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사진 '감성'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
필름 사진 '감성'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
본격적인 디지탈 시대가 시작된지 10여년... 이제는 디지탈 기술이 정말 완숙해졌습니다. 과거 필카를 오래 썼던 일인으로 디카로 넘어올 때 나름 마음 고생을 좀 했지요. 향수는 아직 남아 있지만 워낙 요즘 디카가 잘 나와서 뭐 아쉬움은 없습니다. (가격 제외 -.-;;)
아직 필카를 사용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다보면 자주 접하는 표현이 '아날로그 감성'입니다. 눈이 아플 정도로 채도와 콘트라스트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추세가 되어 버린 디지탈 사진을 저도 많이 싫어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고 나름 보기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물 빠진 듯한 저채도 색감', '틀어진 화이트 밸런스', '낮은 콘트라스트' 등을 마치 필카 사진의 특징인 듯 쓴 많은 글들을 보면 과거 한국 현상소의 치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출처: 블로그 "민클리닉"]
저도 중3때 Canon G-III QL17이라는 사진기로 처음 사진을 시작하면서 한동안은 필카 칼라 사진이란게 그런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충무로에 있던 후지필름 직영 현상소에 한번 맡긴 결과물을 보면서 저는 아주 진한 '배신감'을 느껴야 했지요. 아무데서나 구할 수 있는 똑 같은 ISO 100 일반용 필름인데 결과물의 색감과 콘트라스트는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겁니다. 동네의 작은 현상소들은 비용 절감을 한다고 현상액을 잘 갈아주지 않다보니 오래된 기름으로 튀겨 낸 튀김 맛 처럼, 맛이 나지 않았던 거지요.
그 후로는 왕복 1시간 반 거리지만 늘 충무로까지 사진 맡기고 찾으러 왔다 갔다 했습니다. 필카와 디카... 화이트 밸런스 면에서는 필카가 한계가 분명 있지만 (아, 대부분 모르시는 건데, 사실 과거 현상소에서 필카 사진도 화밸 조정을 하기는 했습니다) 채도, 콘트라스트, 색감 모두 필카 역시 아주 훌륭했다고 봅니다.
특히 슬라이드 필름 (=포지티브 필름) 으로 찍은 사진을 루페로 들여다 보거나 환등기에 걸어서 볼 때 느껴지는 맑고 깨끗하면서도 진득한 느낌의 색감은 아직도 디카로 낼 수 없는 경지였습니다.
[출처: Kenrockwell.com "How to Shoot Film"]
[출처: 前田真三(마에다 신조)의 사진집 丘の風景 (언덕의 풍경)]
요즘 후지필름에서 발매되는 카메라들에서 제공하는 각종 필름 에뮬레이션 모드가 과거 필카 사진들의 제대로 된 사진 질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탈 세대가 말하는 필카의 '아날로그 감성'이 생겨나는데에는 영세한 현상소들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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