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시장 추이와 추측
카메라 시장 추이와 추측
일본의 CIPA (Camera & Imaging Products Association)는 매년 카메라 출하량 통계를 발표한다. Sven Skafisk라는 사진가가 그 통계를 토대로 83년간 (1933~2016년)의 추세 그래프를 만들어 PetaPixel 블로그에 발표했다. (Y축의 단위는 1,000개)
[출처: PetaPixel]
1999년에 본격적으로 시판되기 시작된 디카는 4년만인 2004년에 필카를 넘어섰고, 같은 시기에 Blackberry를 필두로 한 smartphone이 괄목할 증가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 후로 2010년까지 6년간 똑딱이 디카, DSLR, smartphone은 동반성장을 보였다.
Smartphone이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 iPhone 등장과 맞물려 있다. 위의 그래프는 일반 카메라 출하량의 15배로 성장한 smartphone을 함께 보여주기 어려워 자른 것이다 (잘리지 않은 그래프는 이 글 맨 아래에...) 2009년에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은 것은 Lehman Brothers에서 시작된 세계적 경기침체의 여파라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Smartphone의 보편화는 자연스레 똑딱이 디카의 감소로 이어졌다. 5월 1일에 일본 IT Media에서 2017~2018년 통계를 추가한 결과를 보면 이 추세는 계속되어 똑딱이 디카는 2년새 다시 반으로 줄어들었다. Smartphone의 편의성이나 화질 개선을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출처: 일본 IT Media]
다만, 전화기를 제외한 카메라 시장이 급격한 축소에 비해 DSLR과 mirrorless을 합친 출하량은 비교적 완만한 감소를 보이고 있다. 프로와 사진 애호가들이 떠 받치고 있는 이 시장은 이제 비슷하거나 약간 더 줄어든 규모를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출처: PetaPixel]
대세가 아닌 초기의 Epson R-D1나 Leica M8는 논외로 하고 렌즈 교환이 가능한 mirrorless 카메라는 똑딱이의 연장선으로 작은 sensor 시장에서 시작되었다. Panasonic과 Olympus가 2008년에 Micro 4/3 동맹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휴대성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은 이미 smartphone으로 가기 시작했고 화질과 성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DSLR에 머물렀다. Sony가 2010년 APS-C sensor로 NEX-3 와 NEX-5를 출시했지만 빈약한 렌즈군에 full frame lens + crop body라는 뻘쭘한 조합은 매력적이지 못했으며, 2012년 최초의 fullframe 기종으로 α7 II 를 발표해서야 Sony는 이 뻘쭘함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봐야 단순히 같은 화질을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얻을 수 있다는 다소 어설픈 마케팅은 사실상 큰 여파를 주지 못하다고 볼 수 있다. 렌즈 사이즈를 줄이지 못하는 판형의 한계는 진지한 사진가들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Fujifilm은 최근 중형 mirrorless를 발표하기 전까지 APS-C sensor로 좀 더 작지만 premium급 렌즈와 바디에 all-in했다. 하지만 가격면에서는 전혀 착하지 않았고 렌즈군도 제한적이라서 큰 영향력은 주지 못했다.
시장의 파문은 2018년 Sony에서 엄청난 성능의 α9 과 α7 R-III 를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진과 동영상 모두 정확하고 빠른 auto focusing, 엄청난 연사 능력, 뛰어난 화질등 순수하게 성능으로만 DSLR과 맞장 뜰 mirrorless 제품이 나온 것이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시장의 지각 변동은 분명히 시작된 듯 하다. 향후 DSLR 사용자의 상당수가 mirrorless로 옮겨가거나 병행 사용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아직 DSLR을 고수하는 이유는 광학 파인더 (optical view finder), 극단적인 동체 추적 auto focusing, 조금 더 안정적인 카메라 바디 정도이다. 범용 auto focusing이나 연사 능력등은 이미 mirrorless에게 추월당했다고 봐야 하고 동영상은 당연히 mirrorless로 가야 한다.
