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동영상인가?
역시 동영상인가?
책상 서랍을 한번 다 뒤엎어서 5년 이상 쓴 기억이 전혀 없는 것들 (=앞으로도 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들) 을 추려내다가 11년전에 만들었던 DVD 4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재생을 해보니 잊고 있던 기억들이 어렴풋이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2002년에 하와이에서 열리는 학회를 가면서 가족들과 같이 가게 되었는데, 결혼 전부터 마눌님께서 쓰시던 캠코더가 고장이 나서 여행 직전에 아주 compact한 것을 하나 구입했다. Sony DCR IP5라는 기종인데, 이것이 재앙(?)의 시작이었다. 구입하고 한참 지나서야 이 캠코더에서 사용하는 format이 호환성 빵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찍은 동영상을 컴퓨터로 옮기려면 i.Link 이라는 4pin FireWire cable을 쓰는 Sony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편집도 Sony에서 개발한 허접한 S/W를 써야만 했다.
찍고나서 보기가 힘들다 보니 그리 자주 찍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4~5년 있다가 찍은 영상이 아까와서 기초적인 편집을 해서 DVD로 만들기로 작정하고 시도를 해 보았다.
- 일단 캠코더에서 재생을 하면서 빌린 Sony 컴퓨터에 전송하면 .mmv라는 파일이 생긴다. 테입 하나당 1시간 소요.
- .mmv를 읽을 수 있는 S/W가 없어서 여기저기 찾아 mpeg2로 바꿔주는 DOS용 프로그램을 어렵게 구했다. 이것 역시 테입 하나당 1시간 소요.
- 드디어 편집을 시작했는데 간단한 짜집기 하는 정도만 하는데도 crash가 되곤 했다. 시중에 있는 알려진 편집 S/W trial version을 족히 4~5개는 써본것 같은데 문제 없어 보이는 S/W도 없어 보였고 결국 DVD 1개 편집하는데 10~15시간을 소요했던 것 같다.
2012년에 사진용으로 D800을 사고서는 그 동영상 quality가 아까와서 2014년에 다시 간단한 동영상 편집을 조금 해보게 되었는데, S/W는 과거에 비할바 없이 안정적이고 좋아졌지만 사진 편집에 비하면 여전히 몇십배의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서 아주 가끔씩 기초적인 짜집기 정도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11년 묵은 DVD에 담긴 동영상을 보니, "아.... 역시 동영상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영화 Minority Report에서 오래된 비디오를 보면서 과거 회상을 하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해상도는 물론이고 구린 화질, 불안정한 노출등 수많은 기술적 결함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동영상은 정지 사진들보다 더 많은 추억을 떠올려 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역시 동영상을 좀 더 본격적으로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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