는 ‘가장 사진적인 결과물’, 즉 ‘사진이 주체가 되는 사진’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토샵을 이용한 독특한 소프트웨어적인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여 인간의 눈이 세상을 보는 느낌에 가장 가까운 사진 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특별한 느낌을 낼 것인지 고민하는 작업자들이 지향하는 것의 반대방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즈음의 이미징 경향을 보면, 화려하고 지나칠 정도로 섬세하며, 강렬하고, 때로는 아름다울 정도로 감각적이지만, 저의 작업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밋밋합니다. 의도적으로 표준적이며, 의도적으로 특별하지 않으며, 의도적으로 감각적이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실체적인 사진을 추구합니다. 높은 난도나 복잡한 작업 요구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사진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후작업의 흔적이 보이지 않아야 하며 최대한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작업된 결과를 보면 평범하고 단순합니다. 그럼에도 저의 고객에게는 이 평범함이 오히려 더 높은 비용을 지급하고 일을 맡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디지털 이미징에서 이미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진 속에 내재된 숨겨진 의미를 찾는 미학적 관점에서의 내재적인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이미 드러나 있는 피상적 객체에서 사진가의 목적과 의도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이미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근본적으로 사진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결정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해되지 않은 혹은 이해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은 후작업 과정에서 사진가의 목적이나 의도와는 상관없는 작위적인 ‘분위기’나 ‘느낌’을 중심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가의 사상이나 철학과 전혀 상관없는 그저 흔한 필름이나, 오래된 빛바랜 사진 느낌이 나거나, 의미 없이 가장자리가 어둡거나(Vignetting), 사진에 보이는 모든 사물이 의미 없이 모두 선명하게 보이는 HDR 사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상용화되기 이전 시절인 1990년대에는 이미지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개인이 아니라 전문적인 이미지 생산업체가 맡았고, 상업용 대형 드럼 스캐너와 스캔 전문가에 의해 이미 최상의 품질로 생산된 상태이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를 섬세하고 정교하게 다루기보다 기본적인 품질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소수의 전문가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합성이나 과장된 시각효과와 같은 작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이미지는 높은 수준의 표준적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전문가에 의해 이미지가 생산되어 대체적으로 객관적이며 표준적이었고 품질의 수준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표준적 이미징을 가장 쉽게 표현하자면, 인간의 눈이 바라보는 시각적 기준에 따라 작업하는 것, 즉,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에 최대한 가깝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말속에는 카메라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카메라가 바라보는 것을 인간의 시각에 가깝게 교정해주는 것입니다.
모든 실체적 표현은 입체감, 양감, 질감을 중심으로 표현되며, 이 세 가지를 실현하는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이미징 프로그램의 복잡한 기술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여러 기술들이 저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고, 더 강한 표현으로는 그러한 기술들이 실체적 표현에 방해가 됩니다. 사진에 내재된 것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이미지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추출해내는 여러 가지 블렌딩 모드나 HDR 기술들은 제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들을 너무 많이 포함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수정하거나 정교하게 조정해야 하기 때문에 저의 작업 방식에서는 방해가 되는 면이 더 많습니다.
Q: 사진의 선명도를 높이기 위해 어떻게 작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선명도를 증가하게 하는 방법은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알려진 선명도 증가의 방법은 대부분 실제로는 이미지 자체를 선명하게 하지 못합니다. 그저 이미지 속의 선들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의 의미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지가 선명해지려면 이미지 속의 선을 선명하게 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이미지 그 자체를 선명하게 해야합니다. 이미지 그 자체를 선명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지를 구성하는 색이나 농도, 계조 등이 구성하는 작은 면들을 적절하게 선택하여 그 면들이 서로 대비가 되도록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미지를 선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지 속의 선들을 선명하게 하는 기술로 샤프닝 같은 기능을 사용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만을 선명하게 합니다. 이미지는 선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면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면이 선을 만든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문: SLR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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