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투)사 윤석열... 과연?
검사(檢事) 윤석열을 2000년 작 영화 "글라디에이터(Gladiator)" 의 주인공인 검투사(劍鬪士) 막시무스 (Maximus Decimus Meridius) 같다는 세평들이 여러번 나왔다.
영화를 보면 정말 여러면에서 닮았다. 자신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할 뿐 권좌에 대한 욕심이 없어 보이는 것도 그렇고, 자기 일에 충실했을 뿐인데 이래 저래 공격 당하는 것도 그렇고, 반복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상황 속에서도 악착 같이 살아 남는 것도 그렇다.
어떻게든 죽여 버리려고 전차에 태워 투입시킨 여궁수를 보면 모 장관 생각 나고,
결국 살아 남은 주인공을 콱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군중들의 환호에 떠밀려 썩소를 지으면서 살려주는 코모도스 황제의 모습도 최근 누구의 모습을 빼어 닮았다.
한국의 잘 나가는(?) 남자들의 전형적인 경로를 혐오했고 , 혐오한다. 간판 만드려고 박사학위를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다가 (명예 욕심), 막상 학위 따고 나면 연구에 매진하기 보다는 돈 많이 벌 궁리만 하고 (돈 욕심), 그러다 돈까지 벌면 마지막으로 정치판에 기웃 거린다 (권력 욕심). 그런 경로로 가는 사람이 몇 있다고 문제가 될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간다면 이건 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 면에서 검사 윤석열이 정치인이 되는 것을 그리 미더운 눈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알 수 없어도) 일단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든 이유가 그 전형적인 경로를 가는 사람들과 같은 이유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의 과거 행적을 보면, 재벌가에 연줄 만들어 축재할 궁리한 흔적도 없어 보이고, 윗선에 아부해서 고속승진을 추구했던 흔적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가 대통령직을 맡을 만큼 탁월한 리더인가의 여부다. 그간 풀 수 없을 것 같던 몇가지 상황들을 그는 계속적으로 풀어왔다. 그런 면에서 그는 정치적인 감각은 있는듯 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물은 닳고 닳은 정치꾼이 아니라, 탁월한 정치가이다. 좋은 정치가는 모든 것의 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편이 낫다. 좋은 리더의 필수 능력은 정확하고 빠른 핵심 파악 능력, 판단과 의사 결정 능력, 그리고 제대로 된 사람에게 충분한 권한을 주면서 적극 지원을 함으로 목표를 향해 몰아가는 능력이다. 국가 운영의 규모와는 천지 차이지만, 검찰청을 진두지휘한 2년 간을 보면 리더십은 나름 탁월해 보인다.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그리고 말해야 할 때의 판단도 무척 정확한 것 같고...
4일전 100세 넘은 철학자를 방문해 정치에 대한 의견을 들은 것을 보니, 생각은 거의 굳힌듯 하고 출사표 던지는 시기의 결정만 남은 듯 하다. 1년 후의 일이니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적어도 "새롭게" 까발려질 부분이 없는 사람이라는 면에서는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유일한 약점으로 보이는 것은 결국 처가 문제인데, 대부분 결혼 전에 벌어진 일이고 국민 다수가 이미 아는 사실이니까, 억지로 무마시키려고 하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 (뭐, 검찰총장도 더 이상 아닌데, 권력 없는 그가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런 그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대선까지 수를 둘지가 참 궁금하다. 한국 역사에 한번도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기존 고인 물 정치인들과는 좀 거리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이번 정권의 황당함에 정말 말문이 막히지만, 전 한나라당 출신들이라고 뭐 다른가. 이념의 문제라면 토론하고 들어줄 수 있지만, 지금 한국의 상황은 이념과는 전혀 무관해 보인다. 한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고, 정치가 늘 그 수준인 이유는 결국 개국공신(?)들 지분 챙겨주는 것 때문 아닌가. 현 정권이 그 대표적인 예이고... 그가 혹 내년에 대권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고인 물에 의존한 승리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할 듯 하다. 한가지 마음만 비우면 짐 없는 길 (no string attached)을 선택할 수 있을텐데... "어떻게든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 내가 알기로 그 마음을 비웠던 사람은 한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나라가 이 모양이고... 몇 달 후면 알겠지...
여론조사를 얼마나 믿을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는 소속과 무관한 국민의 지지를 어느정도 받고 있는듯 하다. 이것 만으로도 전대미문의 일이다. 미국 같은 간접 선거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직접 선거인 한국이라면 천지가 뒤집히는 일을 살아 생전 한 번 보고 싶다. 2022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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