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그마 故안수현: 본
그들의 고민은 정말 삶을 건 고민들이었다.
자기합리화를 위한 것도, 고민을 위한 고민도
결코 아님을 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정말 정직한 고민이었다.
그랬기에 처절하기까지 했다.
난 그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믿음이라는 허울을 씌워 놓은
냄새나는 불신앙과 위선의 마음들을
내 안에서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을 보면서 더욱 더 놀라왔던 것은
이 땅에서는 결코 해결되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던
그 고민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었다.
몸부림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처절하게 얻은 만큼 더욱
자기 삶을 처절하게 그것에 걸었다.
그들은 내게 본이 되었다.
지금까지 교회 대학부 생활하면서
그들의 모습이 내 신앙에 있어서
큰 계기가 되었고 도전이 되었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들의 삶을 따라서
살려고 노력해 왔다.
내 가까이에서 그러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대학 1학년때만 해도 이러한 선배들을 여럿 보았다.
예수를 위해 죽으려는 선배들이었다.
자기의 건강과 학점과 사생활과... 그 모든 것을 정말 버렸다.
리더로 섬기기 위해 교제하는 자매가 아무리 졸라도
토요일 저녁은 성경공부 준비로 떼어놓은 선배가 있었다.
자매에게 "넌 나보다 조원들이랑 말씀이 더 좋은 거지?"라는
싸늘한 말을 들으면서도...
조원이 사정상 성경공부를 빠지게 되면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꼭 보강을 해주던 선배도 있었다. 너무 건강이 안 좋아져서 쉬라고 하여도
주의 일 하다가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던
선배의 말은 지금도 나를 울적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도 자주 '내 앞가림'에만 빠져 있는데,
내 믿음의 선배는 결코 그렇지 아니하였다.
그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고 주의 일 하느라
뛰어다녔고, 혹은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남보다 늦게
영어공부와 유학준비를 시작했지만
결코 우선순위가 바뀌지 아니하였다.
하나님은 그런 선배들의 앞길을 또한 지켜주셨다,
적어도 내 믿음의 선배들은 이러하였다.
눈물이 쏟아지려고 한다.
"때가 오래므로 너희가 마땅히 선생이 될 터인데
너희가 다시 하나님의 말씀의 초보가 무엇인지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나
젖이나 먹고 단단한 식물을 못 먹을 자가 되었도다."
우리 믿음의 후배들, 동료들에게
나는 어쩐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가.
때가 오래므로 내가 이제 본이 되어야 할 터인데
나는 여전히 젖만 먹고 있지 않은가.
항상 하나님이 나를 위해 해 주신 일, 하나님의 은혜, 구원
그리고 나를 위해 하나님이 해주실 일만 계수하고 앉아있다.
마치 갓난아이가 자기의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것이 자기를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는
자기중심적인 생각밖에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도 영적으로 어려서 하나님이 나를 위해
존재하시는 착각을 하는 것이다.
'하나님, 이것도 해주시고 저것도 제게 해 주시고,
이것은 싫고 저렇게 하는 것도 싫고...'
선교한국 때 한 목사님이 해 준 말씀이 있었다.
"어느날 아침, 항상 하나님께 이것저것을 달라고
간구만 하던 제가, 하나님이 저의 종이 아니라
제가 하나님의 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오늘은 제가 당신을 위하여 무엇을 도울까요' 라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북한 선교를 위해 헌신하신 분의 말씀이셨다.
바로 이것이 영적으로 성숙한 자의 태도인 것이다.
어린아이는 결코 본이 되지 못한다.
단단한 식물을 먹을 줄 아는 자라야 본이 될 수 있다.
항상 나는 신앙에 있어서 정말 본이 되는 사람에 대한
갈망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었다.
(다행히도 대학부에서는 그런 본을 찾았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없다고 불평하여 왔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다.
이젠 내 자신이 바로 본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내가 영적으로 더욱 더 성장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내 것을 더 포기해야 하고
예수를 위해 죽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 본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이 바로 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당히 성경공부하고 적당히 고민하면서
술도 좀 마시고 노래방도 가끔씩 가고
시험기간 때 주일날 한두 번씩 양보하다 보면
남아나는 것이 없다.
[끝나지 않은 길(The road untraveled)]의 저자인
스코트 펙(Scott Peck)은 말한다.
"자기통제력이란 즐거움을 유보할 줄 아는 능력이다."
교회 일이 많다고 불평하는데 한몫 끼면서 '나'에게만 매여
내 앞날 준비와 내 힘듦속에 묻혀 불경건과 나태함을
서로 부추키고 격려하는 것을 서로 그쳐야 한다.
그리고 성장에의 소망을 가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훈련받아야 한다.
영적으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
이젠 나를 위해 존재하는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그리스도인으로
그분을 위해 고난받고 세상 조류를 거스림으로, 썩어짐으로,
내가 바로 그 전설의 선배가 될 차례다.
바로 당신이 말이다.
예수믿는 高大 의학 4
스티그마 안수현
stigmas@nownuri.net
(199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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