카메라 시장의 전통적 두 강자인 Canon과 Nikon도 2018년 하반기에 드디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Sony가 독식하던 시장에서 각각 1/6을 탈환했다. Canon의 경우, 가장 넓은 렌즈군과 색감을 비롯한 소비자 기호를 잘 맞추어 시장을 공략하곤 하지만, 전반적인 기술은 약세인지라 그 판매 추이는 놀랍지 않다. 기능면이나 생산량이나 보수적인 기질을 고수하는 Nikon의 판매 추이 역시 놀랍지 않다. 두 회사 모두 첫세대 제품이라 아직 완성도 면에서는 Sony에 못 미치고 있기에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는 않고 있으나 Sony에게는 큰 타격일 수 밖에 없다.
[출처: BCN Retail]
내가 개인적으로 그닥 좋아하지 않는 Canon의 경우, 가장 구린 sensor 기술과 가격대별 등급 나누기 그리고 굼뜬 기술 개선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워낙 잘(?) 하는지라 계속 남을 거라고 본다. 첫 세대로 나온 R과 RP의 실망스러운 성능 역시 그들의 특기인 등급 나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DSLR 매출 크게 깎아 먹지 않는 한도에서 전후좌우 열심히 살펴가며 따라 잡히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괜찮은 mirrorless를 만들지 않을까? 이들의 전략이 매니아들에게 계속 먹힐지 아니면 해묵은 불만의 누적을 과소평가하며 방심하다가 완전히 따라 잡힐지는 향후 5년 정도 내에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좋아하는 Nikon도 Canon과 마찬가지로 DSLR 매출을 깎아먹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서서히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추이로 보면 Canon보다는 훨씬 빨리 제대로 된 mirrorless를 만들겠지. 첫 세대인 Z6와 Z7만 봐도 충분히 괜찮아 보인다. 다만... 필카 시절 가장 좋아하던 Contax가 디카 시대가 되면서 사업을 접었는데.... 가까운 미래는 아니겠으나 혹 3사 중 망하는 회사가 있다면 Nikon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업적(?)을 보면 불만이 없는데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드웨어는 아주 잘 만들지만 소프트웨어는 경쟁사에 비해 너무 약해 보이고, 줄어드는 시장을 어떻게 헤쳐나가려고 하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영상기기의 비중이 회사 전체 매출의 25%에 불과하고 사무기기에서 큰 흑자를 내는 Canon과는 달리 매출 75%를 영상기기에 의존하는 이 회사는 뭔가 획기적인 breakthrough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내 아들 세대에 가서는 없어질 수도 있겠다.
국내 일간지에 삼성에 종종 비교되며 수모를 받아 온 Sony.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아직도 이들의 축적된 기술력은 삼성이 어깨를 견주어 볼려고 할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 3사 중 유일하게 image sensor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아마도 소프트웨어 면이나 전자 제품 설계 능력 면에서는 다른 어떤 회사도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다. 앞으로도 가장 공격적으로 기술 선도를 해 나갈 것으로 본다. Minolta를 인수해서 카메라 시장에 뛰어든 그들은 휴대성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에는 후덜덜한 auto focusing을 무기로 고지 하나를 점령했다. Canon과 Nikon을 따라 잡기 위해 다음에 꺼낼 무기는 과연 무엇일까? 걸출한 성능의 α9 과 α7 R-III 에 대한 불만은 색감, 불안정한 기계적 성능과 firmware bug, 내구성등이 있다. 과연 Sony는 지금 정도 수준의 3위를 유지하는 것에 만족할까 아니면 반드시 따라잡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일까?
위의 3사 이외에도 계속 mirrorless를 고집해왔던 Fujifilm을 비롯해 Panasonic과 Olympus등이 있지만 향후에도 3사를 뒤흔들 이변은 생기지 않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느 회사가 1위가 될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에게는 분이 넘치는(?) 좋은 카메라들을 모두 만드는 시대가 된지 오래다. 그저 계속 줄어들 카메라 시장으로 인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회사들이 하나둘씩 생길것이 염려될 뿐이다.
[부록] 잘리지 않은 smartphone의 성장세 그래프
[출처: PetaPix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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