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눈꺼풀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눈꺼풀의 무거움
글로벌 시대의 직장인들은 참 불쌍합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파트너들 때문에 출퇴근 시간과는 무관하게 시도 때도 없이 이메일과 회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저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독일과 뉴욕주에 많이 있어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가급적 오전 6시 이전 회의는 안 참석하려고 하는 편인데 동료들 중에 새벽 3~4시 정도부터 일어나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여럿 됩니다. (이런거 보면 잠이 많아 새벽 기도 하지 못한다는 말은 핑계가 맞는 것 같아요 😅 ) 이메일 보내는 시간 보면 그 사람의 일하는 시간대를 짐작할 수 있는데 자정 넘어 보내거나 새벽 일찍 보내는 것은 흔치 않아진지가 꽤 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데 가끔 오후에 급격히 졸릴때가 있습니다. 오늘이 그랬네요. 천하장사도 들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졸린 눈꺼풀이라는 말이 맞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요. 그래도 다행히 장거리 운전 중도 아니고, 사무실서 그런 것도 아니라 망설임 없이 잠깐 자고 일어 났습니다. 재택 근무가 이런 것은 좋군요 😜
[사진 출처 : The Courier]
글 제목을 적은 김에 여담으로... 체코슬로바키아 출생 작가 Milan Kundera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은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 자유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4명의 일화를 담은 소설입니다.
소련군의 침공을 맞는 격동기의 프라하를 겪으며 4명의 주인공들이 겪는 정치, 철학, 사랑,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해서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에서도 총 100만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원문이 체코슬로바키아어로 쓰여졌지만 출판이 되지 못하다가 프랑스어와 영어 번역본이 먼저 출간된 후에야 원문이 출판되었습니다.
출판 4년 후에 만들어진 영화 (한국 제목 "프라하의 봄") 는 거대 담론을 상당부분 줄이고 주인공 4명의 심리에만 주력하여 조금 가볍게 그렸는데, 원작의 방대함을 담지 못한 아쉬움은 당연히 있지만 잘 만든 영화라고 봅니다.
잘 생기고 유능한 외과의사이고 여성들과 끊임 없는 염문을 뿌리는 토마스가 겪어야 했던 공산주의 정치세력 앞에서의 무력함, 결혼을 하고도 여성 편력을 끊지 못하는 남편 토마스에게서 영혼의 참된 사랑을 갈망하는 테레사의 체념과 좌절, 키치 (Kitsch, 대량생산된 싸구려 예술품)을 혐오하면서도 결국 키치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예술가 사비나의 자기 모순, 혁명을 추구하여 참여하고 시위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이상주의자 교수 프란츠의 좌절. 그들 각자의 삶에 담겨진 "무거움"과 "가벼움"은 상당히 많은 선정적인 장면에 가려지지 않고 영화 속에 잘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을 맡은 명품 배우 다니엘 데이루이스 (Daniel Day-Lewis)와 줄리엣 비노쉬 (Juliette Binoche)의 연기력이 빛나는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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