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시스템 잡음(Noise in Audio System) 정복
[제 블로그의 구독자 대다수에게는 몹시 따분한 공돌이 분야의 글인 것을 사과 드립니다]
밴드 공연장이나 교회에서 음향 시스템의 잡음 (noise in audio system) 으로 골치를 썪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 글은 음향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잡음의 보편적인 원인과 그 해결책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다음의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 절연이 잘 된 좋은 케이블 사용 (마이크/악기 케이블 선택 가이드) : 싼게 비지떡
- 5m 이상의 거리의 모든 악기의 연결은 다이렉트 박스를 거쳐 평형 (balanced) 케이블 사용 (다이렉트 박스란?)
- 모든 음향 기기들은 동일한 회로 차단기(circuit breaker) 의 전원에 최단 거리로 연결
- 가능하다면 모든 악기들도 음향 기기들과 동일한 회로 차단기의 전원에 최단 거리로 연결
- 악기및 음향 기기 연결선은 전력선과 가까운 거리에 평행으로 길게 배치되는 것 금지
잠시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우는 기초 지식을 복습해보겠습니다. 전도체(conductor)에 교류 (AC) 전류가 흐르면 패러데이 법칙 (Faraday's Law) 대로 그 주위에 전자기 유도 (electromagnetic induction) 가 생기고 인접한 전도체에는 그에 비례하는 전류가 발생합니다. 요즘 많이 쓰는 인덕션 냄비, 무선 충전기등이 다 이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이 말은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무수한 전자파들이 모두 잡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장 큰 것이 110V/220V에 달하는 전원이고, 그 외에 라디오 전파 같은 것도 음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전자기 유도를 차단하는 방법은 접지가 된 금속 차폐 (grounded metal shield) 를 중간에 두는 것입니다. 누군가 잘못을 해서 여론에 욕을 먹고 있을 때 옹호성 댓글을 달면 '쉴드 (shield) 쳐준다' 고 하는 표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최근 지어진 모든 건물내 전기 배선은 + / - / 접지 (ground) 3개의 전선을 사용하지요. 그리고 그중 접지선은 전력선이 건물로 처음 들어오는 배전반 (配電盤, electrical panel) 아래 부분에 두꺼운 전선과 길다란 구리봉 (copper rod) 을 통해 땅으로 연결합니다. 이 구리봉을 "0V 기준 전압점 (reference voltage point)"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해해야 할 점은 한 건물 내에서 진짜 접지는 땅에 파묻는 접지 (earth ground) 하나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전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 되는 지역 접지들 (local grounds) 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각 지역 접지들은 저항값을 가지는 구리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같은 0V의 전압이 될 수가 없습니다. 물론 구리선의 저항값은 무척 낮아 그 차이는 아주 미미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귀로 들을 수 있는 잡음 (audible noise) 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앞서 제시한 기본 원칙 중 "모든 음향 기기들은 동일한 회로 차단기(circuit breaker) 의 전원에 최단 거리로 연결" 해야 하는 이유는 가급적이면 최대한 같은 지역 접지를 공유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디오 기기마다 다른 회로 차단기를 사용할 경우 다른 접지 전압차로 인해 누설 전류가 흐를 수 있고 이런 현상을 "접지 루프 (ground loop)" 라고 부르는데, 음향 잡음의 가장 흔한 이유입니다.
음향 기기 애호가들이나 프로 녹음을 위한 스튜디오를 지을 때 상당한 돈을 들여 땅에 파묻는 접지 (earth ground)를 최대한 하려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를 꽤 보지만, 실상은 음향 기기 음질 측면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전력망에서 땅 접지 (earth ground) 는 안전 (safety) 을 위한 것이지 음향의 잡음 방지 (noise protection) 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땅 접지 (earth ground) 가 정말 중요하다면 땅 접지가 불가능한 자동차나 비행기는 음향에 문제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땅 접지가 근거 없는 허구 (myth)라는 것의 방증이 되겠습니다.
