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렉트 박스 (DI Box) 란?

밴드에서 악기를 다뤄본 사람이면 요런 모양의 육중한 쇳덩어리를 보거나 사용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다이렉트 박스 (DIrect Box) 라고 부르는데요, Shure SM58 마이크와 더불어 망치 대용품으로 애용(?) 되는 녀석이지요.  다들 쓰니까 덩달아 쓰기는 하는데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건지, 언제 사용하는건지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아 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김새를 살펴 보면 케이블 꽂는 곳이 3군데 있고 연결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악기에서 들어가는 쪽이 Input, 혹시 기타 앰프를 같이 쓰면 Thru 쪽으로, Output은 믹서 (mixer, 혹은 오디오 콘솔 audio console)로.

 

[그림출처: https://www.ono-7.top/ProductDetail.aspx?iid=53631192&pr=28.88]

 

겉으로 보면 1/4" 악기용 TS (Tip-Sleeve) 커넥터를 XLR (External Line Return) 마이크용 커넥터로 연결해 주는 것이고, 안을 들여다 보면 아래와 같은 구조로 악기용 높은 저항 (high impedance) 를 마이크용 낮은 저항 (low impedance) 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오른쪽 아래 있는 ground lift 스위치는 다음에 "잡음 해결" 관련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안에 들어간 트랜스포머 (transformer) 의 코일 (coil) 때문에 무겁지요.  간단한 구조이지만 싼 것도 $40은 주어야 하고 괜찮은 것으로 사려면 $150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림출처: https://www.diyrecordingequipment.com/blogs/news/15851820-how-to-build-a-boutique-passive-di]

 

그런데 대부분의 믹서는 이미 악기용 단자가 별도로 있습니다.

 

 

혹 악기용 단자가 없다해도 아래와 같은 어댑터 (1/4" TS female to XLR male adapter, $4~$10)를 하나 더하면 간단하게 해결 됩니다.  

 

 

그럼 왜 비싼 다이렉트 박스를 굳이 사용하는지, 정말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악기와 믹서의 거리가 5m 이내로 가까운 경우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악기는 홀의 제일 앞 스테이지 (stage) 에, 믹서는 홀의 맨 뒤에 위치하므로 최소한 수십 미터의 거리가 존재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다이렉트 박스 사용을 권장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기술적인 세부적 설명으로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은 골치가 아플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만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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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케이블 종류를 이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불평형 (unbalanced) : +와 - 2개의 전선 (wire) 을 사용.  악기용 1/4" 케이블
• 평형 (balanced) : +와 - 외에 접지 (ground) 가 추가되어 3개의 전선을 사용.  마이크용 XLR 케이블

 

다이렉트 박스 사용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원거리 전송시에 개입되는 잡음 (noise) 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모든 오디오 케이블은 전기적 절연 (insulation) 이 잘 되어 있지만, 전자기파 (electromagnetic wave) 를 차단해주는 것은 아니라서, 불평형 (unbalanced) 케이블의 경우 주변의 잡음 (noise) 영향을 직접 받습니다.  반면 평형 (balanced) 케이블의 경우 신호 (signal = S)를 + 단자와 - 단자에 각각 반씩 역상 (inverted phase) 으로 보냅니다.  그럼 전송 중에 잡음 (noise = n)이 더해지더라도, 수신한 후에 두개의 차를 구하면 (+S/2 + n) - (-S/2 + n) = S 로 잡음이 상쇄되는 것이지요.  

 

[그림출처: https://majorhifi.com/balanced-vs-unbalanced-cable-can-hear-difference/]

 

다이렉트 박스 사용의 두번째 목적은 신호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함입니다.   오디오 신호는 파동이고,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우듯이, 먼 거리를 거쳐 전송되는 파동은 매질(medium)이 바뀌는 곳에서 일부는 전달 파형 (transmitted wave) 이 되고 나머지는 반사 파형 (reflected wave) 이 되어 반대 방향으로 되돌아 옵니다.  전기공학에서는 이 현상을 저항 부정합 (mismatched impedance)이라고 칭하는데, 앞서 썼듯이 악기는 높은 저항 (high impedance)을, 마이크는 낮은 저항 (low impedance) 을 사용하여, 직접 연결할 경우 반사 파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주 먼 거리인 경우 파형이 오락 가락 하면서 신호를 찌그러뜨리기도 되지요.  가청 대역 (audible range)의 오디오 신호 (audio signal)은 최대 20KHz (wavelength = 15Km) 로 무척 낮아서 그런 오락 가락 간섭은 염려해도 되지 않으나, 여전히 신호 전달의 감소는 발생합니다.  악기의 경우 다이렉트 박스를 쓰지 않고 직접 연결한다면 신호의 84.6%가 감소된 15.4%만이 믹서에 전달되지요.  그래서 다이렉트 박스의 저항 변환 (impedance transform) 은 중요한 기능중 하나입니다.

 

[그림출처: https://www.allaboutcircuits.com/textbook/radio-frequency-analysis-design/real-life-rf-signals/understanding-reflections-and-standing-waves-rf-circuit-design/]

 

키보드와 기타등 악기 말고도 3.5mm 헤드폰 잭 케이블을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불평형 (unbalanced) 케이블을 써서 종종 잡음이 발생 합니다.  잡음 발생을 막기 위해서 가급적 컴퓨터 위치를 믹서 바로 옆에 두는 것이 좋은데, 만약 가능하지 않아서 잡음이 생긴다면 별도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audio interface) 나 아래와 같은 USB 용 다이렉트 박스를 설치하는 것이 해결책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생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지만 만에 하나 phantom power가 악기에 손상을 줄 가능성을 완전 차단합니다.  Phantom power란 믹서에서 콘덴서형 마이크 (condensor microphone) 를 구동하기 위해 마이크 선을 통해 공급하는 48V 직류 전압을 말합니다.  이론적으로는 1/4" 커넥터를 통해서는 전달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선을 꽂고 빼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노출될 가능성을 100% 배제할 수 없고, 48V는 저전압을 사용하는 악기의 회로를 태워버리기에 충분한 고전압입니다.  다이렉트 박스를 쓰게 되면 내부의 트랜스포머 코일 (transformer coil) 은 교류 신호만을 전달하므로 48V 직류 전압은 차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