땅 접지 (earth ground) 의 목적은 낙뢰, 전신주의 손상, 정전등의 이유로 건물 외부에서 생기는 전력의 급격한 변화 (power surge)를 땅으로 흘려보내 건물 내부의 전기전자 기기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건물 내부에서 누전으로 큰 전류가 발생할 경우, 건물 내 접지선을 통해 배전반의 회로 차단기 (circuit breaker) 가 내려지게 되는데, 이 경우 땅 접지 (earth ground) 는 하는 역할이 없습니다.
만약 건물에 한 개의 배전반 (配電盤, electrical panel) 을 사용하는데, 음향 기기들만을 위한 별도의 땅 접지 (earth ground) 를 설치하면, 누전이 생겼을 경우 구리선보다 저항이 현저히 높은 땅을 통해서 배전반의 회로 차단기까지 전류가 흘러야하기 때문에 차단기가 작동을 하지 않거나 늦게 작동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래서 복잡한 땅 접지는 법적으로 금지되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유튜브 "Understanding Grounding in Audio"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글 서두에 열거한 기본 원칙들을 잘 지켰는데도 잡음이 생길 경우를 알아 보겠습니다.
지직 거리는 잡음은 거의 대부분 접촉불량입니다. 접촉 불량이 발생하는 채널 (channel) 을 먼저 찾고, 그 채널에 연결된 선/마이크/악기 등을 바꿔 가면서 잡음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 교체하면 해결이 됩니다.
웅~ 하는 잡음 (hum noise) 이 가장 보편적인데요, 아무것도 연결되지 않은 음향 기기에서 100Hz (G2와 Ab2 사이 음, 미국의 경우 120Hz Bb2 와 B2 사이 음) 잡음이 들린다면 음향 기기 내의 축전기 (capacitor) 가 망가진 것입니다. 모든 전자기기들은 교류 전력 (AC power) 을 직류 전력 (DC power) 로 바꿔준 후 사용하는데, 공급되는 전력 자체에 포함된 많은 잡음을 (noisy) 걸러줘야 하고 그 때 사용하는 것이 축전기 (capacitor) 입니다. (대용량의 축전기는 큰 모터를 쓰는 가전 제품에 사용됩니다. 에어콘, 냉장고 등)
전압별, 용량별로 수 많은 종류가 있는 축전지는 음향기기 구조를 이해하여 위치를 찾을 수 있고, 납땜만 할 줄 알면 교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좋은 회사의 음향 기기라면 당연히 수명과 신뢰성이 좋은 부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망가질 확률은 무척 낮습니다.
1/4" TS 선의 경우, 한쪽이 오디오 믹서 (audio mixer) 에는 연결된 상태에서 반대편 악기쪽에는 아무 것도 연결되지 않으면 부동 (浮動, floating) 상태가 되어 잡음이 생기기 쉽습니다. 안 쓰는 선은 뽑아 놓으세요.
악기용 1/4" TS 선에 비해 마이크용 XLR 선은 잡음의 영향이 적지만 그래도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수십 m의 거리가 되면 가끔 AM 라디오 수신을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 선 연결 중에 원형 루프 (loop) 가 생긴 부분이 있으면 수신이 더 잘 (?) 되고, 마이크의 커넥터가 헐거워졌거나 선이 손상된 경우 더 심해집니다. 믹서 반대편이 전원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전원이 꺼진 동안 floating이 되어 잡음이 발생하다가 켜는 순간 잡음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통상 직선을 유지할 수 있는 적당한 길이의 좋은 선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악기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대부분 50Hz (G1와 Ab1 사이 음) 잡음 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60Hz (Bb1 와 B1 사이 음) 잡음
잡음이 들어오는 채널 (channel) 이 키보드 (keyboard) 나 기타 앰프 (guitar amp) 라면 가장 먼저 다이렉트 박스 (DI Box) 에 있는 접지 제거 (ground lift) 를 껐다 켰다 해봅니다. 키보드/앰프와 오디오 믹서 (audio mixer) 간의 "접지 루프 (ground loop)" 가 생겼을 경우에 접지를 타고 흐르는 잡음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지요.
기본 원칙으로 "가능하다면 모든 악기들도 음향 기기들과 동일한 회로 차단기의 전원에 최단 거리로 연결"하라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악기는 홀 (hall) 제일 앞 스테이지 (stage) 에 음향 기기는 홀 제일 뒤 오디오 부스 (audio booth)에 있기 때문에 같은 회로 차단기 것을 사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경우 앞부분에 설명한대로 "접지 루프 (ground loop)" 로 인한 잡음의 발생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키보드 (keyboard) 나 기타 앰프 (guitar amp) 의 전원이 전등 (특히 형광등, 와트수 높은 전등) 과 같은 회로 차단기 것을 공유하면 접지에 전등으로 인한 잡음이 타고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전등을 끄는 것이 한 방법이고, 다른 회로 차단기의 전원으로 바꿔 쓰는 것도 한 방법인데, 둘 다 불가능할 경우 키보드와 기타 앰프의 전원 접지선을 끊어주면 잡음이 없어집니다. 끊는 방법은 무접지 플러그 (ground lift plug) 또는 "접지-무접지 변환 플러그" 라는 명칭으로 파는 것을 사서 끼우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일반적인 경우 접지선을 끊는다는 것은 누전이 생긴다 하더라도 배전반의 회로 차단기 (circuit breaker) 가 내려가지 않게 되는 위험성을 내포하므로 금지된 사항입니다. 하지만 키보드 (keyboard), 기타 앰프 (guitar amp), 음향기기의 내부 회로들은 저전압 직류 (low voltage DC)로 변환된 전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류 전력선의 접지에 어쨌든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랩탑 컴퓨터 (laptop computer) 의 다수가 접지 없는 전원 플러그를 사용하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전기 기타 (electric guitar) 에서 발생하는 잡음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밴드 음향 시스템에서 가장 잡음 발생 확률이 높은 것이 펜더 텔레캐스터 (Fender Telecaster) 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Fender Stratocaster) 와 같은 빈티지 전기 기타 (vintage electric guitar) 입니다. 기타의 픽업 (pickup) 자체가 코일 (coil)이라서 주변 잡음을 스폰지처럼 아주 잘 (?) 빨아들입니다. 재미있는 것이 기타 선 (guitar string) 을 잡으면 소리에서 잡음이 확 줄어듭니다. 정확한 이론적 설명을 해주는 글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제 추측으로는 금속으로 만든 기타 선에 손을 대는 순간 사람의 몸이 일종의 축전기 (capacitor) 역할을 하면서 잡음을 걸러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일 코일 (single coil) 구조의 픽업을 이중 코일 (double coil, humbucker, humbucking pickup) 구조의 것으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불평형 unbalanced vs 평형 balanced 케이블과 비슷한 개념) 빈티지 전기 기타의 음색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만든 제품들도 나와 있습니다 (텔레캐스터 교체, 스트라토캐스터 교체).
$200 정도의 픽업 교체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기타 내의 전기 부품들을 최대한 차폐(shield)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기 기타를 해부해 보면 알겠지만 일단 내부에 모든 배선이 차폐(shield)가 전혀 없는 전선들입니다. 앞 패널 (panel) 이 금속판으로 된 것이면 전파의 차단 효과가 조금 있으나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구리 테이프 (copper tape) 를 사용해서 전기 부품이 들어가는 공간 전체를 꼼꼼하게 덮어버리면 됩니다. 자세한 방법은 유튜브에 많이 돌아 다니는 내용들을 참조하세요.
저런 작업들이 너무 번거롭다면 마지막으로 소위 "오디오 게이팅 (audio gating)" 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입력 신호의 강도 범위에 따라서 잡음과 같이 gate level 보다 작은 값이 들어오는 동안은 출력을 아예 하지 않고, gate~threshold 구간은 신호를 감소시키는 것이지요. 요즘 출시되는 디지털 오디오 콘솔 (DAC, Digital Audio Console) 들은 $1,000 이내의 저가 모델들도 대부분 이 기능이 이미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오디오 콘솔에 기능이 없다면 같은 기능을 하는 기타 페달 (guitar pedal) 을 추가해 사용하면 됩니다.
제가 경험하고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부디 잡음의 고통에서 모두 해방되어 즐겁게 연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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